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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조세 회피] 구글, 영국선 매출 공개…한국엔 미공개

등록 2017.12.15 14: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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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조세 회피] 구글, 영국선 매출 공개…한국엔 미공개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세계 각국에서 세금 회피 의혹을 받고 있는 구글이 이른바 '구글세' 납부를 강하게 압박하는 영국에만 매출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을 손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에서는 구글코리아의 매출 공개를 위해 외감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감시국에서 시행령을 수정하며 해외 기업은 공개 여부를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로 인해 구글의 국내 매출은커녕 구글코리아 매출도 파악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강자에 약한' 구글, 영국에만 매출 공개

 구글이 수조 원이 넘는 매출을 국내에서 벌어가면서도 제대로 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는 국내 법인인 구글코리아가 유한회사로서 매출이나 세금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또 주요 서비스를 해외 법인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과세 당국에서 이를 적발하기 쉽지 않다.

 이와 달리 현재 구글은 영국 내 매출 규모를 공개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세무조사에 나서면서 지난해 1월 1억 3000만 파운드(약 1840억원)의 체납 세금을 추징하기로 구글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실적을 공시할 때 지역별 매출을 미국, 영국, 기타 지역으로 나눠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전체 매출은 약 903억 달러(약 98조원), 영국 지역 매출은 77억 8700만 달러(약 8조 4606억원)라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유한회사의 매출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구글의 영국 법인(Google UK Ltd.)은 지난해에 10억 파운드(약 1조 5000억원)의 매출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알파벳이 미국 SEC에 공시한 영국 지역 매출의 17%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구글이 영국 지역에서 일으키는 매출 중 80% 이상이 구글의 영국법인이 아닌 다른 곳으로 나가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구글 세금추징, 전 세계적 이슈…우리나라 "매출 공개해라"

 구글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세금 회피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에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인도네시아 정부는 구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거나 세무조사에 착수하며 세금추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이탈리아 정부는 구글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자국에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세금 3억600만 유로(약 3729억원)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조세 회피] 구글, 영국선 매출 공개…한국엔 미공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구글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세금추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구글코리아의 매출 공개를 위해 외감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그러나 구글이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은 구글 아시아 퍼시픽(싱가포르)이나 구글 아일랜드 매출로 잡히는 만큼, 구글코리아의 매출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통해 구글코리아의 매출을 알기도 쉽지 않겠지만 만약 구글코리아의 매출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구글이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전체 매출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언론을 통해 구글이 우리나라 세무당국에 재작년 매출 1940억원, 지난해 매출 2671억원을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예상치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120여개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달 성명을 내고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할 공정한 경쟁과 사회적 책임이 구글을 포함한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에게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 기업들이 국내 경제를 통해 얻어가는 경제적 가치는 얼마인지, 그에 합당한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지, 적절한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는지는 모두 베일에 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인터넷기업협회장)도 지난달 "영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구글이 매출 규모를 공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글이 한국에서의 매출과 영업이익, 그에 따른 세금 납부액을 밝힌다면 이 같은 의혹은 더이상 제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구글코리아가 밝힌 공식입장은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는 말뿐이다.

 한편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 세무당국에서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문제에 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거대 글로벌 기업에 대해 구글세 부과 방안을 포함해 (과기정통부도) 대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인터넷 사업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문제들이 시간을 지나며 변형·발전해 왔다. 정부도 문제를 살펴볼 때가 됐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를 포함해 관계 부처들이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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