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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 “인구의 양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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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8-12 13: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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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가 혼인 감소, 출생아 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를 숱한 언론에서 일상적으로 접하게 된 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근심과 걱정만큼 우리의 생활 속에서 인구감소를 체감하지는 못한다. 인구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하기에는 우리는 여전히 ‘과밀’ 국가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주택총조사를 기준으로, 인구의 폭발적 증가를 걱정하며 정부가 산아제한을 권장하던 1970년도의 인구밀도가 1㎢당 320명인데 비해, 지방소멸론에다가 국가소멸론까지 내세우며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2015년의 인구밀도가 509명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더 높다.

또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1㎢당 513명으로, 인도(450명), 일본(350명), 영국(274명), 독일(236명), 중국(150명), 미국(35명)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아도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1970년에도, 현재에도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그때와 현재의 인구 걱정거리는 정반대에 위치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준비되지 않은 미래와 맞닥뜨렸기 때문일 것이다.

 1960-70년대에는 급속한 인구증가에 대응하는 도시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위기감에 조급함이 더해져 불량주거지에 도시 난개발이 판쳤다. 그러나, 이제는 1980년대부터 이미 나타난 인구감소의 시그널을 알아채지 못하고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급격한 인구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어서 걱정인 것이다.

 1983년 출산율은 2.06명에 이르러 인구규모가 현상유지되는 인구대체수준(2.1명) 아래로 떨어졌으나 오히려 정부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가족계획 구호를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로 강화하였다.

 만약 그 때, 정부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출산율에 대한 트렌드를 이해하고, 이후 맞이할 사회경제적 요인들을 고려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오늘날 인구감소시대라는 같은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오히려 경쟁이 줄어들고, 과밀이 해소될 수 있다며 지금의 모습에 대해 반겼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저출생에 대한 대책을 보다 서둘러 준비하여 인구감소의 속도를 지금보다 줄이고 안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의 지리학자 로렌스 C.스미스(Laurence C. Smith)는 전(全) 지구적으로 작용하는 가장 중요한 힘으로 인구변천(demographic transition)을 꼽는다. 인구는 출생률과 사망률이 둘 다 높은 1단계, 사망률은 떨어지고 출생률은 그대로 유지되는 인구폭발의 2단계, 출생률이 떨어져 인구는 여전히 증가하지만 속도가 완화되는 3단계, 출생률과 사망률이 둘 다 낮아지는 4단계의 과정으로 변화된다.

 한 사회는 산업화, 도시화, 여성의 권리 향상 등의 영향을 받아 단계적으로 인구변천이 나타나게 된다. 우리나라는 1970-80년대에 도시발달, 산업화, 여성의 교육과 사회참여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빠른 속도로 인구변천 3단계를 지나 4단계 진입을 예고하였다. 아마도 당시 산아제한 인구정책이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였던 착시(錯視)현상도 그러한 속도감 있는 사회변화와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희망자녀 수는 2명이지만, 실제자녀 수는 그에 못 미치는 우리의 현실은 저출산 정책에 있어 기본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인구정책은 여성의 출산율에 초점을 둔 양(量)적 측면이 아닌, 아이 낳고 기르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 국민 행복을 추구하는 질(質)적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한 채, 저출산 추세를 되돌려 생산가능인구를 늘리고, 경제성장을 가져오겠다는 전략은 이미 불가능해졌다. 그러므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급변하는 오늘날의 환경 속에서 미래 인구를 예측하고 우리의 사회경제 시스템의 변화, 예를 들어, 학교 교육 혁신, 평생교육 강화, 정년연장 등을 통해 이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 인구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저출생·고령화라는 인구 트렌드 뿐 아니라 저성장, 4차산업혁명, 남북통일, 기후변화 등 사회, 경제, 기술, 환경 요인들을 고려하여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이 1982년에 만든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란 영화에서처럼, 미래에는 인간과 복제인간인 리플리컨트(Replicant)가 뒤섞여 모두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처럼 생활할 수도 있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2019년을 감안할 때 1년 남은 미래가 그러한 모습이 되기에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로봇기술의 발전속도를 보면 조만간 우리가 아니면, 우리의 자손이 그러한 세상에서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세상이 온다면 인구의 양(量)적인 집착은 우리에게 더 이상 중요한 이슈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신기술과 산업의 변화로 새로운 사회시스템이 발명되는 것을 전제한다면 말이다.

맬더스(Malthus)의 비관적인 인구예측과 과거 우리 정부의 가족계획 정책 등을 보면 인구학적 예측이 제대로 맞은 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예측은 중요하며, 인구 예측은 필요하다.

 우리는 다양한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고, 최악의 미래를 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록 예측된 미래가 우울하더라도 우리는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 미래 예측은 미래를 결정하고 미래를 맞추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고 대응할 기회를 우리에게 선물하기 때문이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bmin@nafi.re.kr)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지리학 박사
前 서울연구원 초빙부연구위원
前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시설환경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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