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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클라이번 ' 우승 선우예권 "노력해서 후회 없어요"

등록 2017.06.28 14: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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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및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서 연주했던 곡을 연주하고 있다. 2017.06.2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및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서 연주했던 곡을 연주하고 있다. 2017.06.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콩쿠르 우승을 해서 후회가 없다기보다 그 만큼 노력을 많이 해서 후회가 없어요."

55년 역사의 세계적 피아노 대회인 '제15회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처음으로 우승한 선우예권(28)의 얼굴은 한결 편해보였다.

선우예권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내 세종아카데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마지막 콩쿠르에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올림픽처럼 4년마다 열리는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념하기 위해 1962년부터 열리고 있다.

소위 세계 3대 콩쿠르로 통하는 쇼팽·차이콥스키·엘리자베스 퀸과 견줄 만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그간 루마니아의 라두 루푸, 독일의 크리스티안 차하리아스 등을 입상자로 배출했다. 한국인 입상자로는 2005년 처음으로 양희원이 입상한 데 이어 2009년 스타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달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진행된 이 콩쿠르의 시상식에서 금메달 수상자로 이름이 호명된 선우예권은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콩쿠르"라고 했다. "우선 콩쿠르에 참가할 수 있는 나이 제한(보통 서른살 안팎)의 마지막이기도 해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및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06.2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및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06.28.  [email protected]

우승자로 이름이 발표되자 마다 각종 인터뷰와 미팅을 치러내야 했던 선우예권은 당시 "무엇을 생각하고 말고 할 정신이 없었다"고 웃었다. "호스트 패밀리랑 같이 지냈는데 숙소로 돌아가서 든 생각을 '잘 끝났구나'였어요. 정말 따듯하고 헌신적인 걸 좋아하는데 실제 집에 온 느낌처럼 편안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강아지도 있어 더 좋았죠"라고 수줍게 미소를 더했다.

선우예권은 클래식 음악 팬들 사이에서 '콩쿠르 부자'로 통한다. 조성진이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콩쿠르 스타였다. 2004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뒤 2009년 인터라켄 클래식 국제 음악 콩쿠르를 시작으로 2014년 방돔 프라이즈(베르비에 콩쿠르)와 2015년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 그리고 이번 반 클라이번 콩쿠르까지 굵직한 주요 콩쿠르에서 8번 우승했다.

비교적 또래보다 늦은 나이인 초등학교 2학년 때 누나를 따라 학원에 갔다가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커리어와 궁핍함을 벗어나기 위해 대략 만 16세부터 한해에 2~4개씩 콩쿠르에 출전했다. 그간 출전한 콩쿠르만 대충 세어도 20개가 넘는다. 그런 선우예권이 가장 아쉬움이 남았던 콩쿠르는 조성진이 우승한 콩쿠르이자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와 비슷한 시기에 열린 '쇼팽 콩쿠르'. 우승을 못해서 아쉬움은 전혀 없었고 당시 자신의 나태함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자만을 한 것 같기도 해요. 당시 에튀드를 바꾸고 싶다고 콩쿠르 주최 측에 이메일을 보냈는데 너무 늦었다는 거예요. 무대 위로 올라가서 카메라 앞에 섰는데 (경연장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준비가 안 된 것을 알았기에 운이 좋아야 붙는다는 생각이 든 거죠. 아무 생각 없이 갔고, 그게 큰 실수였어요. 그런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죠. 몇 개의 국제 콩쿠르에서 비슷한 실수를 했거든요. 제 자신의 나태함 때문에 과거 안 좋은 결과를 받은 적이 있어 이번에 후회 없이 준비를 했어요. 그래서 심적으로 더 부담감이 있었죠."

콩쿠르에 출전할수록 해당 시스템에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선우예권은 더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연락을 차단하는 이유"다. "콩쿠르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은데 응원을 받게 되면 콩쿠르에 참가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아요. 그걸 줄이려고 연주 자체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콩쿠르 준비하는 동안 지인들과도 연락을 안 하죠. 어머님께도 메시지를 안 드리는데 항상 기다려 주셔서 감사하죠."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및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06.2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및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06.28.  [email protected]

선우예권은 2주 반 동안 총 6번을 연주해야 하는 이번 콩쿠르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세미 파이널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듣고 무대 위로 나갈 때 휘청 거려 의자에 이마를 살짝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우선 "콩쿠르를 준비할 때도 연주를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전념했다"며 "예전과 다르게 일찍 부지런히 준비를 해서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어요. 다른 때보다 5~6배 노력한 것 같아요"라고 했다.

