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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 공간서 통하는 하나의 이야기 ’...연극 ‘더 헬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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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12-21 18: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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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지윤, 연극 '더 헬멧'. 2017.12.21. (사진= 아이엠컬처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더 헬멧'은 이야기가 아닌 '공간의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같은 시간, 즉 같은 타임 라인에 있지만 다른 이야기로 양쪽에서 주고받는 대화와 음향을 통해 극이 이어지는 형식을 떠올렸다."

'모범생들' '카포네 트릴로지' '벙커 트릴로지'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등을 통해 대학로에서 '지탱' 콤비로 통하며 마니아층을 몰고 다니는 지이선 작가와 김태형 연출의 신작 창작 연극 '더 헬멧(The Helmet)-룸스(Room's) Vol.1'은 실험적인 형식으로 눈길을 끈다.

공연은 '하얀 헬멧'을 키워드로 삼는다. 시공간은 대한민국 서울·시리아 알레포 두 개로 나눠지는데, 각자 다른 공연으로 선보여진다.

각 도시를 배경으로 한 공연은 또 두 공간으로 나눠진다. 빅 룸(80명)과 스몰 룸(20명)이다. 관객들은 같은 방 안에도 있어도 벽을 사이에 두고 분리된 서로 다른 크기의 공간에서 서로 다른 극을 보게 된다.

빅룸은 찾는 자가 콘셉트, 스몰룸은 갇힌 자가 콘셉트다. 예컨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공연에서 빅룸에서는 백골단, 스몰룸에서는 학생 전투조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알레포를 배경으로 한 공연의 빅룸에서는 화이트 헬멧, 스몰룸에서는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21일 오후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김태형 연출은 "한쪽 방에서 다른 쪽 방의 상황을 궁금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이러한 형식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찾다가 지이선 작가가 시리아 민간구조대 '하얀헬멧'(시리아 민방위)을 떠올리게 됐다. 한쪽 방은 아이가 갇혀 있는 폐허의 공간, 다른 쪽 공간은 하얀헬맷을 쓴 구조대가 아이를 수색하는 공간이다.

결국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탈락했지만, 내전 중인 조국에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 끝까지 분투한 시리아 축구 선수들에게 영감을 받은 축구 이야기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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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연, 연극 '더 헬멧'. 2017.12.21. (사진= 아이엠컬처 제공) photo@newsis.com
여기에 김태형 연출은 군사정권 시절 학생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가한 백골단 이야기를 또 제안했다.

결국 두 개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올려 지게 됐다. 시리아 하얀 헬멧은 구조의 상징, 서울의 하얀 헬멧은 폭력의 상징으로 서로 맞물리게 되는 효과도 있다. '카포네 트릴로지' '벙커 트릴로지'에 이어 이번 '더 헬멧'에도 출연하는 베테랑 배우 이석준이 "연출과 작가가 미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농을 던질 정도로 실험적인 형식임에 분명하다. 

사실 김태형 연출이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밀폐된 공간에서 관객을 코 앞에 두고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벙커 트릴로지'를 본 이후 '룸스'라는 가제로 구상해온 프로젝트다. 그 당시에는 '카포네 트릴로지'와 '벙커 트릴로지'의 라이선스 공연의 연출을 하게 될 지 몰랐을 때다.

김태형 연출은 "'벙커 트릴로지'의 '맥베스' 편을 처음 보고 좁은 공간 활용에 감동을 받고,공간의 가능성을 고민해왔다"면서 "양쪽 벽에서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게 문이 열렸을 때 통합이 되는 구조를 생각했다. 지금의 서울과 구조가 다르지만 그런 고민을 했었다"고 전했다.

김태형 연출의 고민은 한 장당 수백만원의 제작비가 드는 불투명 유리를 벽으로 사용하는데, 이르렀다.

이와 함께 '더 헬멧-룸스 Vol.1'의 서울편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진일보한 여성 캐릭터다. 최근에는 점차 좋아지고 있지만 그간 한국 공연에서 여성 캐릭터는 남성 주인공의 고뇌와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더 헬멧'에서는 '미친개'로 불릴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의 학생운동을 하는 여성이 백골단과 액션으로 맞짱을 뜰 정도로 화끈하며, 여자 경찰이 커피를 잘 탈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기도 하는 균형적인 감수성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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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석준, 연극 '더 헬멧'. 2017.12.21. (사진= 아이엠컬처 제공) photo@newsis.com
 
지이선 작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에이리언'의 여전사 '엘렌 리플리'(시고니 위버)에서 영감을 받아, 그려냈다.

지이선 작가는 "제 주변에 여성은 엄마, 선생님이 전부였는데 너무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들이지만 리플리를 보고 저런 여성도 존재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민주화 운동에 묻힌 여성의 이름을 찾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태형 연출은 "여배우들을 싸우게 만들고 싶었다"면서 "보수적인 남녀 관계를 풀고 싶었다"고 했다.

이석준을 비롯해 걸출한 배우들이 나온다. 정원조, 양소민, 이호영, 정 연, 김도빈, 손지윤, 이정수, 윤나무, 한송희 등이다. 공연은 내년 3월4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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