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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文대통령 "불행한 역사 유감"…베트남 주석 "진심 높이 평가"

등록 2018.03.23 16: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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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한-베트남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후 쩐 다이 꽝 국가주석과 악수 나누고 있다. 2018.03.23.  photo1006@newsis.com

【하노이(베트남)=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한-베트남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후 쩐 다이 꽝 국가주석과 악수 나누고 있다. 2018.03.23.  [email protected]

    ‘호찌민-경주 엑스포' 영상 축전 때 '마음의 빚' 표현
   靑 "진상조사·배상책임 따르는 공식사과 개념은 아냐"
   꽝 주석, 文 대통령 방한 요청에 "가급적 빨리 가겠다"

【하노이(베트남)=뉴시스】장윤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베트남전 시기 우리 파병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에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우리 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한다며 받아들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공개 석상에서 베트남 정부에 과거사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민간인 학살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고 '불행한 역사'로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꽝 국가주석과 만나 "모범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마음에 남아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가길 희망한다"고 과거를 딛고 발전적인 관계를 만들자고 말했다.

   꽝 주석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베트남전 과거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양국 간 우호관계를 공고히 하며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1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호찌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7' 행사 때 영상 축전을 보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 베트남과 한국은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자, 친구가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담에서 밝힌 메시지는 지난해 '마음의 빚'보다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한 단계 진전된 표현으로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는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불행한 전쟁에 참여해 본의 아니게 베트남에 고통을 준 데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발언,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 국민은 마음의 빚이 있으며 베트남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는 발언과 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동등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전임 대통령의 베트남전 관련 발언보다 더 나아간 표현은 아니란 의미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베트남 국민들은 한국인 마음을 이미 이해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민간인 학살 사과에 청와대가 미온적 기류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러한 분위기를 두고 문 대통령이 일본 정부에 과거사 문제를 직시하고 진정한 사과를 촉구하는 입장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베트남에 민간인 학살에 대한 사과를 해야 과거사 해결에 선례를 남기고, 일본에 책임 있는 자세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는 명분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하노이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부가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과에 미온적이란 평가에 "베트남이 아직 내전과 상처가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사과를 하면 베트남 정부가 가져야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라며 "베트남전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호주, 뉴질랜드, 태국, 중국 등이 참여했다. 우리가 진전된 내용을 바라면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도 (베트남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서 유감이란 표현을 썼다. 현재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에 대한 유감 표현 수위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 유감' 발언에 대해 "베트남전과 관련된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유감 표현"이라며 "문 대통령이 직접 결정을 한 것이다. 베트남 정부와 사전 협의는 없었다. 기존 '마음의 빚' 발언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공식사과로 볼 수 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공식사과는 정부 차원에서의 진상조사와 후속조처에 따른 배상이 따른다. 그런 의미라면 오늘 발언은 공식사과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꽝 주석에게 "편리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해 주기를 희망한다. 방한 시 최상의 예우로 대접하도록 하겠다"고 정중하게 방한을 요청했다.

  꽝 주석은 "가급적 이른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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