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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작곡가는 사회 전도체"···공감 뮤지컬 '브라보 마이 러브'

등록 2018.04.22 12: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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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곡가 김형석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곡가 김형석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누구나 상상한다. 인생의 백그라운드뮤직(BGM)을…. 삶을 재현한 데다 내내 음악이 흐르는 뮤지컬은 꿈의 실현이다. 특히 귀에 익숙한 기존 히트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야말로 그 정점이다.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 박진영 '너의 뒤에서', 성시경 '내게 오는 길', 신승훈 '아이 빌리브(I Believe)'···.

작곡가 겸 프로듀서 김형석(52·키위 미디어 그룹 회장)의 히트곡을 엮은 뮤지컬 '브라보 마이 러브'는 이 장르의 마천루에 설 듯하다. '히트 제조기' '작곡 달인'으로 통하는 그가 만든 1200여 곡 중 고르고 골라 28곡을 싣는다. 짙은 감수성으로 지난한 삶에 축 처진 우리를 들뜨게 한 노래들이다.

김형석은 자신의 노래가 단편적이 아닌, 하나의 드라마로 엮여져 무대에 올려지는 것에 큰 기대감을 표했다.

김형석은 "주크박스 뮤지컬에서 기존 가요는 변형되거나, 어떤 테마를 가져다 쓰거나, 템포를 부르는 등 갖은 요리가 가능하죠"라면서 "가요가 감각이 중요하다면 뮤지컬은 구조가 중요해요. 가요와 달리 두어 시간 호흡을 끌고 가는 것이 매력적입니다"고 기대했다. "가요에서 쓰지 않는 코드, 장르, 장르의 섞임, 편곡이 작가의 도전정신도 불러일으킨다"고 말하며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또 다른 특기할 만한 점은 무대와 객석이 감정 면에서 '쌍방 교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노래가 인기를 끈 시대의 추억이 녹아 있어요. '네 마음을 안다'는 백 마디 말보다 멜로디의 위안이 더 크게 다가올 때가 있는데 이번에 관객이 어떤 느낌을 받을 지 저 역시 궁금해요"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떤 노래는 원래 신나게 썼던 곡인데, 이번에 그로테스크하게 편곡했어요. 두 곡을 합치기도 하고…. 이런 실험에 대한 반응도 궁금합니다"고 흥미로워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곡가 김형석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4.2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곡가 김형석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4.22. [email protected]

김형석과 뮤지컬의 인연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절친한 뮤지컬 음악 감독 겸 배우 박칼린과 작업한 '스타가 될 거야'를 시작으로 '겨울나그네'(1997), '겨울연가'(2006), '엄마를 부탁해'(2011) 등에 참여했다.

김형석이 자신의 히트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을 선보이는 것은 세종문화회관 산하 단체 서울시뮤지컬단과 작업하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뮤지컬 제의를 숱하게 받았으나 고사했다. 그러다 박칼린이 뮤지컬 '맘마미아!' '오! 캐롤' 등 주크박스 뮤지컬에 강점을 보인 한진섭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성사했다.

김형석은 곡 선정뿐만 아니라 배경음악 자문 등 음악 수퍼바이저 역할까지 맡는다. 편곡은 서울시뮤지컬단 지도 단원이자 뮤지컬 '보디가드' 음악 감독을 맡은 박지훈이 담당한다.

작품은 따뜻하고 편안한 김형석의 곡에 맞춰 섬세하고 아름다운 가족애를 담는다. 10세에 미국으로 입양된 플루티스트 '제니 브라운'이 월드 투어 마지막이자 첫 내한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영훈(1960~2008), 유재하(1962~1987) 등 한국 팝 발라드 계보를 잇는 작곡가로 평가받는 김형석을 대표하는 정서는 '애이불비(哀而不悲)'다. 김소월 시 '진달래꽃'처럼 속으로는 슬프면서 겉으로는 슬프지 않은 체하는 것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에도 이 정서가 녹아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곡가 김형석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4.2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곡가 김형석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4.22. [email protected]

"'나 슬퍼요' '나 기뻐요'라고 직접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 감정이 용해되기를 바라죠. 그래서 마치 편지 쓰듯 감정을 조절해가며 쓰는 것이에요. '브라보 마이 러브'에서도 사랑이 완성되거나 가족의 행복이 완성되지는 않죠. 잘 못 하면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인데 쿨한 감성이 있어요. 위안받고 행복해지고 싶을 때 마음을 보듬어 주는 뮤지컬이 됐으면 합니다."

