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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은산분리만 완화되면 해피엔딩일까

등록 2018.08.13 05:00:00수정 2018.08.20 0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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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은산분리만 완화되면 해피엔딩일까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바야흐로 규제개혁의 시대다. 우리 경제의 오랜 족쇄 하나가 또 느슨해질 조짐이다. '은산(銀産)분리' 이야기다.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있는 지분은 4%)까지로 제한한 게 은산분리다. 나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은산분리이지만 조만간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는 그 장벽이 낮아질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규제개혁 의지를 표명하자 여야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를 예외적으로 완화하는 특례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명분은 혁신기술과 자본을 가진 IT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확대다. KT(케이뱅크)와 카카오(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한 ICT 기업들은 은산분리라는 족쇄 때문에 자본확충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재벌의 손아귀로부터 금융의 공공성과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보루였던 은산분리가 50여년이 지난 지금은 금융혁신의 장애물로 전락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방침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미 시장에 진입한 금융회사들은 경쟁과 혁신 없이도 과점적 이익을 누리고 있다"며 기존 은행들의 행태를 지적했다. 아직 더 많은 '메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여전히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은산분리만 완화되면 정말 그걸로 끝나는 걸까. 인터넷전문은행에 기대했던 것은 기존 은행이 외면했던 중금리(중신용자) 대출 확대였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신용대출 가운데 중신용(4~6등급) 차주 비중은 3.8%로 국내은행(11.9%)에 비해 훨씬 낮았다. 금리도 최근 들어 조금씩 올리면서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

물론 은산분리라는 족쇄 때문에 자본확충과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하지만 은산분리라는 규제완화의 특혜를 받을 만한 자격이 되는지 인터넷전문은행이 스스로를 채찍질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진짜 메기가 맞는지 당초 설립 취지였던 금융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정부도 믿을 만한 금융 관리감독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저축은행 사태와 2013년 동양그룹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을 줘야 은산분리를 완화해주겠다는 정부 논리도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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