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면허유지 결정됐지만…'상충 항공관련법' 이참에 고쳐야
국토부 "면허 유지 실익이 더 커 면허 취소 않기로"
취소 근거된 항공안전법·항공사업법 상충 논란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진에어 항공사 기장, 승무원 등 직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에어 직원 생존을 위한 대국민 호소대회'를 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면허취소는 직원·가족·협력업체 등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총수 일가를 벌하고 직원들을 살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2018.08.01. [email protected]
국토부는 17일 오전 10시 진에어에 대한 면허 취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외국인의 국내 항공사 지배를 막기 위한 해당 조항 취지에 비해 조 전 전무의 등기임원 재직으로 인한 항공주권 침탈 등 실제적 법익 침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근로자 고용 불안, 소비자 불편, 소액 주주 손실 등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조 전 전무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진에어의 등기이사직을 맡았다. 국토부가 면허 취소 검토의 근거로 삼은 현행 항공법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법 보호를 위해 외국인 등기 임원을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면허 취소도 가능하다. 조 전 전무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진에어의 등기이사직을 맡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항공법이 해석을 다르게 할 수 있는 여지가 크고 각 조항 사이에도 상충하는 지점이 존재한다는 게 문제가 됐다.
외국인 등기임원을 두면 안 된다고 정한 항공안전법 제10조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 ▲외국정부 또는 외국의 공공단체 ▲외국의 법인 또는 단체 등은 항공 면허를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 아닌 법인에 대해서는 ▲제1호부터 제3호까지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주식이나 지분의 2분의1 이상을 소유하거나 그 사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 ▲외국인이 법인 등기사항증명서상의 대표자이거나 외국인이 법인 등기사항증명서상의 임원 수의 2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으로 따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외국인이라고 해도 전체 임원의 과반을 넘기지 않으면 항공운송사업면허 및 유지가 가능하다.
문제는 항공사업법 9조는 다른 규정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항공사업법은 임원 중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 자'가 있는 법인은 국내항공운송사업이나 국제항공운송사업의 면허를 가질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면허 취소의 근거가 되는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 2개 조항이 상충하는 셈이다. 1961년 제정된 항공법은 1991년 전면 개정과 이후 여러 차례 일부 개정을 거쳐 지난해 항공사업법, 항공안전법, 공항시설법 등 세 개 법으로 나눠졌다. 1991년 전면 개정 당시 외국인 임원이 재직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생겼다. 일각에서는 개정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국토부가 외국인 등기임원 제한을 둔 본질적 이유는 무시한 채 법령 해석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항공법상 외국인 임원 선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둔 이유는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에 대한 외국인이나 외국 자본의 지배를 막으려는 데 있다. 외국인 임원을 단 한 명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는 아니다.
해외에서도 외국인 등기 임원이 한 명 있다고 해서 면허를 취소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우 대표이사를 포함한 항공사 전체 임원 중 3분의2 이상이 시민권자여야 하고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 75% 이상이 미국인 소유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게다가 진에어는 조 전 전무가 임원으로 재직했던 2010년~2016년 동안 국토부에 항공운송사업면허 갱신을 3차례 신청하고 재발급 받았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단 한 차례도 지적이나 행정지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에어인천까지 비슷한 문제가 불거지자 국토부의 직무유기 역시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 하와이안항공이 부도 위기에 처해 회생절차를 거쳐 외국인 지분율이 49.9%에 이르렀지만 이를 문제삼지 않고 유연한 판단을 내렸다"며 "미국과 같은 항공 선진국도 외국기업의 자국 항공시장 진입은 엄격한 반면 자국 항공기업을 위해서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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