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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영 "사랑과 욕망, 분명 다르지만 경계는 모호"···불온한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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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9-07 0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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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서울 마포구의 카페에서 소설 '불온한 숨'의 박영 작가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9.06.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욕망의 사랑'과 '사랑의 욕망', 앞뒤만 바꿨을뿐인데 어감이 다르다. 전자는 파국적 결말을 맞는 사랑, 후자는 인간 본연의 욕구로 여겨진다.

사랑과 욕망의 경계는 그렇다면 무엇일까.

작가 박영(35)의 두번째 장편소설 '불온한 숨'(은행나무)이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사랑과 욕망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둘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다."

 여자가 욕망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은퇴를 앞둔 서른여덟살 무용수 '제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7세 때 싱가포르로 입양된 제인은 '진'과 결혼하고 딸 '레나'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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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서울 마포구의 카페에서 소설 '불온한 숨'의 박영 작가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9.06. dahora83@newsis.com
숨 죽인 채 살아가는 그녀는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해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누구의 사랑도 진정 받아본 적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미건조한 삶을 견뎌온 그녀에게 '엄마'로서의 위치를 위협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제인은 그간 억눌러 온 욕망, 감당해야 할 어떤 진실에 대한 아픔을 마주하게 된다.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숨 쉴 구멍은 생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감춰 왔던 자신도 발견하게 된다.

"인생이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거든요. 이 세상에는 인간들이 욕망대로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냉정하고 엄격한 장치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것은 규율이기도 하고 법이기도 하고 또한 타인의 시선이기도 합니다. 로프가 팽팽하게 당겨질 때마다 그들은 숨이 막혀옵니다. 그들은 자신의 허파와 폐와 심장이 터질 듯 짓눌리는 것도 모른 채 무대 위에서 발버둥칩니다. 뭐랄까요, 마치, 덫에 걸린 뒤부터 몸부림쳐서 오히려 뼈까지 드러난 새처럼 보인다고 할까요? 그들의 몸부림은 저절로 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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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서울 마포구의 카페에서 소설 '불온한 숨'의 박영 작가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9.06. dahora83@newsis.com
"결국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고서는 '제인'일 수 없다는 사실을. 진짜 '제인'이 되고 싶다면, 억지로 '제인'이 되려고 해선 안 된다는 것. 느끼는대로 세상을 마주 보고 시간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온전히 느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때때로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 '불온한 숨'이라도 깊게 내쉬어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소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욕망'이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지고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로 인간 내면에 숨겨진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사물에 대한 세밀한 관찰력과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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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서울 마포구의 카페에서 소설 '불온한 숨'의 박영 작가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9.06. dahora83@newsis.com
박 작가는 "우리가 타인의 말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길 바랐다"고 강조했다.

"물론 소설 한 편을 읽었다고 완전히 해방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달라지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 늘 우리는 타인에게 잘 보이려고 애쓴다. 그러는 동안 점점 소외됐던 자신의 얼굴도 들여다봐야 될 것 같다. 소설을 통해 독자들이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세계를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고려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박 작가는 2015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아저씨, 안녕'이 당선돼 프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첫 장편 '위안의 서'로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약 10년동안 등단을 준비했다"며 "소설을 쓰면서 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는 글을 쓸 수 없을지 모른다는 시련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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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서울 마포구의 카페에서 소설 '불온한 숨'의 박영 작가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9.06. dahora83@newsis.com
"이제 막 장편소설 2권을 냈다"며 "한 권 한 권을 쓸 때마다 내가 조금씩 변해있다. 통렬한 각성이 있어야만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에게 우리 사회에 연대와 공감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등단하고도 책을 못 낸 사람들도 많다. 너무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니까 책임감을 느낀다. 절대 소홀히 하고 싶지 않고, 진지하게 대하고 있다. 재능 발휘가 아니라 소설이 깊어져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으면 좋겠다."

'위안의 서'가 죽음의 상실감을 견디는 남녀의 서사로 은은한 온기를 추구했다면, 이번 소설은 후끈한 열기에 가깝다. 세밀한 심리 묘사까지 더해져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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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서울 마포구의 카페에서 소설 '불온한 숨'의 박영 작가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9.06. dahora83@newsis.com
박 작가는 "'무용'이라는 소재를 감당하지 못할까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며 "탈고의 마지막 단계까지도 어려운 것은 무용가의 동작이었다"고 회상했다. "무용수의 욕망을 상상하는 것이 어려웠다. 글을 쓰면서 몸의 언어에 매혹당했다. 언어가 할 수 없는 경지가 느껴졌다."

작품 집필 계기는 싱가포르 여행이다.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세 번 다녀왔다. 또 세 번에 걸쳐 전면 개고를 했다. "늘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느라 바빴다"며 "혼자 여행을 자유롭게 다닌 적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싱가포르가 가깝다고 해서 2016년 12월 무턱대고 한국을 떠났다. 도착한 첫 날부터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나왔다. 사나흘 내리 글을 쓰면서 거리의 사람들을 많이 봤다. 내가 여행자라서 감동과 아픔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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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서울 마포구의 카페에서 소설 '불온한 숨'의 박영 작가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9.06. dahora83@newsis.com
창작 계획에 대해서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며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돈때문에 파괴되는 가치들, 끝내 인간성까지도 잃어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을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독자들을 기다렸다"며 "내 이야기에 공감해줄 사람들을 상상했고, 책이 나오면서부터 뵈었다. 독자와의 만남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밤새 읽었다는 이야기, 내 소설을 읽고 삶을 돌아보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감사하고 기뻤다. 독자 의견과 응원이 소설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일방적으로 내 이야기만 전하는 게 아니라 늘 독자와 소통하는 작가이고 싶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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