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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합동토론회] 팽팽한 '축구 토론'…거친 말싸움과 공방 '눈길'

등록 2017.04.13 17:54:59수정 2017.04.13 17: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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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열린 서울방송과 한국기자협회 공동 개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홍준표(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04.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열린 서울방송과 한국기자협회 공동 개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홍준표(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04.13.  [email protected]

안보관 뜨거운 감자…날선 공방으로 사회자 중재 수차례  

【상암=뉴시스】장윤희 정윤아 채윤태 윤다빈 최선윤 기자 = 대선 후보 다섯 명의 첫 합동 토론회는 150분짜리 축구 경기를 방불케 했다. 전반전 1부 정책검증 시간에서는 안보와 경제 문제를 두고 여러 태클이 오갔다.

 후보의 리더십과 자질을 묻는 후반전 2부에서는 거친 공방으로 사회자 제재를 받는 사례가 속출했다. 일부 후보들의 수위 높은 발언과 말 자르기 등의 변칙 플레이는 보는 맛을 더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 수시로 찾아왔지만 다섯 후보들은 모두 제한 시간을 지키고 준비한 질문과 답변을 베테랑답게 소화하며 예상보다 토론을 매끄럽게 마쳤다. 불쑥 튀어오는 공격적 질문에 목소리를 높이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침착하게 대응했다.

 13일 '대선후보 초청토론회'가 열린 SBS 상암 프리즘타워 정문 앞은 이른 아침부터 여러 시민단체와 언론노조 관계자, 시위자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간단한 인사를 하고 스튜디오로 들어갔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집회 참가자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무대에 올랐다.

 이날 각 후보들의 옷차림만 봐도 성격과 소속 정당이 한눈에 느껴졌다. 남성 후보들은 정당 상징색의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가장 왼쪽에 앉았던 홍준표 후보는 선명하고 새빨간 넥타이를, 옆에 자리한 안철수 후보는 녹색 바탕의 섬세한 체크무늬 넥타이를 맸다. 가운데 앉은 유승민 후보는 하늘색 민무늬 넥타이, 문재인 후보는 군청색과 금색이 사선으로 섞인 넥타이를 착용했다. 유일한 여성인 심상정 후보는 흰 블라우스에 노란색 재킷을 걸쳤다. 문 후보와 심 후보는 세월호 추모 리본을 옷깃에 달아 시선을 끌었다.

 합동토론회 전반전은 홍준표 후보 특유의 거친 발언으로 포문이 열렸다. 토론회 초반은 보수 진영 홍준표와 유승민 후보의 티격태격 말싸움으로 시작했다. 홍 후보가 유 후보를 향해 "본인의 강남좌파 평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유 후보는 "전혀 동의 안한다. 홍 후보를 극우파 후보라 표현하면 동의하겠냐"고 반박했다. 공방이 이어지자 사회자인 김성준 SBS 앵커가 "정책 토론에 집중해 달라"고 토론을 제재했고 홍 후보는 "강남좌파도 정책분야"라고 맞받았다.

 발끈한 유 후보는 재판 중인 홍 후보에게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꼬집자 홍 후보는 "나한테 잘못 있으면 대통령 임기 마치고 감옥에 가겠다"고 파격적 발언을 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주적은 문재인 후보다. 문 후보를 공격해야지 지금은 좀 그렇다"고 말했고 유 후보는 허탈하게 웃었다. 김 앵커는 또다시 토론을 중재했다.

 안철수 후보는 사드 배치 반대에서 찬성으로 전환한 것에 집중 공격을 받았다. 심상정 후보는 "강력하게 사드 반대하던 분이 입장 바꿔서 충격이었다. 외교안보 상황이 바뀌었다는데 바뀐 건 선거 중이란 것밖에 없다"고 안 후보를 공격했다.

 유 후보도 "아무 말 없다가 선거 한 달도 안 남기고 안보에 결정적인 부분이 바뀐 건 호남에서 이기고, 보수표를 얻기 위한 정략"이라고 안 후보를 비꼬았다. 홍 후보는 "안 후보는 좌파냐, 우파냐"고 따졌다. 이에 안 후보는 "최근에 바뀐 게 아니라 일관되게 올 초부터 주장해 온 것이다. 중국 경제제재 등 상황이 바뀌었다"며 "나는 어느 쪽도 아닌 상식파"라고 응수했다.

