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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버트 아리랑’ 北도 공인, 유네스코 공동등재 진일보?

등록 2018.08.28 16: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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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버트 아리랑’ 北도 공인, 유네스코 공동등재 진일보?

【서울=뉴시스】 신동립 기자 = ‘아리랑’을 세계에 알린 최초의 외국인은 헐버트 박사라는 것을 북측도 인정했다. 우리나라와 북한, 중국의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중국 선양에서 국제고려학회가 주최한 ‘화해·평화·번영을 위한 코리아학 국제워크숍’에 참석한 권재일 한글학회장(서울대 교수·언어학)이 확인한 사실이다.

권 회장이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장에게 전달한 학술회의 자료집에 게재된 발표문 ‘악보를 통해 본 아리랑의 음악형상적 발전 과정’(리영호·조선사회과학원)이 ‘헐버트 아리랑’의 존재를 밝혔다.

‘아리랑은 오래 전부터 우리 인민들이 불러 온 민요였으며 대중적으로 널리 불리우는 과정에서 그 음악형상적으로 더욱 발전하여 왔다는 데에 대해 논증해보려고 한다’면서 ‘조선 봉건왕조 말엽 우리나라에 왔던 헐버트라는 미국인이 채보한 것을 실은 ‘조선류기’(Korean Repository·한국소식·1896)의 악보가 우리나라 최초의 아리랑 채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헐버트의 아리랑은 첫 소절과 둘째 소절의 선율과 장단리듬이 완전히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선율이 완전히 동도진행으로서 일반 사람들이 항간에서 흥얼거리는 노래 형태로 채보되었다’면서 자유박자로 불리는 민중의 노래를 헐버트가 가감 없이 원형대로 채보했다고 분석했다.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는 “북한 공공기관이 처음으로 헐버트 박사의 업적을 국제학술회의에서 평가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2008년부터 북한에 헐버트 박사의 한민족에 대한 공헌을 연구해 합당한 예를 갖출 것을 촉구해왔으나 북한은 응답이 없었다. 북미관계의 변화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번에 북한 학자가 헐버트 박사의 업적을 최초로 인정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받아들였다.

‘헐버트 아리랑’ 北도 공인, 유네스코 공동등재 진일보?

헐버트는 입으로만 전해지던 아리랑을 1896년 5선지에 악보로 옮겼다. 헐버트가 채록한 아리랑은 고종이 즐겼다는 아리랑, 나운규가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로 삼은 바로 그 아리랑이다.

한국생활 4개월째로 접어들 무렵 헐버트는 고종의 외교고문 J 데니의 정동 집 근처에서 아리랑을 들었다. 순간의 감동은 여동생 아키에게 편지로 전해졌다. 서한에 아리랑 후렴의 악보를 기재했다.

2015년 이 편지를 발굴한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는 “사적인 편지에 남긴 악보지만, 오랜 세월을 구비전승(oral-transmission)으로 내려오던 아리랑을 재생 가능한 보편적 기보전승(score-transmission)으로 존재하게 한 최초의 기록이자 최고의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인류 구전 및 무형 유산 걸작) 목록에는 아리랑이 둘이다. ‘아리랑, 한국의 서정민요’(2012)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아리랑 민요’(2014)다. 북이 헐버트아리랑을 공인한만큼 따로 등재한 아리랑을 통일, 공동등재하려는 운동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는 기대다.
‘헐버트 아리랑’ 北도 공인, 유네스코 공동등재 진일보?

 
한편 미국인 호머 B 헐버트(1863~1949)는 서울 합정동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 잠들어 있다. 1886년 대한제국 때 첫 서양식 교육기관인 육영공원 교사로 이땅에 왔다. 고종의 헤이그 밀사 파견을 도왔고 미국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했다. 일제에 의해 쫓겨난 뒤 1909년 미국에서 집필한 ‘대한제국 멸망사’(The Passing of Korea) 서문에 ‘나는 1800만 한국인들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싸웠으며 한국인들에 대한 사랑은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썼다. 1949년 7월29일 광복절을 앞두고 이승만 대통령 초청으로 왔다가 8월4일 별세하기 직전 ‘나는 웨스터민스터 사원보다 한국에 묻히고 싶다’고 유언했다. 8월11일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인 사회장이 치러졌다. 이듬해 3월1일 건국공로훈장 태극장(독립장), 2014년에는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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