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인터뷰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 지휘자 "단원 여러분, 말을 하시오 말···"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18-09-06 19:48:39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첫날 경기필 단원들을 대면했을 때 굉장한 문화 충격을 받았다. 아무 감정도, 표정도 없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렸다."

이탈리아의 세계 정상급 지휘자인 마시모 자네티(56)는 4일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처음 대면했을 때 당황했다. 단원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네티는 이런 모습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다"고 6일 털어놓았다. '팀 빌딩'을 위해 전날 악장들에게 '커피 브레이크 타임'을 제안한 이유다. 그러나 악장들은 그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말을 건넸다. "원래 한국 오케스트라는 문화적으로 지휘자에게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아요."

자네티는 단원들에게 여러분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피드백'을 달라고 청했다. "질문을 하면 대답을 주고, 연주하는 팔이 편안한지 불편한지 이야기를 해주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제안해달라"고 부탁했다.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와 단원들이 함께 나누는 것이지 누군가가 제압해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니까."

단원들의 피드백은 생각보다 빨랐다. "오늘이 합을 맞춘 지 3일째인데 단원 중 다섯분이 내게 먼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 정도면 대 성공"이라고 웃으며 히딩크처럼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클래식 에이전시 IMG아티스츠 소속인 자네티 상임지휘자는 이달부터 2년간 경기필과 함께 한다.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1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여는 취임연주회를 시작으로 연중 약 10여차례 경기필을 지휘할 예정이다.

자네티는 왕년의 유명 지휘자가 아닌, 현재 유럽 무대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지휘자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19세기 이탈리아 레퍼토리에 강하다. 그간 드레스덴 슈타츠카팔레, 베를린 슈타츠카팔레, 베를린 슈타츠오퍼, 드레스덴 젬퍼오퍼 등 세계적인 악단들과 오텔로, 카르멘, 피가로의 결혼 등 수 많은 오페라들을 공연했다.
associate_pic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밤베르크 심포니, 슈투트가르트 라디오 심포니, 바이마르 슈타츠카팔레, 함부르크 북독일 방송교향악단, 체코 필하모닉, 라디오프랑스 오케스트라, 할레 오케스트라, 영국 버밍햄 심포니 등 심포니 지휘자로도 명망이 높다.
 
권위적이지 않고 유쾌한 소통의 리더십으로 벌써부터 경기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이다. 자신의 말을 재빠르게 컴퓨터 키보드로 받아치는 기자들에게 "한국 기자들은 피아노를 쳐도 잘 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떠는 등 친화력을 발휘하고 있다.

경기필을 운영하는 경기도문화의전당 정재훈 사장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협연하는 연주자들과 단원들이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자네티 선생님에게 보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경기필 정하나 악장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권위적이지 않고 즐겁게 리허설, 새로운 스타일의 지휘자"라고 봤다.

자네티는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고 해서 존경과 서열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면서 "때로는 심각하게 작업할 수 있지만, 때로는 함께 즐겁거나 같이 웃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껄껄거렸다.

"같이 일하는 분들의 동의를 얻어 함께 만들어가는 위치에 있다"고 지휘자의 위치를 정의했다. 그래서 당연한 음악적 업무 외에 시시각각 심리학자처럼 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처럼 인내심도 필요하다. 이해하고 서로 소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문화가 다르다는 것도 안다. 항상 알려고 노력을 한다."
associate_pic

세계를 누비는 한국의 클래식 아티스트가 점차 많아지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세계 클래식계의 변방이다. 이곳의 악단에 객원지휘자가 아닌 상임지휘자로 오는 데 큰 결심이 따랐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이탈리아의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77)가 경기필을 객원지휘한 것이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필은 지난 4년 간 성시연(42) 전 단장이 기반을 다지고 무티, 얍 판즈베던(58)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음을 벼리면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자네티도 경기필의 잠재력을 크게 봤다. "3일 전에 주문한 벨벳 색깔의 사운드가 오늘 재현됐다. 오케스트라의 놀라운 선물이랄까, 앞으로 서로 알아가면서 좋은 색채를 만들어가고 싶다."

자네티와 경기필은 이번 연주회에서 모차르트 교향곡 '하프너', 프로코피에프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을 들려준다. 모차르트 콘서트 아리아는 소프라노 박혜상, 브람스 이중 협주곡은 바이올린 김지연과 첼로 송영훈이 협연한다.

 realpaper7@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