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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전남도청 원형 복원 해법찾자]①'광주의 민낯' 10년을 허비했다

등록 2017.07.1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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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아시아 지역의 문화를 세계로 이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한 가운데 관람객들이 4일 오후 광주 동구 문화전당 시설물을 둘러보고 있다. 2015.09.04.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시민들의 발길로 북적이는 아시아문화전당. 2017.07.16.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2015년 11월25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핵심 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공식 개관했다.

 그러나 5개원 중 옛 전남도청을 리모델링해 만든 민주평화교류원(5·18민주평화기념관)은 5·18단체와의 갈등으로 인해 1년7개월이 지난 올해 7월 현재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무자비한 살상으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은 '옛 전남도청 원형 복원'을 외치며 도청 별관에서 300일 넘게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그러던 중 갈등을 풀어낼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옛 전남도청 원형복원 문제를 "광주시와 협의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현재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5월 단체를 중심으로 꾸려진 '옛 전남도청 복원 범시도민대책위'는 옛 전남도청 원형 복원을 문화체육관광부와 새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광주시도 대책위 입장을 전면 수용, 도청을 80년 5월의 모습으로 복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요구는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민주평화교류원을 짓기 위해 들어갔던 예산이 증발하고, 건물을 복원하는데 270억원의 돈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전당의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한 '자기 반성'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옛 전남도청 원형 복원을 둘러싼 갈등의 시작과 과정을 되돌아보고, 해법이 무엇인지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10년 세월 허비한 '광주의 부끄러운 민낯'

 5·18 최후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을 둘러싼 갈등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설적이게도, 옛 전남도청을 둘러싼 지난 10년의 갈등은 광주의 부끄러운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2008년 6월, 5월 단체들이 옛 전남도청 별관 보존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였다. 당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기획단이 문화전당 착공 직후 도청 별관 철거에 나서면서다.

 추진단은 별관 터가 문화전당의 주통로이기 때문에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5월 단체는 5·18의 상징성을 간직한 역사적 건물이라는 이유로 원형 보존을 주장했다. 그 해 12월, 결국 문화전당 공사가 중단됐고, 갈등은 지속됐다. 목소리도 모아지지 않았다. 지역 사회조차 철거 찬성론과 원형보존론으로 대립하며 서로에게 생채기를 남겼다.

 분열의 정점은 5월 단체가 찍었다. 회원 수가 가장 많았던 5·18 구속부상자회가 2009년 2월, 천막 농성 240일 만에 별관 철거를 수용하며 천막 농성에서 이탈했다. 별관 철거 대신 광주에 문화중심도시 상징조형물을 만들고 문화전당 안 민주평화교류원 운영에 참여하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반면 5·18 당시 직접적 인명피해를 입었던 5·18 유족회와 부상자회는 원형 보존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계속했다.

 이후 5월 단체 간 다툼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5·18 29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구속부상자회 소속 회원 200여 명이 점거 농성 중인 유족회와 부상자회 회원들을 끌어 내겠다고 몰려 들며 양측이 충돌 직전까지 갔다.

 시민사회단체와 학계는 별관철거 해법을 내놓기보다 찬반 논란에 가세하며 갈등을 더욱 부추겼고, 광주는 두 쪽으로 갈라졌다. "오월 영령 앞에 고개를 들 수 있는가" "부끄럽다"는 광주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이른바 '옛 전남도청 별관문제 해결을 위한 10인 대책위원회'가 2009년 6월 꾸려졌다. 갈등이 불거진 지 1년 만에, 그 동안 논란에서 한 발 빼고 있던 지역 정치권이 움직인 것이다. 당시 박광태 광주시장, 민주당 박주선·조영택·김영진·김재균·강기정·이용섭·김동철 의원, 무소속 강운태 의원, 강박원 광주시의회 의장 등이 참여했다.

