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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MRO 문서함…"의구심만 더 키워"

등록 2017.11.09 17: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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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충북도가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항공정비(MRO)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한 문서를 충북도의회에서 공개했다.

 그러나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하기 어려운 무의미한 문서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를 요구해 온 도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청주공항 MRO사업을 주관한 충북경제자유구역청(경자청)은 9일 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산경위)가 요구했던 MRO사업 관련 기업과의 문서 수발신 자료를 산경위에 제출했다.

 이 사업 좌초 이후 도의회는 항공정비산업점검특별위원회(특위)를 구성해 사업 추진 과정 전반을 조사했다.

 지난해 10월 특위는 아시아나항공과 경자청이 주고받은 문서 일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경자청은 "아시아나항공 측이 공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특위의 파상공세에도 버티던 경자청은 이날 제360회 도의회 정례회 행정사무감사장에서 이를 공개했다. 도의회는 이번에도 제출하지 않으면 관련 규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벼르던 참이었다.

 문서 수발신 내역은 도가 아시아나항공의 MRO사업 포기 의지를 미리 알고도 사업실패에 관한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해 수개월 동안 이를 은폐했다는 특위의 의심을 해소할 핵심 자료다. 경자청이 배수진을 치고 이를 거부하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아시아나항공 등 MRO 사업 관련 기업과 주고받은 문서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단순한 사업 추진 업무협약(MOU) 관련 내용뿐이었다.

 특위에서 활동했던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발끈했다. "별것도 아닌 문서로 뭐가 있는 척하면서 도민 대표인 도의회를 기만했다"는 험한 소리도 나왔다.

 임병운(청주10) 의원은 "내용 자체가 없는 문서인데, 죽었다 깨어나도 열람조차 허용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경자청을 이해할 수 없다"며 "아무것도 아닌 문서를 왜 감춰야 했는지에 관한 의구심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임회무(괴산) 의원도 "충북을 배신한 나쁜 기업 아시아나항공을 보호하려 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구속력도 없고 내용도 두루뭉술한 문서를 감춘 것은 뭔가 다른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자청 정효진 본부장은 "기업을 비호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강변하면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로 없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나중에라도 아시아나항공과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는 만큼 비밀 유지 협약 사항을 우리 스스로 지키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산경위는 경자청의 비공개 감사 요청을 수용해 이날 오후 5시10분께 MRO 문서 수발신 내역 감사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경자청이 공개 감사장에 제출한 문서 외에 다른 문서를 추가 공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충북도와 경자청은 2014년부터 아시아나항공과 손잡고 청주공항 인근 경제자유구역(에어로폴리스)에 MRO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1년 반 동안 검토만 하다가 지난해 9월 사업 철회를 결정하면서 좌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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