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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 빈센트’ 뒷심있는 흥행...성공 비결 보니

등록 2017.12.04 12: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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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빙 빈센트’ 뒷심있는 흥행...성공 비결 보니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이제는 추모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11월 초 단 241개관에서 관객을 만나기 시작한 작은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이 덩치 큰 영화들('토르:라그나로크' '저스티스 리그' '꾼' 등) 사이에서 살아남아 한 달 가까이 상영됐고, 지난 3일까지 누적 27만 관객을 넘겼다(27만5809명).

 '추모'라는 단어로 표현한 이유는 이 작품이 외롭고 쓸쓸하게 살다간 어느 화가의 삶을 담고 있어서다. 그는 1890년 세상을 떠난 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가 됐지만, 죽기 전 삶은 누구보다 고단했다. 영화 '러빙 빈센트'(감독 도로타 코비엘라·휴 웰치먼)는 빈센트 반 고흐(1853~1980)가 자살한 이유를 추적해가며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들여다보려 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결국 반 고흐를 향한 사랑을 가득 담아 하늘로 올려보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성공적인 상영은 관객도 이 사랑에 마음을 보태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러빙 빈센트'는 올해 개봉한 다양성영화 흥행 순위 6위에 올라있다. 2, 3, 5위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제외하면 1위 '너의 췌장으로 먹고 싶어'(46만2675명)와 4위 '내 사랑'(33만5956명)만 남는다. '너의 췌장…'가 베스트셀러 일본 소설이 원작인 작품이고, '내 사랑'은 이선 호크와 샐리 호킨스 두 유명 배우가 출연한 영화라는 걸 감안하면 '러빙 빈센트'를 향한 관객의 주목은 더 특별해 보인다.

 '러빙 빈센트’ 뒷심있는 흥행...성공 비결 보니


 ◇형식의 성공

 이 작품이 가장 눈에 띄는 이유는 역시 '세계 최초 유화 애니메이션'이라는 타이틀 덕분이다. 이 작업을 위해 코비엘라와 웰치먼 두 감독은 4000명의 화가를 오디션해 107명을 선발했고, 이들이 2년 동안 6만2450점의 유화를 직접 그려 '러빙 빈센트'를 완성했다. 기획부터 개봉까지 10년이 걸린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고흐를 향한 경외와 사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이러한 시도에 관객이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는 그래서 정확하다. 고흐의 화법으로 완성한 이 애니메이션은 고흐가 보고 듣고 느끼던 그때 그 세계로 보는 이를 곧바로 데려가주는 느낌을 준다. 관객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면, 상영관 규모와 관계 없이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다는 걸 '러빙 빈센트'가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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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정말 자살했을까

 단순히 고흐의 화가 인생을 나열했다면, 아무리 좋은 형식을 갖췄다 해도 관객의 특별한 관심을 끌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번 작품은 수사물 형태를 취함으로써 고흐의 그림을 익히 알고 있는 관객까지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 수사의 핵심은 고흐가 자살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다.

 고흐의 지인이었던 아르망은 고흐의 마지막 작업 장소였던 오베르에서 그와 관계했던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가 살해당했을 거라는 증거를 수집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건 타살의 흔적이 아닌 인간 고흐의 참모습이다. 관객에게 고흐를 이해시키는 게 아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이런 연출은 독특한 형식과 고흐에 관해 얼마나 아는지와 상관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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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

 '러빙 빈센트'는 500만 유로(약 64억원)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물론 많은 화가가 이 작품의 취지에 공감해 돈을 받지 않고 참여한 덕분에 제작비를 줄일 수 있었다. 다만 이런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64억원의 제작비는 유럽이나 미국 영화 시장에서 보면 독립영화 중에서도 작은 규모에 속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급속한 획일화로 몸살을 앓는 한국영화계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가 없다면 한국영화계는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올해 다양성영화 흥행 순위 1~10위 중 한국영화는 다큐멘터리 '공범자들'(26만명 7위)이 유일하다. 신진범 문화평론가는 "'러빙 빈센트'는 그 자체로 뛰어난 영화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관객들이 여전히 새로운 영화에 목말라 한다는 걸 알려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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