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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남북단일팀, 이것은 이념·진영 아닌 상식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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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1-18 08:46:35  |  수정 2018-01-23 09: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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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지혁 기자 =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작년 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던진 핵심 메시지다. 상식적인 이야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각종 특혜를 준 것이 까발려지면서 대중은 분노했고 '촛불'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

그런데 2018 평창 동계올림픽(2월 9~25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추진 과정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올림픽 개막을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에라도 쫓기듯 일방통행식 행보를 보였다.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을 꿈처럼 여기며 땀과 눈물을 흘린 선수들은 뒷전이다.

16일 세라 머레이(30·캐나다) 한국 대표팀 감독이 "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져 매우 충격(shocked)이다. 북한 선수의 추가는 어렵다. 우리 선수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했지만, 하루 만에 남북단일팀 결성에 합의했다.

 대통령은 17일 진천선수촌을 찾아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격려했다.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당초 대표팀은 19일 소집 예정이었지만 VIP 방문으로 인해 훈련 일정마저 앞당겼다.

체육계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거세다. 부정입학, 취업특혜 등 불공정에 염증을 느끼는 젊은층은 선수들의 박탈감에 대신 분노하고 있다. 공정하지 않은 사회를 공정하게 만들어 주리라고 기대했기에 더욱 그렇다.

이땅의 평화를 통한 평화올림픽이라는 기조에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올림픽 정신에도 부합한다. 수년 간 경색된 남북 관계에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나아가 대회 흥행성공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 추진 단계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당했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장관은 "아이스하키는 2분 간격으로 교체되는 특성이 있어 선수들이 출전을 못 하거나 배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기이한 논리를 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세계랭킹을 언급하며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거나 그렇지는 않다"고 거들었다.

선수들의 행복추구권과 직업행사의 자유 등 인권을 침해했다며 팬이 진정을 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반대 의견이 수백 개 올라왔다.

소수의 인권을 희생해 대의를 이루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한다면, 무리일까. 여야 정치권은 논평을 통해 이념·진영 논리로 싸우고 있다. 틀렸다. 이것은 그저 상식의 문제일 따름이다.

정부는 기존의 한국 선수 최종엔트리 23명에 북한 선수 일부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단일팀을 짠다는 계획이다.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 남북 회담에서 최종 결정된다.

스포츠부 fgl7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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