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엘라 원유수출 제재하나…국제유가 파장 우려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 연간 1만 4000%
올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 9.2%로 떨어져
【카라카스=AP/뉴시스】20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개표가 93% 진행된 가운데 68%의 득표율을 기록하자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18.05.21.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의 불공정 선거를 응징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 제한까지 포함한 추가 경제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유가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CNBC뉴스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20일(현지시간) 올 들어서만 1만3000~1만4000% 급등한 살인적 물가상승률과 -9.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추가적인 경제제재마저 더해 질 경우 한층 극심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93%가량의 개표가 진행된 현재 마두로 대통령이 67.7%의 득표율로 승리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야권의 엔리 팔콘 후보는 21.2%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했다.
이날 투표율은 1998년 12월 대선 이래 가장 낮은 46.1%에 그쳤다. 지난 2013년 대선 때 80%를 기록했던 투표율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전직 버스기사 출신인 마두로 대통령은 카라카스의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앞에 몰려든 지지자들 앞에서 행한 연설에서 “저들은 그동안 얼마나 많이 나를 깎아 내렸는가. 그러나 여러분들은 나를 믿어 주었다. 나는 여러분이 보여준 무한한 신뢰와 사랑스런 신뢰에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마두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보답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베네수엘라는 식량과 의약품 등 생필품마저 조달하지 못하는 무정부 상태의 혼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기와 수돗물이 사치품에 해당될 정도이며 영양실조는 만연하고 있다.
CNBC뉴스는 베네수엘라 의회 자료를 인용해 베네수엘라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1만4000%에 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통화인 볼리바르의 가치는 지난 1년 동안 99%나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의 자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1만3000%에 달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어려움을 겪게 된 가장 큰 요인은 국제유가의 급락이다. 4년 전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유가는 현재 70달러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베네수엘라 경제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추가 경제제재마저 더해질 경우 베네수엘라 경제는 설상가상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의원은 20일 트위터를 통해 “내일 미국과 국제사회는 필요한 조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역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작금의 베네수엘라를 지켜보니 엉터리 선거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나라를 경영하는 걸 요구한다"고 밝혔다.
【카라카스(베네수엘라)=AP/뉴시스】카라카스 시내 야당 지지 구역의 텅빈 투표소 한 곳에서 20일(현지시간) 선거관리를 돕고 있는 볼리바르 민병대원 한 명이 피리를 불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6년 임기 재선을 위해 여당은 투표를 하면 포인트를 올려주는 "조국 카드"를 빈민층에 제공, 투표소 옆에서 공공연하게 법으로 금지된 선거운동을 벌였다. 2018.5.21
만일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생명줄인 원유 수출을 제한하게 되면 마두로 정권은 그야말로 치명상을 입게 된다. 다만 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차단될 경우 국제원유 시장도 큰 홍역을 감수해야 한다.
앞서 16일 발표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월례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이 '자유낙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EA는 올해 말쯤에는 베네수엘라의 일일 원유생산량이 수십 만 배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4월 베네수엘라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42만 배럴에 달했다. 이는 1950년대 초반 이래 가장 낮은 규모다. IEA보고서는 만일 베네수엘라의 생산 차질이 미국의 대 이란 제재로 인한 수출 차질과 겹칠 경우 국제원유 시장은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미 좌파를 대표하던 고 우고 차베스 대통령(1999년 2월~2013년 3월)은 내리 4선에 성공하면서 14년간 장기 집권했다. 당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풍부한 오일 달러를 바탕으로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등 각종 복지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차베스 대통령이 2013년 3월 암 투병 끝에 사망하면서 그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가 대통령에 오른 이후 베네수엘라는 극도의 경기침체와 그로 인한 사회혼란에 직면했다.
마두로 정권은 미국과 남미지역 국가들의 선거 연기 압박을 무시한 채 선거를 강행했다. 캐나다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미주 14개국으로 구성된 외교모임인 리마그룹은 지난 14일 베네수엘라 조기 대선 취소를 촉구했었다. 리마그룹 소속 외교부 장관들은 이날 멕시코시티에서 회동해 "베네수엘라 정부가 대선을 취소하도록 마지막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좌파 성향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미주기구(OAS) 등 우파 진영이 베네수엘라의 볼리비아 혁명을 제압하기 위한 계획을 수행 중"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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