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신장식 회장 "우리나라 옛부터 판화왕국...판화 절대 죽지 않아"

등록 2018.07.04 09:00:00수정 2018.07.06 11:17:3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경기도미술관 '판화하다-한국현대판화 60년' 4일 개막

한국현대판화가협회 회원 120명 대표작 160여점 전시

신 회장 '금강산 목판화' 직접 찍어 소장할수 있어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4일 경기도미술관에서 개막하는 '판화하다 - 한국현대판화 60년'전은 한국현대판화의 역사 60년을 맞아 한국현대판화가협회 회원 120명의 대표작 160여점을 선보인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4일 경기도미술관에서 개막하는 '판화하다 - 한국현대판화 60년'전은 한국현대판화의 역사 60년을 맞아 한국현대판화가협회 회원 120명의 대표작 160여점을 선보인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패션만 돌고 도는게 아니다. 전시도 돌고 돈다.

 경기도미술관이 4일 개막하는 '판화하다 –한국현대판화 60년'전은 데자뷰 현상을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03년부터 펼친 ‘한국 현대판화모음’전과, 2008년 한국 현대 판화 1958∼2008’, 2013년 한국현대판화 50년(필리핀),  2017년 '층과 사이'전을 떠오르게 한다. 모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 판화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전시였다.

 경기도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출신이다. 이전 한국현대판화 50년전을 기획한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전시 '한국현대판화 60년'전은 무엇이 다를까.

  60년을 돌아보는 전시는 결국 "방대하거나, 포맷이 같아지거나"다.  차이라면 한국현대판화가협회와 주관한다는 점이다.

  한국현대판화가 협회 회원 500명중 120명을 선정, 160여점을 전시했다. 작고 작가 이항성을 비롯해 김정자,윤명로, 한운성, 신장식, 박영근, 이성구 등 국내 대표 판화 작가들이 참여했다. 목판화·메조틴트·애쿼틴트·리소그래피·세리그래피부터 판화 개념의 끝없는 확장을 보여주는 최근의 실험적인 작품까지 망라했다.

    60년 판화사를 기획한 강민지 학예연구사는 "한국현대판화사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대표작과 함께 작가의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판재에 각인하거나 부식하고, 그리거나 투과하고 실험하는 각각의 판화 행위가 작가의 심리상태나 현대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4가지 섹션으로 나눠 선보인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박영근 작가(성신여대 교수)가 1996년에 만든 '베드로에 관하여-성전'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작가가 판화에 처음으로 전동 드릴과 전기공구로 긁어낸 작품으로 화면에 리듬감이 강렬하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박영근 작가(성신여대 교수)가 1996년에 만든 '베드로에 관하여-성전'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작가가 판화에 처음으로 전동 드릴과 전기공구로 긁어낸 작품으로 화면에 리듬감이 강렬하다.



   다양한 기법과 실험적인 작품이 대거 전시됐지만 평이해보인다. 이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나왔던 백남준 오윤 황재형등 미술시장에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볼수 없는 탓도 있다. 미술관측이 한국현대판화의 흐름을 조명하고 앞으로 방향을 조망하는 자리라고 소개했지만, '한국현대판화가협회전'처럼 보인다. 

  한국 현대 판화는 1951년 프랑스에서 활동한 작가 이항성이 최초로 석판화 개인전을 개최한 후 1958년 '한국판화협회'가 결성됐다. 한국 판화의 태동이었다.

 이후 60년대 해외 유학파 김정자 윤명로등이 대학에서 판화 교육을 하면서 판화가 발전, 1968년 '한국현대판화가협회'가 창립됐다. 젊은 판화가들의 국제활동이 시작됐던 시기다. 70~80년대는 판화의 시대였다. 1970년 제 1회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를 시발점으로 각종 공모전이 열리며 판화가 미술의 대표장르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1980년대는 한국현대판화의 황금기다. 4대 판법으로 불리는 목판화, 석판화, 동판화, 실크스크린이 발달했다. 특히 목판화는 민중미술에 녹아 민중목판화로 활기가 넘쳤다. 반면 90년대부터 컴퓨터의 등장으로 부침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판화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는 실험과 시도가 계속되지만 사진과 미디어아트등의 위세속에 판화는 점점 위축됐다.

 올해로 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은 신장식 한국현대판화가협회장은 "고려~조선시대까지 목판인쇄 발달로 팔만대장경이 나왔다"며 "우리나라는 판화왕국"이라고 말했다.

 판화의 가치가 하락세지만, '판화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다.

