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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광풍②]가상화폐, 안전자산인가 위험자산인가

등록 2017.08.22 0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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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광풍②]가상화폐, 안전자산인가 위험자산인가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안전자산인지 위험자산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가상화폐는 실물화폐에 대한 불안에서 출발했다. 경제적으로 불안한 지역에서 기존 실물화폐의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키프로스 사태와 브렉시트 사태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 안전자산으로 매력이 높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과 북한 간의 갈등으로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됐을 때도 가상화폐가 새로운 자산 도피처로 주목받았다.
 
미국과 북한이 '화염과 분노', '괌 공격' 등 전면전을 시사하는 듯한 거친 언사를 주고받은 지난 11일에는 국내에서 비트코인 거래 가격이 처음으로 400만원을 넘어섰다.  

최근 비트코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불안할 때 몰려드는 중국인 투자자들로 가격이 급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물 화폐에 대한 가치가 떨어질 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수요가 몰린다는 것은 안전자산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탠드포인트리서치의 창업자 로니 모아스 애널리스트는 "주요 화폐 등 기존 투자수단의 신뢰 저하로 가상 화폐를 둘러싼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라며 "채권, 주식, 금 등에 들어온 자금의 1%가 결국 가상 화폐로 유입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화폐의 가치 변동성이 너무 높아서 안전자산으로 분류하는 게 무리라는 견해도 나온다. 화폐로서의 가치에 대한 수요 보다는 투기적인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폐는 가치 척도기능, 가치의 저장기능, 교환의 매개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물물교환의 대상이 될 만큼 가치가 있어야 하고 대중적으로 널리 쓰일 수 있도록 수량이 충분해야 한다. 또 화폐의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법정 신용화폐는 그 액면가에 해당되는 가치를 국가가 보증해주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신용을 보장해줄 발행 주체가 없다.

오직 시장 참여자들의 암묵적 합의로 가치가 형성될 뿐이다. 적정한 가치 평가, 즉 밸류에이션은 불가능하다. 이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불안 요소로 지적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비트코인이 구조적으로 통화보다는 상품의 특성을 갖고 있으며 환율의 변동성에 따른 투기조장, 통화정책 운용의 불가능성 등을 이유로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이수정 연구원은 "최근 비트코인의 가치 급변은 그 자체로 모순적"이라며 "비트코인은 차세대 화폐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각광받고 있는데 이 때문에 투자가 늘어나 가치의 변동성이 높아지면 투자의 전제가 된 화폐로서의 기능은 오히려 후퇴한다. 가상화폐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급등했던 가치가 급락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상화폐를 법적 통화로 인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일본과 유럽,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는 법적 통화는 아니지만 지급결제 거래수단 정도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 국가에선 제도 틀 안에서 거래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나 가격 안정을 위한 조치도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투자자들은 해킹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자체에 대한 해킹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일반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사설 사이트가 해킹 당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작년 6월 브렉시트 사태 이후 760달러까지 상승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8월에 홍콩에서 있었던 비트피넥스(Bitfinex) 거래소 해킹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했다.

당시 비트피넥스는 대규모 사이버공격으로 인해 비트코인 약 12만 비트코인, 약 7500만 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의 손실을 기록했다.

비트피넥스 측은 도난 당한 금액을 전체 잔액으로 분산하고 공격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고객을 포함한 모든 고객이 해당 손실에 대한 보상을 했다. 이로 인해 모든 투자자는 36.1%의 분산 손실을 입었다.

한국에서도 지난 4월 야피존이라는 거래소가 해킹으로 3831비트코인(약 55억원)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전체 고객의 37.1%씩 손실로 이어졌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민간 거래소의 경우 해킹이나 횡령으로 인해 파산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예치금이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가상화폐를 거래수단으로 인정하고 규제화 할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 거래소들은 이와 별개로 해킹 등에 대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내 주요 거래소 중 한 곳인 코인원은 지난 14일 업계 최초로 현대해상과 해킹 등 피해 보상에 대한 보험에 가입했다.
 
SK증권 한대훈 연구원은 "비트코인을 인정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널리 통용되면서 새로운 통화로 인정을 받게 될지, 아니면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분류가 될지, 아니면 모든 국가들이 인정을 하지 않아 소멸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금의 경우 장신구로서의 효용을 제외하고 금속으로서의 가치만 놓고 봤을 때는 지금만큼의 가치가 인정되기는 어렵지만 그 가치가 유지되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없고, 정식화폐로서의 인정도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평가절하하기에는 이미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송금수단에서 결제수단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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