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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주 52시간' 두고 '동상이몽'…낙찰제도 개선 '관건'

등록 2018.05.15 10: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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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해야" vs "실제 적용 불가능"

공사비, 낙찰제도 개선해야 주 52시간제 도입 가능

예산 손에 쥔 기재부, 공사비 현실화 동참해야

건설업계 '주 52시간' 두고 '동상이몽'…낙찰제도 개선 '관건'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정부와 건설사, 노동조합 등이 미묘하게 다른 입장 차이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건설기업노조 측은 일단 주 52시간제를 도입해 근로시간을 단축한 후 문제점이 발생하면 고쳐나가자는 입장이다. 반면 건설사와 건설협회 측은 도입 시기를 조금 늦추거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 52시간제 도입에 앞서 공사비 현실화와 주 52시간 근무를 적용할 수 있는 공사기간 산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공공공사 입찰제도 수정 등이 수반돼야한다고 지적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손병석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 관련 건설업계 간담회'에서 "건설현장에도 예외 없이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손 차관은 "여야가 합의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해보지도 않고 고칠 순 없다"며 "일단 차질 없이 시행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국토부가 제도 도입을 늦추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해달라는 건설업계의 요구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선을 그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7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 300인 이상 기업은 주당 최장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대한건설협회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적정 공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이 줄면, 품질 저하와 안전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공사 규모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을 차등 적용하고, 법 시행 후 발주하는 공사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외 현장의 경우는 근로시간을 줄이면 공기·인건비 증가로 수주 경쟁력이 떨어지고, 공사 지연으로 수천억원의 보상금을 낼 수도 있다며 해외 현장 적용 제외를 건의했다.
 
 무엇보다 건설업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국내 현장은 4주, 해외 현장은 6개월~1년으로 조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현재 국내 취업규칙은 평균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 이내로 맞추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2주로 규정하고 있다.

 건협 관계자는 "예컨대 해외에서 3개월을 근무한 후 국내로 돌아와 3주를 연달아 쉬는 등 탄력적으로 근무 시간을 조정하면 주 52시간을 맞출 수 있다"면서 "국내 현장의 경우도 한 주는 61시간을 근무한다면 그 다음 주는 43시간을 근무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측에서는 이러한 건설사들의 주장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주 61시간을 근무하고 그 다음 주에 43시간만 근무하도록 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현장이 마무리 되지 않는 한 퇴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탄력적 근로제 시행이나 주 52시간제 도입이 유예되면 가뜩이나 야근과 추가 근무가 많은 건설현장에서 근무 시간 단축의 기회가 또 다시 오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는 근무 환경이 국내보다 더 열악해 이번 논의를 계기로 근무 환경 개선을 관철 시키겠다는 생각이다.

건설업계 '주 52시간' 두고 '동상이몽'…낙찰제도 개선 '관건'

이처럼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주 52시간제 도입에 입장은 다르지만 정부나 노조, 건설사들이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현실적인 공사비 책정과 입찰제도 개선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도입을 위해서는 불합리한 공사비 산정기준이 개선되고 가격경쟁 위주의 입찰로 인한 부실공사 등의 부작용을 해결해야된다"고 밝혔다.

 현재 공사원가 격인 예정가격은 주로 표준품셈에 따른 원가계산방식과 표준시장단가를 활용해 산출하고 있다. 하지만 표준시장단가가 최저임금 등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사실상 공사비가 삭감되고 있는 실정이다.

 입찰제도도 공사비 하락의 주된 원인이다. 과거 최저가입찰제는 폐지되고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국내 공공 건설공사의 입찰제도가 가격경쟁 위주다. 건설사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무리하게 낮은 가격으로 입찰을 하다 보니 인력을 줄이고 추가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협 관계자는 "정부 발주 공사의 경우 공기(工期·공사기간)를 정하는 전문적인 기관이나 기준이 없다 과거 공사를 토대로 100일, 150일로 명기하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이에 공사기간이 부족해 돌관공사를 하게 되고 장비와 인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다보니 비용도 많이든다"고 말했다.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도 "입찰제도가 개선돼 공사비가 현실화 된다면 추가 인력도 뽑을 수 있고 공사기간도 늘려 주 52시간제 도입이 가능하다"면서 "공사비가 현실화 된다면 근무환경 개선 뿐 아니라 안전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토부도 이러한 건설업계의 애로사항을 반영해 현재 수행 중인 공공공사에 대해 추가 인건비 부담, 공기연장 등을 위한 설계 변경을 인정해주라는 지침을 전달할 방침이다.

 실제 이날 간담회에서도 손 차관은 "기획재정부가 고용부와 협의를 거쳐 관련 내용을 각 담당 사업주체에 내려 보낼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건설업계의 요구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늘리고 공사비 현실화에 동참해야 한다.

 이에 건설기업노조 역시 6월 17일 건설업계 연중 최대 행사인 '건설의 날' 행사에서 기획재정부 앞에 모여 입찰제도 개선과 공사비 현실화, 주 52시간제 도입 등을 두고 집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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