 신 회장은 "인류 최초의 그림은 벽에다 그린 것이다. 벽에 사람의 손을 찍었다. 그게 스텐실이다. 비석에 그림도 새기도 글자도 새긴다. 거기에 종이만 붙이면 판화"라며 "새로운 판화는 끊임없이 나올수 밖에 없다"고 판화에 자신했다.

  "인류가 그림 그리는 근본행위를 직접 하는 것, 판재를 통해서 하는 것, 컴퓨터를 통해서 하는 것, 레이저 컷을 통해서 하는 것, 모두 동일하다. 본질은 인류가 그림을 안 그릴수가 없다"는 것이라며 "기본 판법 4대판법(볼록,오목,평판,공판)은 절대 없어질수 없다. 그 개념이 새롭게 확장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판화가이자 서양화가인 신 회장은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때 판문점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 걸린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을 그린 작가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판화하다 – 한국현대판화 60년'전 투'과하다' 섹션에 선보인 나광호의 '익은 것과 날 것'의 작품을 관람객이 자세하게 보고 있다. 아크릴과 유리에 조형적 패턴을 찍어낸 스텐실작품이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판화하다 – 한국현대판화 60년'전 투'과하다' 섹션에 선보인 나광호의 '익은 것과 날 것'의 작품을 관람객이 자세하게 보고 있다. 아크릴과 유리에 조형적 패턴을 찍어낸 스텐실작품이다.


 최은주 관장도 "현대미술에서 판화가 많이 위축돼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판화의 미래가 밝다"고 진단했다.
 
 최 관장은 "현대판화가 중요한 건, 작가들의 실험적인 추구가 한국 현대미술의 현대성이 활발하게 촉발되게 기여했고,그 덕에 국제교류가 활성화됐다. 여타 영역이 있지만 전통적인 영역과 현대성을 가장 긴밀하게 만나게 하는데 판화가 있었다"면서 "이번 전시를 하면서 연보를 작성해보니 판화 1세대 작가들의 예술세계부터 디지털 복제시대의 새로운 발상까지 예술가들이 판화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작업의 폭을 끝없이 확장시켜 왔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현대판화를 집중 조명하는 이 전시는 판화의 고유한 감수성과 풍부한 조형미와 함께 무한한 가능성을 가늠하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디지털 복제시대속 판화가 소외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판화는 '복제의 원류'다. 

 판화는 작가가 직접 판을 깎고 떠서 잉크를 칠하고 종이를 떼내서 만든다. 수없이 복제 할수 있는게 판화지만 찍어내는 숫자가 정해져 있다.

 판화에는 작가가 연필로 작품 제목과 수량과 숫자를 매긴다. 1/100이라고 쓰여 있다면, 100장중 첫번째 찍은 작품이라는 뜻이다. 또 작가가 특별히 제한적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뜻의 'AP(artist proof)가 적혀 있다면 '진짜 판화'라고 할수 있다.

  컴퓨터 인터넷 기술로, 오프셋(offset) 인쇄가 판화처럼 둔갑한 세상이다. 디테일 표현이 뛰어난 고급 인쇄물에 불과하지만 판화처럼 팔린다. 판화시장을 위축시킨 주범이기도 하다.

【서울=뉴시스】 신장식 한국현대판화가협회장이 '금강산'을 담은 목판화 작품을 관람객들을 위해 전시장에 내놓았다.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을 보고 그린 작품으로, 신 회장은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때 판문점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 걸린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을 그린 작가다.'금강산 목판화'는 전시기간 관람객이 직접 잉크를 찍어 판화로 만들어볼수 있다. 작품은 가져가도 된다.

【서울=뉴시스】 신장식 한국현대판화가협회장이 '금강산'을 담은 목판화 작품을 관람객들을 위해 전시장에 내놓았다.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을 보고 그린 작품으로, 신 회장은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때 판문점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 걸린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을 그린 작가다.'금강산 목판화'는 전시기간 관람객이 직접 잉크를 찍어 판화로 만들어볼수 있다. 작품은 가져가도 된다.



 이번 전시는 50년전등 이전 전시와 포맷이 같아 식상하지만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짜 판화'를 한자리에서 볼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판화의 힘을 보여줬던 '민중 목판화'가 한 점도 없어 밋밋한 점도 있지만, 판화의 다양한 면모를 제시한다는 측면에선 기획자의 고민이 엿보인다. 

 전시와 더불어 아카이브 섹션에는 한국현대판화를 조망할 수 있는 책자들과 연보가 함께 전시됐다. 또 판화를 관람객이 직접 체험해 볼수 있는 '작가의 작업실'도 마련됐다. 신장식 회장이 만든 '금강산' 목판화를 잉크로 직접 찍어 볼수 있다. 종이에 찍은 판화는 소장할수 있다. 9월9일까지. 관람은 무료.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