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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북일정상회담, 日의 국교정상화 의지 없는 한 성사 어려워"

등록 2018.04.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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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작년 10월 노동당 중앙위 회의에서 방향 전환 시사

"한국은 북한과 미국을 연결시켜주는 중매자"

"아베,북일정상회담과 납치자 문제 해결 관심없어"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뉴시스의 인터뷰에 응해준 히라이 히사시(平井久志) 전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 객원교수가 9일 도쿄(東京) 인근에서 올해 들어 대화 국면으로 급진전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18.04.09.yuncho@newsis.com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뉴시스의 인터뷰에 응해준 히라이 히사시(平井久志) 전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 객원교수가 9일 도쿄(東京) 인근에서 올해 들어 대화 국면으로 급진전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은 개최될 가능성이 없다. 왜냐면 아베 신조 총리가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국회 시정연설 등에서 한번도 일본 국민들에게 직접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이건 아베 총리가 북일 국교정상화를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인 히라이 히사시(平井久志) 전 리츠메이칸대학(立命館) 객원교수는 9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일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기자에게 “국교정상화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납치문제만을 논의하는 협상이라면 북한이 응할 가능성이 있겠냐”고 반문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로 인한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일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것 뿐이라며 당장 북일관계의 진전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인 히라이 전 교수는 기자 출신이다. 교도통신(共同通信)에서 30년간 기자생활을 한 그는 서울 특파원 세 번, 베이징(北京) 특파원 한 번 등 총 16년을 현장에서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을 날카롭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기자 은퇴 후 리츠메이칸 대학, 와세다(早稲田)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한 그를 지난 3일 도쿄 인근에서 만나 올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후 급진전한 한반도 정세에 대해 물어봤다.      
 
 -북한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의향을 밝힌 뒤 대화국면으로 급진전됐다. 북한이 대화에 나선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갑자기 나선 것이 아니다. 김정은은 이미 지난해 10월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외교정책의 방향 전환을 암시했다. 이 전원회의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인사를 통해 북한 내 조직체계를 재정비한 것이고, 또 하나는 자력갱생 경제노선과 앞으로의 외교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는 핵무기 개발이 거의 완성단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북한은 전원회의가 열린 다음 달인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하며 핵무기 완성을 선언했다. 그리고 12월 23일 제5차 세포위원장대회 폐회식에서 '대담하고 통이 큰 작전들을 더욱 과감하게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와서 보면 '대담하고 통이 큰 작전'은 예언과 같은 것이었다. 따라서 김정은은 갑자기 대화 국면으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 계획을 세우고 단계별로 밟아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 타이밍인가?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가 연계해 대북압력을 강화한 결과 북한이 대화에 나선 것이라고 하는데?

 "대북제재가 영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바로 대화를 나서야 할 만큼 북한이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좀더 버틸 수는 있었다. 북한은 김정은이 집권한 후 매년 플러스 성장을 보여줬다. 대북제재 아래서도 북한 경제는 큰 혼란 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좀더 장기화되면 힘들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 여유를 갖고 핵 협상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지금 나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한 게 아니라 완성 직전까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미 완성된 형태로 갖고 있는 것보다 곧 완성되는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협상의 여지는 더 넓어진다. 북한은 이를 노린 것이다."
 
-김정은은 북한을 방문한 대북특사단에게 한반도 비핵화가 선조의 유훈이었다며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 김정일 때도 선조의 유훈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밝혔지만 결국 비핵화를 이루지 못했다. 김정은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한반도 비핵화는 대북특사단을 통해 전달된 말로 김정은이 직접 한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말과 행동을 보여준 것은 없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김정은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김정은이 남북·북미 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楊潔簾)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원래 3월 21~22일쯤 한국을 방문하려고 했는데 16일에 일주일정도 연기해달라고 한국정부에 부탁했다고 한다. 이는 김정은의 방중이 16일 전후에 갑자기 결정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게 된 데는 북미회담이 생각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9일 한국의 대북특사단은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김정은의 말을 전달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바로 응하겠다고 대답했다. 이건 김정은도 생각지 못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김정은은 아마도 대북특사단을 통해 대화의 뜻을 전달하면 실무회담을 몇 차례 거친 뒤 북미정상회담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지 못한 트럼프의 즉답에 당황했을 것이다. 한국만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 카드를 생각했다고 본다.
 북한이 중국을 이 판에 넣은 데는 세가지 목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나는 북미회담 과정에서 중국의 조언과 지원을 받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미회담이 실패했을 경우다. 북미회담이 실패로 끝나 북한이 고립될 경우 이전처럼 중국이 후원자가 돼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다. 북미회담이 실패로 끝난 협상이 장기화가 되면 대북제재 국면은 계속 유지된다. 그럴 경우 중국이 북중간의 밀무역을 눈 감아준다든지 해서 제재를 느슨하게 해주면 북한 경제는 더 버틸 수 있다.
 물론 중국 입장에서도 이번 북중회담은 의미가 있다. 6자회담 의장국이고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중국이 남북·북미회담의 급진전으로 상대적으로 축소된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서로의 전략이 맞아떨어져 급하게 북중회담이 준비됐을 것이라 판단한다."