지난 4월 독일에서 콩쿠르 참가가 아닌 콩쿠르 심사를 보기도 한 선우예권은 당시 연주에 대해 많은 걸 깨달았다고 했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흠과 결점이 없어도 끌리지 않는 연주가 있더라고요. 연주력 자체에 흡입력이 있으면 더 끌렸어요. 이것저것 생각을 안 하게 하는 연주죠."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심사위원들도 선우예권과 비슷한 걸 느꼈다. "이번 콩쿠르가 끝나고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제 연주해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설득력이 있었다고 하셨어요. 그것이 연주자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콩쿠르에 참가하는 연주자가 가져야 할 중요한 마음가짐이죠."

'반 클라이번 콩쿠르'를 치르기 전 참가를 살짝 고민 중인 콩쿠르가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은 선우예권은 "이제 감사하게도 (콩쿠르는) 더 안 해도 될 거 같다"고 웃었다.

콩쿠르 측으로부터 3년 간 연주와 음반 발매를 통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 선우예권은 앞으로 숱한 연주가 예정됐다. 특히 영국 런던 기반의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키노트'와 함께 하게 돼 유럽 시장까지 아우르게 됐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및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서 연주했던 곡을 연주하고 있다. 2017.06.2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및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서 연주했던 곡을 연주하고 있다. 2017.06.28.  [email protected]

선우예권은 이날 오는 8월 중 유니버설 뮤직 산하의 데카 골드 레이블을 통해 발매될 예정인 '제 15회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우승자 앨범'은 콩쿠르 실황에도 실릴 퍼시 그레인저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듀엣 주제의 사랑을 말하다'와 슈베르트 - 리스트의 가곡 '리타나이'를 연주했는데 그 특유의 영롱함은 여전했다.

선우예권이 굵직한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후 한국의 피아니스트들을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 임동혁, 손열음, 김선욱, 조성진 등 앞서 다른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젊은 연주자들의 이름도 다시 떠올랐다.

"콩쿠르 결과 자체만 봐도 한국인들이 파이널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한편에서 한국인 연주자들을 보고 '너무 콩쿠르에만 집착한다'고 하는데 외국인 연주자들을 잘 몰라서 하시는 말씀인 것 같아요. 이번 콩쿠르도 그렇고 해외 연주자들은 여러번 콩쿠르를 참가하거든요. 모든 음악가들이 다 똑같아요. 더 좋은 무대를 위해 연주를 하고 싶어하는 갈망이 있고 그래서 다들 절실하게 도전하죠."
 
한국 연주자들의 장점은 '서로 교류를 많이 한다'는 것. 그 역시 이번에 임동혁 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해외 연주자에 비해 악기와 상관없이 음악적 공유를 하고 서로 음악적 영감도 주기도 하죠. 꼭 음악 연주를 통해서가 아니라 대화하면서 깨닫고 그것을 자양분 삼아 국내 연주자들이 크게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및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서 연주했던 곡을 연주하고 있다. 2017.06.2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및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서 연주했던 곡을 연주하고 있다. 2017.06.28.  [email protected]

후배 연주자들를 위한 조언을 묻자 "제가 그런 입장이 될 지 모른다"고 조심스러워하며 "순단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큰 그림을 그리면서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순수하게 음악 자체에만 집중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선우예권의 해외 스케줄은 빠듯하다. 동시에 국내 일정도 소화해야 한다. 29일 '2017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를 비롯해 12월2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김정원, 손열음 등과 함께 연주한다.

특히 주목도가 큰 건 이미 매진이 된 12월2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리사이틀. 600석 규모의 이 공연은 콩쿠르 우승 소식이 알려진 직후 매진이 됐고, 팬들의 성원에 힘 입어 같은 달 15일 2500석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추가하는 걸 추진 중이다.

"많은 분들이 연주를 찾아와 주셔서 감사해요. 연주자로서는 그 보다 더 행복한 것이 없어 감사한데 '대중적인 연주자'라고 하면 제 머릿속에는 상상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신의 스승인 리처드 구드와 라두 루푸 같은 진심이 담겨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연주가 가슴으로 와 닿은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이 '젊어 보인다'는 얘기를 듣는데 연주와 준비하는 시간이 힘들지만 스스로 얻는 치유, 위로, 행복감이 크거든요. 제 연주로 그것을 조금이나마 공유하고 전달하고 싶어요. 그런 감정을 공유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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