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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2018 프로그램 발표…"현대식 아고라 목표"

등록 2018.01.17 1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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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기자간담회가 열린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주철환(왼쪽 두번째)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1.17.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기자간담회가 열린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주철환(왼쪽 두번째)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1.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저희가 목표로 하는 건 현대식 '아고라 극장'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안테나처럼 들이댈 수 있는 촉수를 가진 작가와 관객들의 활발한 논쟁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우연 극장장)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가 오는 3월부터 12월까지 드라마센터 무대에 오르는 시즌 프로그램 8편과 공모 프로그램을 17일 공개했다. 이날 우연 극장장은 "올해도 변함없이 한국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현상을 담은 동시대성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우선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관록의 작가 고연옥과 신예 연출 김정이 손잡은 작품으로 2018년 남산예술센터 시즌의 포문을 여는 '처의 감각'(4월 5~15일)이다. 두 사람은 이미 작년 연극계 화제작이던 연극 '손님들'로 단단한 호흡을 자랑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남산예술센터에서 스타 연출 고선웅의 각색 버전인 '곰의 아내'로 선보였던 작품이다. 삼국유사 웅녀 신화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으로, '처(妻)'를 통해 세상 속에서 약자의 위치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대변한다. 이미 희곡선으로 출간됐는데, 새로운 작품으로 선보이는 이번 기획 단계에서 오는 4월 말 독일 하이델베르크 극장 축제에 공식 초청됐다.

고 작가는 "'처의 감각'을 제작한다는 소식에 기쁘기보다는 무서웠다. 연약해서 버틸 수 있을까, 소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김정이라는 파트너를 만나 다시 공연할 용기를 얻었다. 작품에 짓눌리지 않으면서 놀이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감각이 있는 젊은 연출가"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프로그램에서는 독특한 소재의 창작극 작업 2편도 눈길을 끈다. 우선 전통, 연희, 음악극, 판타지, 다원분야의 공연극작 작업으로 인정받은 작가 경민선과 인형극을 선보여온 예술무대 산의 조현산 연출은 '손 없는 색시'(4월26일~5월7일)를 선보인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기자간담회가 열린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우연(왼쪽)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주철환(오른쪽) 서울문화재단 대표. 2018.01.17.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기자간담회가 열린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우연(왼쪽)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주철환(오른쪽) 서울문화재단 대표. 2018.01.17. [email protected]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슬픔 때문에 손으로 항상 자신의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는 색시에 대한 민담을 바탕으로 했다. 어느 날 색시의 손은 더 이상 색시의 아픈 가슴을 만지기 싫다며 스스로 떨어져 나와 떠나 버린다.  경민선 작가는 "이야기를 연극으로 표현하기 힘들었는데, 예술무대 산의 상징적인 장치가 표현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윤한손 연출이 이끄는 그린피그 단원들이 공동창작하는 '이야기의 방식(方式), 춤의 방식(方式)-공옥진의 병신춤 편'은(10월 4~14일)은 콘솔 게임 등에서 이용되는 키네틱 센서를 이용해 공옥진의 병신춤의 동작을 복제하고, 이를 통해 춤을 배우며 현재화하는 연극적 방식을 선보인다.

한국 소설의 지면을 무대 위에 극화하는 작업도 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스타작가로 자리매김한 장강명 작가의 소설이 바탕인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9월 4일~14일)이다.

정진세 작가가 각색, 극단 동의 강량원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소설은 살인을 저지른 남자, 남자와 서로 사랑한 여자, 남자에게 자식을 잃은 어머니 세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기억과 고통, 속죄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다룬다. 강 연출은 "연극은 한 사람이 꾸는 꿈, 소설 등 다양한 생각을 다 해볼 수 있게 열려져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남산예술센터는 지난 2년 동안 프로그램을 통해 검열, 블랙리스트, 국가폭력, 예술계 내 성폭력, 사회적 소수자, 독재 등을 다뤄왔다. 우연 극장장은 올해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의 근원을 점검하는 작가들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한 해라고 자신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기자간담회가 열린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1.17.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기자간담회가 열린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1.17. [email protected]

남산예술센터 상시투고시스템 '초고를 부탁해' '서치라이트'에 이어 시즌 프로그램까지 단계별 제작 시스템을 거치게 되는 '두 번째 시간'(작 이보람·연출 김수희, 11월 15일~25일), 2018년 시즌 정기공모 선정작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작·연출 최치언, 10월 25일~11월 4일)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 시간'의 연출가이자 정치극 페스티벌 '권리장전'의 예술감독이기도 한 김수희는 "동시대의 사회성과 정치성을 기반으로 한 작품은 실험적이거나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많은 다양한 작업을 펼칠 기회나 노출될 수 있는 장이 부족하다. 한두편으로 너무 쉽게 규정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작품의 연극적 재미를 자신했다.
 
작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제작과 유통을 연계해 국내외 협력 네트워크 범위를 확장하는 시도도 선보인다. 국제공동제작 '나와 세일러문의 지하철 여행'(가제)(한국·일본·홍콩, 12월 5일~7일)다. 작년에 시작해 오는 2019년까지 3년간 진행된다. 한국의 이경성 연출 등 일본, 홍콩의 80년대생 젊고 패기 있는 연출가들이 의기투합했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재공연 형태로 참여하는 '에어콘 없는 방'(작 고영범·연출 이성열, 5월17일~6월3일)은 1906년 하와이에서 태어나 한국, 상해, 미국을 떠돌며 역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었던 실존인물 피터 현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톺아보는 작품이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기자간담회가 열린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주철환(왼쪽 두번째)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비롯한 연출가들이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2018.01.17.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기자간담회가 열린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주철환(왼쪽 두번째)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비롯한 연출가들이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2018.01.17. [email protected]

무엇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신시컴퍼니의 '푸르른 날에', 2016년 극단 이와삼의 '햇빛샤워', 2017년 극단 골목길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와 극단 신세계의 '파란나라'에 이어 공공극장인 남산예술센터와 민간극단과의 공동제작 파트너십의 좋은 선례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에어컨 없는 방'을 연출하고 제작한 극단 백수광부의 이성열 대표는 "작은 극단이 중·대극장에서 공연하기 위해서는 2, 3년 동안 돈을 모아 한번에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데 남산예술센터는 극단들에게 중극장 이상의 제작을 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열어주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이성열 감독은 논쟁 거리를 던질 수 있는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여온 남산예술센터 역할에 대해 "평균적으로 질을 높이는 것 역시 문화 정책의 하나지만 그런 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서 "남산예술센터는 나아가고 개척하고자 하는 극장"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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