-남북정상회담은 오는 4월 27일로 예정됐고, 북미정상회담도 계속 준비 중이다. 북미회담까지 끝나면 지금까지 이 대화 국면을 끌어왔던 한국이 패싱 당하지 않냐는 우려도 있다.
 
 "나는 북핵 협상에 있어서 처음부터 한국이 운전석에 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핵 협상에서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보조석에 앉아서 미국과 북한이 잘 협상하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게 맞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여기까지 이끌고 온 문재인 대통령이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도 취임 초에는 한반도 운전자석론을 이야기하다가 최근에는 하지 않는다. 이는 문 대통령도 한국의 역할이 북한과 미국을 연결하는 중매자라는 역할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북미회담후 한국은 코리아 패싱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북한과 미국과 연결해주는 중매 역할을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잘 해나가면 된다."

-북일정상회담은 어떻게 전망하나?

 "북일정상회담은 개최될 가능성이 없다. 왜냐면 아베 총리가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국회 시정연설 등에서 한번도 일본 국민들에게 직접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이건 아베 총리가 북일 국교정상화를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국교정상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납치문제만을 논의한다면 북한이 응할 이유가 없다. 아베 총리는 다시 불거진 모리토모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처해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북일정상회담을 꺼낸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베 총리가 납치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없다고 생각한다. 교도통신이 얼마 전 북한이 2014년 일본과 납치문제를 협상할 때 가네다 다쓰미쓰(金田龍光)와 다나카 미노루(田中實)가 북한에 입국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납치 피해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다면 당시 피해자 가족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이는 납치 문제를 대하는 일본 정부의 자세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언론에서 북일정상회담이 자주 거론되면서 모리토모 스캔들에 대한 기사는 줄어들었다. 아베 총리가 노리고 있는 것은 바로 북일정상회담이나 납치문제 해결이 아닌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9월 총재 선거까지 버티는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아베 총리는 '평양선언'을 꺼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북일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로 볼 수 있지 않나?

 "다시 강조하지만 아베 총리는 국민들 앞에서 직접 평양선언, 혹은 북일정상회담을 말한 적이 없다. 북일정상회담에 대한 보도도 대부분 정부관계자를 통한 내용뿐이다. 만약 아베 총리가 평양선언을 이행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먼저 국민들 앞에서 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솔직히 아베 총리가 정말 문 대통령에게 이 말을 했을까 의구심도 든다."

-한 언론에서는 6월초에 북일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구체적인 일정도 나왔다.

 "나는 아베 총리가 북일정상회담을 할 의지가 없다고 보는데 만약 한다고 해도 6월이라는 일정은 지금 시점에서 나올 수 없다. 남북·북미정상회담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아베 총리가 벌써부터 구체적인 일정을 정할 수 있겠는가?"

-김정은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김정은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자신의 권력 기반을 구축했다. 최근 눈에 띄는 것은 최룡해의 부상이다. 김정은이 조직지도부도 맡겼다. 이건 김정은이 최룡해에게 이런 자리를 맡겨도 권력 기반에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눈 여겨볼 것은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정상회담에서 최룡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건 최룡해가 2인자라 할 수 있지만 그 권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김정은이 밑의 간부들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나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권력 기반을 빠르게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권력의 핵심에서 밀려난 황병서가 다시 올라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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