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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갑질-폭언 행위에 속수무책…"솜방망이에 2차 피해"

등록 2018.09.16 10: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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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페널티 등 처벌 강화, 2차 피해 방지책 시급

전수조사, 내부고발 시스템 정비 등도 발등의 불

상급자의 폭언과 갑질 문화로 고통받는 공무원들. (삽화=뉴시스DB)

상급자의 폭언과 갑질 문화로 고통받는 공무원들. (삽화=뉴시스DB)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공직사회 내부에서 발생하는  갑(甲)질 행위와 언어폭력이 좀처럼 끊이질 않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에 비밀 보장도 허술해 2차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전수조사를 통한 대대적인 실태 파악과 강력한 인사상 페널티, 2차 피해 방지책 등이 시급한 실정이다.

 광주시 공무직노동조합은 최근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 공무원 조직 안에서 언어폭력과 갑질 행위가 지난 2년 간 수 십건 발생했고, 이 중 최소 4건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1건은 시 본청, 나머지 3건은 사업소에서 발생했고, 가해자는 대부분 간부공무원이고 피해자는 주로 여성공무직들이다.

 욕설과 폭언은 기본이고 입에 담기 힘든 여성 비하 발언, "이런 ××, 그냥 집에나 가라", "넌 그런 일이나 하라고 여기 온 것이다"는 식의 인격모독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노조는 밝혔다. 일부 피해자는 조직 내에서 '은따(은근히 따돌림)'로 심적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인수 위원장은 "지속적인 항의와 건의로 3건은 개선됐으나, 1건은 당사자의 사죄와 재발방지 약속에도 불구, 또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1건은 시립도서관 간부 A씨와 관련된 것으로, A씨는 지난해 4월 노조와 피해 직원에게 "잘못했고, 다시는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습관적으로 막말과 갑질을 반복해오다 최근 시로부터 대기발령 처분을 받았다.

 직원들이 작성한 '갑질 파일'에 따르면 시립도서관은 지난 2월 직원들에게 부서 운영비로 설 명절 상품권을 지급하면서 관례대로 3만원권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했지만, A씨는 '백화점 상품권을 달라'고 요구해 10만원권 상품권을 구입해 전달한 것으로 기록됐다.

 또 지난 4월 '광주시장상(賞)을 받고 싶다'며 직원들에게 단독추천을 요구해 수상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임신한 직원과 강사에게 막말을 하거나 장애인직원을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출근길 접촉사고로 차량을 수리한 한 직원은 정비 문제 등을 놓고 A씨로부터 폭언에 시달리다 결국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2013년과 2014년, 전임 근무지에서도 폭언을 반복해 직원 10여명이 인사조치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업무 미숙자들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뜻이 왜곡된 것 같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에서는 지난 4월에도 도시재생국 소속 일부 직원이 '간부로부터 일상적으로 성희롱과 폭언을 당해 왔고, 직장 내 갑질도 심각하다'며 피해를 호소해 감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광주 모 보건소장의 비인격적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노조의 자체 조사 결과 33명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고, "심장이 두근거린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소장은 올초부터 수 개월간 보건지소 교육장에서 친구사이인 의대 동기 5명과 일명 '라인댄스'를 춘 사실도 드러났다. 노조는 보건소장이 지위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갑질 청산이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광주시도 갑질 관행 근절에 나서고 수 차례 관련 감사도 진행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악습은 반복되고 있다.

 이에 공직 내부에서는 갑질 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갑질행위자 무관용 파면' 등 강력한 인사상 불이익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솜방망이 처벌에다 피해자 비밀보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2차 피해에도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다.

 시 산하기관 한 여직원은 "일벌백계식 처벌이 없다 보니 감사나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비밀보장이 잘 되지 않아 고발문이 게재되면 몇일 뒤 가해자보다는 피해자가 누구라더라는 식의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실제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인사상 조치는 가볍기만 하고, 비밀보장이 쉽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상당 기간 같은 공간에서 근무해야 하는 구조다보니 '용기있는 고발'이 쉽지 않고, 2차 피해도 무방비"라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전 직원 전수조사를 통한 실태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처벌, 익명성이 보장되는 내부고발 시스템과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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