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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령의 BOOK소리]"냄새는 향기보다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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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11-17 08:00:00  |  수정 2017-11-17 16: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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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시집 '오늘의 냄새'를 낸 이병철 시인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뉴시스통신사 본사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16. stoweon@newsis.com
■'오늘의 냄새'  첫 시집 낸 이병철 시인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냄새'와 '향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국어 사전을 찾아보면 놀랄지도 모른다.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이 냄새의 사전적 정의, '꽃, 향, 향수 따위에서 나는 좋은 냄새'가 향기의 사전적 정의다.

'냄새'라는 말이 좋은 것, 나쁜 것 모두에 사용되니 향기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첫 시집 '오늘의 냄새'(문학수첩)를 낸 이병철 시인은 달랐다. 그는 두 단어를 명쾌하게 구별했다.

 "향기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지만, 몸의 감각을 깨우는 데는 냄새보다 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냄새는 다른 감각을 일깨우는 촉매제로, 향기보다 더 강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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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시인은 2014년 '시인수첩' 신인상에 시가, '작가세계' 신인상에 문학평론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등단한 지 만 3년이 되는 해에 시집을 내서 기쁘다고 했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재료들을 모아서 하나의 공간으로 잘 꾸리고, 그 안에 제가 들어온 것 같아요. 제일 오래된 시는 2005년에 썼던 것도 있어요. 한 권의 시집으로 엮어내야 겠다고 마음 먹고 시를 쓴 기간은 2년 정도 됩니다."

시집 곳곳에 '냄새'와 '소리'에 대한 언급이 많다. 특히 시집 제목인 표제 시 '오늘의 냄새'에서는 찰나의 어떤 냄새에 대한 관찰력과 섬세한 감성이 돋보인다.

"나는 네 향기보다 냄새가 좋아 / 우리가 누운 자리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된 쇠고기 스튜와 키스가 된 까르미네르 와인과 오이비누에 씻겨나간 핏물 위로 달이 부풀었다 / 너한테서 모르는 냄새가 난다 / 이제 우리는 코와 새끼발가락만큼 멀어질 거야 / 너는 발을 코에 갖다 대며 웃었다 / 웃음소리가 잦아들자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오늘의 냄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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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시집 '오늘의 냄새'를 낸 이병철 시인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뉴시스통신사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1.16. stoweon@newsis.com

왜 냄새·소리에 집중해서 시를 썼을까.

"우리나라에서 시각·청각을 이미지화한 시들은 많지만 후각을 이미지화한 작품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어요. 냄새가 외부적인 자극이잖아요. 사실 후각이 제일 예민한 감각이고, 자신이 어떻게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왜냐하면 보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눈을 감을 수 있고, 귀를 막으면 안 들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코는 숨을 쉬기 위해서라도 항상 개방되어 있어야 하고, 그러면 필연적으로 냄새를 감지할 수 밖에 없죠."

이 시인은 "과거에 경험했던 일들이 유독 냄새하고 관련된 것이 많았다"고 했다.

"시도 그렇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사유·판단·통찰이 굉장히 중요하죠. 하지만 시에서 의미나 사유 등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동안 '감각'이 소외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그는 누군가가 자신의 뺨을 때린 상황을 가정하면서 자신만의 시 세계를 펼쳐 보였다.

"제 뺨을 누가 갑자기 때리면 '왜 나를 때렸지', '이 사람이 나한테 어떤 원한이 있는건가' 등의 생각도 들지만, 일단 아프잖아요. 그러니까 '아프다'고 느끼는 감각이 먼저 작동하잖아요. 인간이 사유나 통찰보다 감각이 먼저 작동하는 존재인 만큼, 이 감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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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시집 '오늘의 냄새'를 낸 이병철 시인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뉴시스통신사 본사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16. stoweon@newsis.com

 우리가 흔히 접하는 냄새는 수만가지다. 죽은 사람 냄새, 비누 냄새, 본드 냄새, 머리칼 냄새, 멸치 볶는 냄새, 기름 냄새, 살 냄새, 장마 냄새, 뱀 냄새, 감자 수프 냄새...

 소리도 마찬가지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물소리, 빗소리, 발소리, 개 짖는 소리, 구두굽 소리, 첫눈 밟는 소리, '한 방울씩 목숨이 떨어지는 소리'와 '텅 빈 몸에서 술 따르는 소리'('욕조에 누워 있었다'), '모래가 부드럽게 물결치는 소리'('내일 비가 온다면'), '우산 위에서 칠판 긁는 소리'('우산집').

그의 말을 빌리자면 소리와 냄새는 현실의 절망 안에서 자유를 꿈꾸는 시인에게 '첫 시집의 독특하고 인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상상력의 저장고'이다.

이 시인은 "시나 예술을 접할 때 그 안에서 의미를 꼭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의미의 덫'에 빠져버리면 주변의 것이나 또 다른 매력을 못 보고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의 시집은 독자들이 의미보다는 감각에 주목해서 바라봐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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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시집 '오늘의 냄새'를 낸 이병철 시인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뉴시스통신사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1.16. stoweon@newsis.com
이번 시집은 신선하면서도 독보적인 표현력으로 매혹한다.

"얇은 살갗 하나 뚫지 못하면서 너는, 식물의 심장까지 어떻게 바늘을 밀어 넣은 거니 // 비가 아파서 우산을 펴는 사람이 있다"('장마 냄새' 중)

 때로는 일명 '흙수저'와 '금수저'로 대변되는 양극화 사회에서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다독인다.

 "오늘 우리가 입에 문 사탕은 유리 어항 //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어요 / 우리는 어항 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내일의 꽃잎을 미끼로 던져요 // 꽃비를 바라보는 눈들은 천진해요 / 어항 밖으로 그림자를 쏟아내기 위해 몸을 둥글게 말았다가 펴는 물고기들, 어떤 음(音)도 통과할 수 없는 유리 속에서"('유리 어항' 중)

"사실은 캐스터네츠가 너를 연주하는 거란다 / 아무리 세게 부딪쳐도 부서지지 않는 이 악기는 형식 없이 음악을 세우고 네 모든 박자를 집어삼키지 / 턱이 튼튼해서 너를 꼭꼭 씹어 먹을 수도 있어"('캐스터네츠 연주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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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시집 '오늘의 냄새'를 낸 이병철 시인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뉴시스통신사 본사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16. stoweon@newsis.com
언제부터 시인의 꿈을 꿨을까.

"카피라이터, 기자, 방송 작가 등을 생각하고 스무살때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는데요. 졸업하고 취직하려고 했던 생각이 첫 날 수업에서 다 바뀌었어요. 가장 처음 들었던 강의가 '시론' 수업이었는데, 그 때 시인이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그 마음이 계속 확고하게 이어져왔네요."

 시를 더 잘 쓰고 싶었던 그는 학사학위에서 그치지 않고 대학원까지 진학한다.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한양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앞으로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 낯선 장소에 대한 인상들을 바탕으로 시를 써보고 싶다"는 이 시인은 "멈춰있지 않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시 세계를 열어 나가려고 노력하는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시를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지만요. 그 말보다 '이병철 시인은 참 독특하지', '자신만의 세계관을 갖고 있는 시인'이라는 말을 더 듣고 싶습니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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