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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의결 불발...경영참여 두고 이견

등록 2018.07.26 15: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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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0일 재논의...의결권 찬반 사전 공시도 찬반 갈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8년도 제5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07.26.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8년도 제5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07.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국내 증시의 최대 큰손 국민연금이 26일 스튜어드십 코드(SC·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 지침)를 의결해 시행하려고 했으나 불발됐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경영참여 주주권을 제외하고 도입하는 것을 두고 의견 충돌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는 이날 여의도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여부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위원 간 이견이 있어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기금위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오늘 통과됐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합의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회의를 한 번 더 하기로 했다"며 "큰 부딪힘이 있는 건 아니고 기술적으로 다듬어야 할 조항이 있고 좀 더 다듬어 출발할 때부터 잘 갖춰진 체계로 출발하자는 취지로 (최종 의결)을 미뤘다"라고 설명했다.

당초 위원회는 이날 스튜어드십 코드 최종 도입안을 의결해 바로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으나 불발됨에 따라 오는 30일에 재논의 및 의결하기로 연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안이 이날 의결되지 못한 데는 경영참여 주주권 활동을 두고 시각 차가 빚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복지부가 지난 17일 열린 공청회에서 공개한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에는 배당 관련 주주 활동 범위 확장 등 올해 하반기부터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부터 단계적으로 행사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사외이사, 감사 추천, 의결권 위임장 대결 등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여부는 2020년에 제반 여건 구비 후 도입 여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연금 사회주의', '기업 경영권 침해' 등의 거센 비판에 부딪혀 후퇴함에 따라 재벌 총수를 견제하는 등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날 기금위에서도 경영참여 주주권 활동의 일부 도입 및 로드맵 제시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며 마찰을 빚었다.

박 장관은 이날 회의 주요 쟁점을 묻는 질문에 "자본시장법이 경영참여를 허용하는 쪽으로 개정된 후 경영참여에 들어가자는 의견과 아예 처음부터 경영참여 선언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당장 경영참여를 시작하기에는 제약이 많아 사안마다 의결권전문위의 숙고를 통해 경영참여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 기금위원은 "경영참여 주주 활동을 당장은 일부라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또 최소한 어떻게 경영참여 주주활동을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촉구되면서 합의가 미뤄졌다"라고 전했다.

이어 "전반적으로는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있는 만큼 제도 도입 초기에는 경영참여를 배제하고 시행하자는 복지부 안에 공감대가 높은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올해 하반기부터 의결권 찬반 결정 내용을 주주총회 사전에 공시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뤄졌다.

기금위원은 "자본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국민연금이 의결권 결정 사항을 미리 공지할 경우 자산운용사 대부분이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며 "선진국처럼 기관투자가들이 스스로 판단해 투자할 수 있는 풍토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무리라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국민연금이 당장은 경영참여를 배제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안을 실행하겠지만 박 장관과 기금위원들의 이견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초안보다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박 장관은 이날 기금위 모두발언에서 "노후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기업 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스튜어드십 코드안에 경영 참여가 제외된 점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가슴이 아프다"며 "경영 참여 주주활동에 대해 현행법령에 따른 기금운용상 제약 요인과 경영 참여 주주활동의 범위 등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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