한양대 작곡과 출신인 김형석은 학교 선배 유재하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다양한 음악적 자양분을 자랑한다. 영화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 세계 대중음악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프로듀서 데이비드 포스터, 감각적인 멜로디 메이커 베이비 페이스 등이다. 이영훈의 시적인 노랫말과 멜로디 역시 그의 안에 똬리를 틀고 있다.

따지고 보면 김형석은 음악 세계의 '적자'일 수밖에 없다. 아버지는 음악교사였고, 어머니는 피아노를 전공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듣고 자랐고, 일찌감치 자연스럽게 음악인의 길을 꿈꿨다.

남이 보면 엄청난 행운아지만, 나름의 고충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다 보니 제 안에 억눌린 기운 속에서 폭발하는 록 기운이 부족한 것이에요.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이죠. 물론 신나는 장르를 (작업)하지만, 어릴 때부터 임팩트가 큰 장르를 겪어보지 못 한 것은 아쉽습니다."

김형석을 만난 날 마침 대중음악 시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시인으로 떠오른 미국 힙합 스타 켄드릭 라마가 퓰리처상 음악 부문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클래식, 재즈 장르 뮤지션 이외 가수가 이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라마가 처음이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곡가 김형석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4.2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곡가 김형석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4.22. [email protected]

김형석은 키위 미디어 그룹 산하 레이블 '케이튠 콜렉티브'를 통해 래퍼 킬라그램과 전속계약을 맺는 등 대중음악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 2016년 밥 딜런이 대중음악 뮤지션으로는 처음 노벨문학상을 받는 등 이 장르 위상이 점차 높아지는 것을 크게 기뻐한다.
 
"대중음악 장르 뮤지션이 '딴따라'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 전 분야에서 활약하는 동시에 의미가 부여되고 있죠.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요. 그만큼 책임의식이 강해집니다."

김형석 역시 국가행사의 문화 관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찬 자리에서 울려 퍼진 문 대통령 행진곡 '미스터 프레지던트(Mr. President)'가 그의 작품이다. 종종 트위터 등을 통해 정치적인 입장도 내비친다.

하지만 김형석의 균형 감각이 탁월하다. 정치적으로 쏠려 있기보다 할 말을 하는 상업적인 대중음악 작곡가라는 이미지가 짙다.  

자신도 상업적인 부분에서 실패할 때도 있었다고 웃으며 고백한 김형석은 "작곡가는 대중이 10쪽을 볼 때 11쪽으로 넘겨주는 기술이 필요해요"라고 짚었다. "너무 멀리 나아가지 않으면서, 바로 다음을 궁금하게 만들어야죠."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곡가 김형석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형석의 노래로 만든 서울시뮤지컬단 주크박스 뮤지컬 '브라보 마이 러브'는 오는 5월 4일부터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다. 2018.04.2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곡가 김형석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형석의 노래로 만든 서울시뮤지컬단 주크박스 뮤지컬 '브라보 마이 러브'는 오는 5월 4일부터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다. 2018.04.22. [email protected]

김형석은 이런 작업이 수월하려면 작가에게 좋은 음악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작가는 일종의 사회 내에서 전도체이기 때문이다.

"대중과 같이 뜨거워졌다 같이 차가워집니다. 그 자극을 소리를 통해 표현해요. 그러니 처한 세상이 중요하죠. 그러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갈망이 찾아왔고, 정치적으로 더 나은 의미를 찾게 됐습니다. 그간 불합리했잖아요. 좌파, 우파를 떠나 불합리한 것을 바꿔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사람(문 대통령)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됐어요. 기대가 헛되지 않았죠. '미스터 프레지던트'는 앞으로도 '잘 해주세요'라는 뜻으로 쓴 곡입니다."

불합리한 구조가 정리되자 다시 음악의 길에 주력하고 있는 김형석은 좋은 사람이 좋은 음악을 만든다는 것을 입증한다. 젊은 세대와 협업도 중요하지만, 50~60대에 하고 싶은 음악을 위해 끊임없이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젊은 사람은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것이 편해요. 그러나 어른은 쉽게 못 하죠. 어른들도 편히 웃고 울게 해주는 것이 예술의 역할입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문학, 미술이 그렇죠. 감성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에요. '브라보 마이 러브'도 그랬으면 합니다."

'브라보 마이 러브' 5월 4일부터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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