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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빈의 클로즈업 Film]잭 스나이더를 해고하라…'저스티스 리그'

등록 2017.11.17 07:50:00수정 2017.11.17 11: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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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빈의 클로즈업 Film]잭 스나이더를 해고하라…'저스티스 리그'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DC엔터테인먼트의 새 영화 '저스티스 리그'(감독 잭 스나이더)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올해 이 작품에 앞서 나온 히어로 영화들을 짚어봐야 한다. 마블스튜디오는 올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스파이더맨:홈 커밍' '토르:라그나로크'를, 20세기폭스는 '로건'을 내놨다. 모두 흥행에 성공했고, 평단의 호평도 이끌어냈다. 네 작품의 공통점이라면 특징이 뚜렷했다는 점이다. 요약하자면 뮤직비디오(가오갤)·철부지 성장물(스파이더맨)·코미디(토르)·몰락한 영웅(로건) 정도가 될 것이다.

 현재 세계 오락영화의 가장 큰 줄기는 '영웅'이다. 이 시장은 200년대 초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이 포문을 열고, 2008년 '아이언맨'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마블 스튜디오 17편의 영화 매출액은 약 15조원이다)했다.

이 흐름이 15년간 이어질 수 있었던 건 히어로 영화가 진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수 영웅이 탄생하고, 이들이 이합집산한 뒤, 각각 새로운 개성을 갖춰 시리즈를 이어간다. 혹은 서사에 깊이를 더한다. 말하자면, '저스티스 리그'에 앞서 나온 네 편의 영웅물은 변주와 발전을 선도한 작품이었다.

[손정빈의 클로즈업 Film]잭 스나이더를 해고하라…'저스티스 리그'


 안타깝게도 '저스티스 리그'는 이 변화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한다. 매년 적게는 3편, 많게는 5~6편의 히어로 영화가 탄생하는 상황은 이 작품들이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할 것을 강제한다. 단순히 '영웅이 세상을 구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유통기한을 넘겼다. 관객의 눈은 점점 높아지고, 이야기와 캐릭터 모든 면에서 새로운 것과 다른 것을 원한다. 토르·스파이더맨·울버린이 전작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콘셉트와 캐릭터를 보여준 건 그 방증이다. 안타깝게도 DC엔터테인먼트가 무려 3억 달러를 쏟아부은 이 야심작에는 이 작품만의 특별함이 보이지 않는다.

 슈퍼맨이 죽은 뒤 인류는 수호자가 사라졌다는 공포에 시달린다. 이 틈을 타 악당 스테픈울프가 지구를 위협하고, 도저히 혼자 힘으로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안 배트맨은 팀을 꾸려 악에 맞서기로 한다. 그렇게 원더우먼이 가장 먼저 합류, 이후 번개 인간 플래시와 반은 인간 반은 기계인 사이보그, 바다의 전사 아쿠아맨이 팀 저스티스 리그에 속속 합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강력한 스테픈울프의 힘에 저스티스 리그는 좌절하고, 결국 슈퍼맨을 부활시키기로 결심한다.

[손정빈의 클로즈업 Film]잭 스나이더를 해고하라…'저스티스 리그'


 '저스티스 리그'는 제작비 약 3300억원의 규모가 느껴지는 작품이다('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약 2800억원). 액션 장면 등에서 보여지는 기술적 완성도는 흠잡을 데 없고,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웅들의 각기 다른 능력은 러닝타임 내내 흥미롭다. 눈에 띄는 인물은 아쿠아맨이다. 바다를 주 무대로 하는 영웅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저스티스 리그'에서 처음일 텐데, 아쿠아맨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 하나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아쿠아맨은 내년 단독 영화로 만날 수 있다).

 문제는 관객이 히어로 영화의 크기에 더는 크게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마블은 이미 5년 전 '어벤져스'에서 영웅들을 한 작품에 모았다. 이들은 이후 3년 뒤 한 번 더 물량 공세('에지이 오브 울트론')를 퍼붓고, 지난해에는 등장인물들이 각자 '영웅 철학'에 따라 분열하는 모습('캡틴 아메리카:시빌 워')까지 보여주는 등 질적인 발전도 이뤄냈다. 집단 영웅 영화가 이같이 변주되고, 이에 따라 관객의 눈은 점점 엄격해지는 상황에서 영웅들이 힘을 합쳐 악당을 무찌른다는 정도의 양(量)에 의존한 연출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손정빈의 클로즈업 Film]잭 스나이더를 해고하라…'저스티스 리그'


 단순한 이야기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극복되기도 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가 숱한 혹평 속에서 살아남은 건 '할리 퀸'이라는 캐릭터 덕분이었고, 평범한 영웅 탄생기였던 '원더우먼'(2017)이 흥행에 성공한 건 원더우먼의 매력이 통해서였다. 그러나 '저스티스 리그'의 영웅들은 좀처럼 관객을 끌어당기지 못한다. 벤 애플렉의 배트맨은 여전히 '다크 나이트'의 그림자 안에서 허우적댄다. 플래시는 '엑스맨' 시리즈에서 활약 중인 퀵실버의 아류로 보일 뿐이다. 사이보그는 아이언맨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서지 못하고, 아쿠아맨은 멋진 이미지를 부여받았으나 아직 캐릭터(성격)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

 그중 슈퍼맨의 존재는 DC의 골칫거리다. 그는 너무 강할 뿐이다. 마블이 '가장 세지만 힘을 제어하지 못하는 어벤져' 헐크를 활용하는 방식, 캡틴아메리카라는 정치적인 이름의 영웅을 도망자로 전락시켜 얻어낸 긴장감은 DC가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엑스맨' 시리즈는 영웅이지만 소수자일 수밖에 없는 '뮤턴트'의 서글픔을 끊임없이 부각한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는 인류를 위해 어둠의 수호자가 돼야 하는 아이러니 속 영웅의 고뇌를 강조했다. '저스티스 리그'는 그들만의 것이 무엇인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DC는 '저스티스 리그' 이후 '아쿠아맨'(2018), '원더우먼2'(2019) 등 2020년까지 10편(박스오피스 모조 참조)을 더 내놓을 예정이다. 앞으로도 이런 식의 작품이 반복된다면 DC는 돈은 벌 수 있을지 모르지만, 끊임없이 마블과 비교당하며 혹평 세례를 견뎌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 마블과 DC가 라이벌이라고 말하는 것도 민망해진 상황이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DC는 잭 스나이더 감독에게 많은 기회('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를 줬다. 이제 그를 해고해야 할 때다.

[손정빈의 클로즈업 Film]잭 스나이더를 해고하라…'저스티스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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