•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객석에서 주문하면 바로 ♪♬…공연계 새 트렌드 '즉흥' 바람

등록 2017.03.16 11:37:0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박종해, 피아니스트. 2017.03.16. (사진 =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종해, 피아니스트. 2017.03.16. (사진 =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공연계에 새 트렌드로 '즉흥'이 떠오르고 있다. 클래식음악, 대중음악 뿐 아니라 단단한 합이 필수인 뮤지컬까지 키워드로 삼고 있다.

 피아니스트 박종해는 오는 30일 금호아트홀에서 펼치는 리사이틀에서 베토벤 '영웅변주곡' 등 기존 클래식 작품과 더불어 음악적 영감을 뽐내는 '즉흥 연주'를 선보인다.

 정형화된 연주를 하기보다 자신만의 음악세계에 몰두한 박종해의 고유의 개성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오늘날에는 '즉흥 연주'하면 재즈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사의 시작에는 즉흥 연주가 큰 축을 차지한다.

 박종해의 공연을 기획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바로크 시대에는 바소 콘티누오 양식, 즉 악보에 표기된 반복적인 왼손 베이스 반주음계에 연주자가 즉흥적으로 화성을 보충해 나가는 식으로 연주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사용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흥 연주가 정점을 찍은 바로크 시대 이후에도 즉흥 연주의 관습은 계속 이어졌다. 모차르트 시대에는 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멈춘 동안 가장 화려하고 기교적인 연주로, 협연자가 그 음악성을 과시하는 대목인 '카덴차'가 개인 재량에 의한 즉흥연주로 이뤄졌다. 작곡가가 표기한 악보에 따라서만 연주하게 된 것은 베토벤을 시작으로, 19세기에 이르러서다.  

【서울=뉴시스】토마스 쿡, 가수. 2017.03.16. (사진 = 뮤직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토마스 쿡, 가수. 2017.03.16. (사진 = 뮤직팜 제공)  [email protected]

 박종해는 이미 한 차례 공연을 통해 즉흥 연주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세 도시 이야기' 공연에서 박종해가 선보인 즉흥 연주 앙코르 공연이 화제가 됐다.

 밴드 '마이엔트메리'의 보컬 출신 토마스쿡(정순용)도 오는 4월 22일과 23일 서교동 폼텍웍스홀에서 펼치는 콘서트 '알 라 카르트(A La Carte)'를 즉흥 형식으로 꾸민다.  

 타이틀 '알 라 카르트'는 프랑스어로 메뉴상의 명칭이다. 고객의 주문에 의해 제공되는 일품요리를 뜻한다.

 토마스 쿡은 이번 공연을 관객들이 현장에서 즉석으로 한곡 한곡 셋리스트를 만들어가며 흐름을 정하는 독특한 형식의 공연으로 꾸민다.  

 토마스쿡은 "이미 정해진 콘서트의 셋리스트가 아닌 관객이 만들어가는 곡들의 순서가 어떤 호흡을 끌어낼지, 즉흥적인 그날의 분위기가 나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포스터. 2017.03.16. (사진 = 스토리피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포스터. 2017.03.16. (사진 = 스토리피 제공)  [email protected]

 뮤지컬에서도 이례적으로 즉흥 작품이 선보인다. '2017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기획프로젝트 박스(BOX) 846'의 두 번째 작품인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이다.

 오는 4월14일부터 5월14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하는 이 작품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즉흥 뮤지컬을 표방한다.

 관객과 배우들이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독특한 형식이다. 전형적인 즉흥극(Improvised Theatre)의 형식에서 한층 발전한 작품이라고 공연 제작사 아이엠컬쳐는 전했다.

 공연 중 관객들이 선택한 주인공, 상황, 제목들이 장면과 노래로 만들어진다. 다양한 연극적 아이디어가 더해져 매회 예측 불가능한 공연을 완성한다.

 아이엠컬쳐는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는 연습실'이라는 상황만 주어질 뿐 완결된 구조의 희곡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배우와 연출, 객석을 채운 100여 명의 관객들 각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안덕기 무용단 수석. 2017.03.15.(사진 = 국립국악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안덕기 무용단 수석. 2017.03.15.(사진 = 국립국악원 제공)  [email protected]

 "매회 공연을 관람하는 100여 명의 관객들은 공연을 만드는 제작진이 되고, 무대 위 다섯 명의 배우들은 관객과 호흡하며 뮤지컬을 만들어 나가는 배우로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뮤지컬 '로기수'와 연극 '벙커 트릴로지'의 스타 연출가 김태형과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의 연출이자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대표인 민준호가 연출 역을 맡아 배우로 나서 눈길을 끈다. 배우 박정표, 홍우진, 이정수, 김슬기, 정다희가 나온다.  

 이미 즉흥 공연이 많은 무용계에 또 다른 작품도 나온다. 오는 17일  오후 8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안덕기 국립국악원 무용단 수석이 선보이는 '기시적 충돌'이다.

 즉흥을 주제로 가장 원초적인 움직임과 무의식의 이미지를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통해 무대 위로 끌어낸다. 국악에 이국적인 음악적 색채를 더한 윤서경(아쟁), 양승환(하르모니움), 구성모(타블라), 그나성(노래) 등이 함께한다.

 즉흥 연주나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음악·무대 언어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끈한 흐름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무척 도전적인 과제로 통한다.

 공연관계자는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예술가와 창작집단으로 즉흥 공연이 점차 늘어나는 모양새"라며 "볼거리가 많아지는 사회에서 다양한 관객층을 흡수하기 시도"라고 봤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