 5·18 유족회와 부상자회도 농성을 끝내며 힘을 실어줬고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면담을 가진 끝에 10인 대책위는 옛 도청 별관 1·2층을 뚫어 터널식 진입로를 만드는 '오월의 문'과 '별관 부분 존치'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했던 갈등을 다시 터트린 것은 추진단 측이었다.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1일 오전 헬기를 타고 촬영한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부지에 완공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전당은 4일 개관한다. 2015.09.01. (헬기조종=박창순 광주소방항공대장·장화식 부기장)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2015년 9월 개관을 앞두고 헬기에서 촬영한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2017.07.16.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추진단은 1년 뒤인 2010년 7월, 54m에 이르는 도청 별관 중 왼쪽 24m를 헐어 통로로 쓰고 나머지 30m만 보존키로 결정하면서 5월 단체가 요구했던 '오월의 문'은 건물 안전을 이유로 사실상 배제했다.

 이후 10인 대책위는 5·18 유족회와 부상자회,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정부안을 받아들였다.옛 도청본관과 별관의 구조물 연결, 별관 일부의 활용 방안 등을 세부 설계과정에서 정부와 계속 협의해 나간다는 조건부 수용이었다. 향후 정부와의 협의는 강운태 당시 시장에게 일임키로 했다.

 사실상 옛 전남도청의 원형 보존을 포기한 것은 이 때의 '광주'였다.  문화전당 건립공사가 다시 시작됐고, 2015년 9월4일 문화전당이 부분 개관한 데 이어 11월25일 정식 개관했다. 당초 계획보다 개관이 5년 늦어졌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5·18 당시 상황을 알리는 역할을 했던 방송실이 완전 철거되고 상황실 자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경찰청 민원실도 옛 모습이 깡그리 사라졌다. 5·18단체들은 리모델링을 거치며 계엄군이 발포한 총탄 자국이 사라졌다는 주장까지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5월 단체는 문화전당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면담을 갖거나 수차례 공문을 주고 받았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결국 5월 단체는 지난해 9월 다시 별관 점거농성에 들어가며 10년 전의 '원형 보존'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문화전당 측은 "2010년 합의 이후 수 차례 의견 수렴 간담회와 자문위 회의, 시민토론회, 포럼, 사업설명회 등을 통해 합의된 결과"라며 5월 단체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그 동안 유지했다.

 실제 문화전당은 2011년 민주평화교류원의 운영 방향 등을 만들기 위해 기획운영자문위를 네 차례 열었다. 자문위원에는 5·18단체, 호남학, 의병, 동학, 학생독립운동, 4·19, 문화예술,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하는 총 28명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위촉됐다.

 현 시장인 윤장현 당시 아시아인권위원회 이사도 자문위원으로 포함됐다. 네 차례 회의 중 양희승 5·18 구속부상자회장은 세 차례 참석했다. 이후에도 5월 단체 대표와 단체 회원,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이 참석한 설명회와 토론회, 포럼 등이 수차례 열렸다.

 하지만 방송실이 철거되고 상황실 자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는 등 옛 전남도청이 심하게 훼손되는 5년의 시간 동안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다.

 5월 단체는 "문화전당이 자신들 입맛에 맞는 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만 들었다"며 전당 측을 비판했지만, 그 동안 단체 간의 갈등 등을 이유로 사실상 관심을 두지 못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광주시 역시 정부와 옛 도청 별관의 설계과정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지만 전담부서조차 없이 5년을 방관했다. 이 때문에 최근 열린 시민공청회에서는 2008년 옛 도청별관 보존 투쟁 등의 과정에서 5월 흔적을 지켜내지 못한 시민사회와 5월 단체, 광주시의 '과오'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가 나왔다.

 광주시의 경우 최근 2년 동안 5월 단체와 전당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었지만, 이를 중재하기 위해 나서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대책위 김영정 집행위원장은 "옛 전남도청 훼손은 문체부와 광주시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전 추진단장과 10인 대책위 역할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며 "(2010년) 도청 별관 철거 합의에 나섰던 인물들을 '철거 5적'으로 정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말 5·18기록관에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과 문화전당 정상화 해법'을 주제로 열릴 예정이었던 포럼이 무산·연기된 것도, 이 전 추진단장이 발표자로 참석하는 것에 대해 대책위 측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인 만큼 감정의 골이 깊다.

 익명을 요구한 대책위 관계자는 "결국 지난 10년동안 도청 별관 문제를 만들고 키우고, 방치한 것도 모두 광주"라며 "남탓하기 전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그 뒤 문화전당의 미래를 말할 수 있고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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