 후반전은 후보자의 자질 검증으로 진행됐다. 후반전 공격은 문재인 후보에 집중됐다. 문 후보는 토론회 내내 미소 띤 표정을 유지했지만 홍준표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이 640만 달러 뇌물을 받을 때 정말 몰랐느냐" "북한에 수십만 달러를 퍼주지 않았냐"며 지적하자 표정이 달라졌다. 문 후보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면서 "그 말 책임져야 한다" "옛날 한나라당은 차떼기땅"이라며 토론 도중 가장 목소리가 올라갔다. 결국 진행자가 토론을 중간에 끊고 다른 주제로 전환시켰다.

 문 후보의 공격도 있었다. 홍 후보가 문 후보를 향해 "대통령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간다고 말할 정도로 안보관이 불안하다"고 말하자 문 후보는 "북한 핵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면 홍 후보님은 북한에 가지 않을 겁니까"라고 역으로 물었다. 홍 후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답변하지 않고 일자리 정책 질문으로 넘어갔다. 

 유 후보는 '문재인 저격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문 후보의 사드 입장과 북한인권결의안 문제를 집요하고 물고 늘어졌다.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사드 배치 찬성합니까 반대합니까"라며 '예/아니오'식의 답변을 몰며 정확한 선긋기를 촉구했다. 문 후보는 "차기 정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적폐발언'으로 공격과 수비를 반복했다. 문 후보가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협치를 못한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무슨 통합을 말하냐"고  묻자 안 후보는 "나는 합당 안 하고 협치한다고 했다. 문 후보 캠프 사람 중에는 박근혜 정부 탄생에 공 세운 사람이 많다. 문재인 후보와 손잡으면 죄가 사해지냐"고 쏘아 붙였다. 문 후보는 "나와 함께하는 분 중에 국정농단 세력에 관여한 사람이 누가 있냐"고 반박했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열린 서울방송과 한국기자협회 공동 개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홍준표(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2017.04.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열린 서울방송과 한국기자협회 공동 개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홍준표(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2017.04.13.  [email protected]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적폐세력이냐"고 묻자 문 후보는 "둘 다 적폐세력 출신이다. 홍준표는 피할 수 없지만 유승민은 그 정권을 비판하니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와 홍 후보의 설전도 이날 백미였다. 심 후보가 "홍 후보는 정책보다 자격부터 따져야 한다. 세탁기 갔다 왔다는데 고장 난 세탁기 아닌가. 파렴치하다"고 홍 후보를 꼬집었다. 그러자 홍 후보는 "삼성 세탁기"라고 응수하며 "심 후보는 대선 나오려면 의원직부터 사퇴하라. 당당하게 의원 사퇴하고 대선에 임하라"라고 맞받아쳤다.

 심 후보가 "홍 후보는 청년 일자리를 위해 민주노총을 응징한다했는데 제가 대통령되면 홍 후보가 국민세금으로 특수 활동비 쓴 것 알뜰하게 챙겨서 일자리 만들겠다"고 말하자 홍 후보는 "(심 후보는) 대통령될 가능성 없으니까 그런 꿈 안 꾸셔도 된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얼굴이 굳어진 채 "홍 후보 같은 분 때문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이 종료될 무렵 후보들의 얼굴은 처음보다 약간 상기된 듯 보였다. 각 테이블에 놓인 보리차는 모두 절반 이상이 줄어들었다. 후보자들의 토론 메모지는 검은색 글씨로 뒤덮여있었다. 사회자는 애초 30초로 예정된 후보별 마무리 발언 시간을 조금 더 늘렸다.

 안 후보는 "유능함으로 판단해 달라. 대통령은 경험이 아닌 증명의 자리"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를 의식한 듯 "이번 대선은 인수위 과정 없이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 충분히 준비된 후보 아니고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문 후보와 안 후보를 겨냥해 "지금 진보 후보 두 분이 지지율 1~2위를 다툰다. 박근혜 정권 심판이 아닌 미래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심 후보는 "대통령 하나 바꾸는 선거가 되서는 안 된다.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만들게 나를 도구로 써 달라"고 호소했다. 홍 후보는 "어제 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숨어있는 민심을 확인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대선에 이기는 뜻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각 후보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기념 촬영까지 마치고 스튜디오를 빠져나왔다. 건물 밖에는 열띤 토론회 분위기를 식히듯이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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