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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더블데이트] '인사' 합시다, 사제지간 전미숙·이주희

등록 2017.09.03 09:56:07수정 2017.11.14 11: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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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무가 전미숙, 전미숙 무용단 '바우' 연습 장면. 2017.09.03 (사진 = BAKi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안무가 전미숙, 전미숙 무용단 '바우' 연습 장면. 2017.09.03 (사진 = BAKi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현대무용 안무가 전미숙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전미숙무용단이 오는 9일~10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바우(BOW)'를 국내 초연한다.

'인사'라는 단순한 제스처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갖는 사회적 의미, 이 속에 숨겨진 인간관계의 이중성과 아이러니를 포착한 작품이다.

최근 서초동 한예종에서 만난 전 교수는 이번 작품 모티브를 외국에서 초빙 온 안무가들이 한예종 학생들의 인사법에 놀라워하는 데서 찾았다고 했다.
 
그녀는 "해외 유명 안무가들이 우리 학교에 많이 다녀가셨는데 학생들이 90도로 인사하는 태도를 보고 많이 놀라워했다"며 "난 관습에 젖어서 당연한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인사법이 색다른 문화·우리의 정신세계를 보여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프랑스의 '2016 파리 무용 콩쿠르'에서 컨템포러리 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했던 이주희는 "프랑스에서 볼뽀뽀를 하는 것이 낯설어 한국 식으로 인사를 하니 신기하게 보더라"면서 "인사법만으로도 문화 차이를 알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결국 '바우'는 문화적·사회학적 인류 관찰기가 됐다. 이미 세계 여러 곳에서 공연하며 육체적, 문화적 소통을 꾀했다.

【서울=뉴시스】 이주희, 전미숙 무용단 '바우' 연습 장면. 2017.09.03 (사진 = BAKi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주희, 전미숙 무용단 '바우' 연습 장면. 2017.09.03 (사진 = BAKi 제공) [email protected]

2014년 아시아와 호주권을 대표하는 말레이시아의 타리댄스페스티벌에 25분짜리로 초연했다. 이후 2015년 전문음악가 및 현대무용가 교육 부문에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트리니티 라반 콘서바토리 초청 공연했다. 지난해 세계적인 무용 마켓으로 알려진 독일의 '탄츠메쎄'(International Tanzmesse NRW)에서 공식 쇼케이스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주희는 "나라마다 인사하는 법이 다르다는 걸 새삼 한 번 더 돌이켜보면서 인사법에 따른 움직임이 뭐가 있을까 즐겁게 고민 중"이라고 웃었다.

전미숙 무용단의 대표작 '아모레 아모레 미오(Amore Amore Mio)'에서 스펙터클한 찻잔 가득 무대로 미장센 감각을 뽐냈던 전 교수는 이번에도 비밀무기를 준비했다. 한국적인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부채다.

전 교수는 "현대무용을 하고 있지만 한국적인 소재를 접목하는 것이 흥미롭다"면서 "부채로 한국적인 움직임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오브제로 인해 더 다양하게 접근을 할 수 있어요, 즉흥에서 나올 수 있는 움직임이 오브제를 통해서 시도가 되면, 뜻하지 않은 움직임을 만들 수 있고, 하나의 그림처럼 접근을 할 수 있죠. 여백의 미라고 할까요. 아름답고 편안하고 여유롭게 가고 싶어요."

전 교수의 이런 의도와 고민은 20대 중반의 젊은 현대 무용수인 이주희에게도 신선함을 안긴다. 이주희는 "저희 세대는 서양문물에 더 익숙해져 있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한국인에 본능적으로 배어 있는 행위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전미숙 무용단 '바우' 연습 장면. 2017.09.03 (사진 = BAKi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미숙 무용단 '바우' 연습 장면. 2017.09.03 (사진 = BAKi 제공) [email protected]

두 사람은 한예종 무용원 스승과 제자 사이다. 이미 여러 번 작업을 함께 하며 든든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전 교수는 이주희에 대해 "열심히 한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성실하다"며 "각양각색으로 트레이닝이 잘 된 무용수로 여러 가지 안무를 잘 흡수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지난해 파격의 상징인 프랑스 프렐조카주 발레단과 작업할 기회를 거머쥐었으나 테러 등 현지 사정으로 안타깝게 무산된 바 있는 이주희는 어렸을 때 발레로 춤을 시작했고, 고등학생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현대무용을 접했다.

그녀는 "누군가 주입해주는 교육을 받아오다 대학에 들어왔는데 교수님의 수업은 모든 걸 열어놓는 작업이라 어려웠다"면서 "처음에는 혼란이 왔다는 결국 제것을 찾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웃었다.

신창호, 차진엽, 김동규, 김판선, 김보라, 김성훈, 최수진 등 자유로운 몸짓의 스타 무용수들을 배출한 '현대무용계의 대모'답게 전 교수는 '소통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학생들을 가르쳐온 전 교수가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주문하는 건 "나처럼 하지 말라"다. "저처럼 하면 20년이 퇴보하는 거예요. 문화가 정말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스스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본인도 변해야죠."

전 교수는 제자인 김보라, 차지연과 함께 오는 10월 25일~2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페미니즘 3부작을 선보인다. 

【서울=뉴시스】 전미숙 무용단 '바우' 연습 장면. 2017.09.03 (사진 = BAKi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미숙 무용단 '바우' 연습 장면. 2017.09.03 (사진 = BAKi 제공) [email protected]

그녀는 "활발히 활약하는 여자 안무가, 무용수가 많지 않는데 이번 무대가 거기에 대한 고민을 하는 자리였으면 한다"면서 "젊었을 때는 고발성 내지는 임팩트가 큰 작품을 주로 했는데, 이제는 춤을 추려고 하지 않아도 춤이 보이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이번 공연에는 이주희 외에 엠넷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을 통해 이름을 얼린 현대무용수 안남근, 임샛별, 윤나라와 양지연, 이지윤, 윤주, 송승욱, 배현우, 최승민 등이 출연한다.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 대표인 현대무용가 김재덕이 음악을 맡았다.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예술경영센터의 '2016 서울아트마켓-팸스(PAMS)'에도 선정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내년에는 작품 선정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스위스 '댄스 페스티벌 스텝스(Dance Festival STEPS)'를 비롯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도 공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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