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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방송①] 확산되는 해외 대북방송, 英 BBC 합류...“北 주민 30% 청취“

등록 2017.10.09 09:00:00수정 2017.10.09 12: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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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가 16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진행된 IRBM(중거리급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장면을 공개하고 있다.조선중앙TV는 "우리의 최종목표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미국 집권자들의 입에서 함부로 잡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화성-12형의 전투적 성능과 신뢰성이 철저히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가 16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진행된 IRBM(중거리급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장면을 공개하고 있다.조선중앙TV는 "우리의 최종목표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미국 집권자들의 입에서 함부로 잡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화성-12형의 전투적 성능과 신뢰성이 철저히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윤영 기자 = 영국 공영방송 BBC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부터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라디오 방송을 시작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이로써 미국과 일본에 이어 유럽에서도 북한에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공중파 전송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소리 방송(VOA), 일본에서는 정부가 운영하는 후루사토노가제(고향의 바람) 방송과 민간 차원의 시오카제(바다바람) 방송이 대북방송을 해 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KBS한민족방송과 민간에서 운영하는 자유북한방송, 국민통일방송, 북한개혁방송 등이 있다.
 
 특히 이번 BBC의 대북방송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 시작된 것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전략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BBC는 하루 30분 분량의 뉴스를 북한 시간 기준으로 단파는 자정부터 오전 3시까지 중파는 오전 1시부터 3시까지 반복해 방송한다. 단파는 5810 kHz, 9940 kHz 두 개 주파수를 사용하고, 중파는 1431 kHz 주파수를 사용한다. 단파는 방해전파에 약하기 때문에 대북방송들은 북한당국의 방해를 피해 수시로 주파수를 바꿔주는데 BBC도 11월부터는 다른 주파수를 사용할 예정이다.

 BBC는 첫 방송에서 미군의 B-1B 폭격기의 한반도 작전 전개와 독일 총선 등의 최신 뉴스와 함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인터뷰 등을 전했다. 평양, 함흥, 청진 등 북한 주요 지역의 날씨 예보도 포함시켰는데 정확한 일기예보는 북한주민들에게 중요한 생활 정보가 된다는 사실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BBC는 지난 8월 북한을 포함해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등 12개국 언어 서비스를 추가한다는 발표를 하고 준비를 해왔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는 오랜 기간 내전과 국경 분쟁에 시달려 왔으며 언론 탄압이 심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미 국무부가 지난해 연례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김씨 일가가 60년 이상 통치해온 독재국가’로 규정하고 언론이 통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니 힐 BBC 사장은 최근 대북 방송 개시 결정을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에서 정보 제공 사정이 가장 열악한 청취자에게 접근하는 것이 이번 서비스 확장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BBC의 대북방송 개시에 대해 북한은 런던주재 북한 대사관을 통해 BBC 측에 수차례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정보의 북한 유입을 엄격히 차단하는 북한 당국은 대북 라디오 방송에 특히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1997년 자유아시아방송이 대북방송을 시작하자 북한 노동신문은 “비열한 방송선전 놀음”이라고 비난했으며, 북한 당국은 주민 대상 강연에서 이 방송을 청취하면 처형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이후 미국이 2004년 10월에 발효된 북한인권법을 통해 자유아시아방송, 미국의 소리 방송 시간을 확대하기로 결정하자, 북한은 2005년 신년사에서 “우리 사회를 내부로부터 와해시키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악랄한 사상문화적 침투책동과 심리모략전”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북한이 대북 라디오방송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외부 세계의 다양한 뉴스가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2014년 탈북한 평양 출신의 김애란(가명)씨는 “(대북 방송을 듣고) 처음에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했지만, 라디오 방송 내용과 북한 현실을 비교하니 점차 라디오가 전하는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면서 “탈북을 결심하는 데도 큰 영향이 미쳤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2000년대 중반 ‘109그루빠’를 만들어 북한 전역에서 외부 라디오 방송 청취자를 대대적으로 적발하는 등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북한 내 청취자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탈북자를 대상으로 2012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19.8%가 한국을 포함한 외부 라디오 방송을 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로버트 킹 당시 미 북한인권특사는 “북한 주민의 34%가 정기적으로 해외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사 기관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북한 주민의 10~30%가 외부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탈북자 김애란씨는 “북한에서 몰래 외부 라디오를 청취하는 주민이 꽤 많을 것”이라며, “2000년대 중반 109그루빠가 단속하던 시기에 평양에서만 5만대의 단파 라디오가 적발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2004년 북한인권법을 발효해 대북방송을 확대하자 국내외 일부 진보 좌파세력에서는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BBC의 대북방송 실시에 대해서는 비난 의견을 찾기 어렵다. 이는 북한이 고강도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안팎의 상황을 정확히 알려야 할 필요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에 국제사회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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