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일반

'광주 100년 이야기 버스' 정율성 시비, 항일투사? 중공군?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18-10-29 15:44:11  |  수정 2018-10-29 16:50:19
associate_pic
정율성 흉상,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
【서울=뉴시스】 김정환 기자 = 광주광역시가 이달부터 운행 중인 '광주 100년 이야기 버스'가 작곡가 정율성(1918~1976) 논란에 휩싸였다.

광주 100년 이야기 버스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한국관광공사가 홍보를 지원하는 '문화예술 융합형 시내관광(시티투어) 버스' 사업의 하나다. 주요 관광지를 나열식으로 소개하는 데서 벗어나 핵심 관광지의 주제를 설정하고, 이야기·연극·음악 등을 융합해 도시 브랜드와 관광 자원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김광석 음악버스'(대구), '여수 밤바다 낭만버스'(전남 여수시) 등에 이어 세 번째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매주 금요일 야간 1회, 토요일 오전·오후 각 1회 등 총 3회 운영한다. 이용료는 1만원이다.

KTX송정역에서 출발해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양림동(도보여행), 오월 광장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도보여행)을 거쳐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 들렀다가 송정역에서 마무리한다. 

 기독교의 근거지이자 독립운동 중심지인 양림동,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펼쳐진 전남도청 등을 배경으로 양림동 골목에 숨어있던 193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과 아픈 현대사를 간직한 1980년 광주, 문화중심도시를 꿈꾸는 2030년 광주 등을 연극과 노래 형식으로 보여준다. 연극과 노래는 연기자 폴과 나비 등이 함께한다.

 양림동에서는 정율성을 비롯해 '플라타너스' '가을의 기도' 등의 시인 김현승(1913~1975), 독립운동과 한센병 환자 구호에 평생을 헌신한 최홍종 목사(1880~1966) 등 지역 태생 인물들을 만난다.

문제는 정율성이다. 

투어에서는 정율성이 항일투쟁을 위해 고향을 떠나 중국으로 향한 사연을 극중 주인공을 통해 언급한다.

문체부는 29일 보도자료에서 정율성에 관해 '항일 투쟁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간 정율성 음악가의 고뇌와 아픔, 사랑 이야기'라고 소개해 그의 '공'(항일투쟁)은 언급했으나 '과'는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광주시는 투어 리플릿에 그를 '고향을 그리워한 혁명음악가 정율성. 중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항일 투쟁가, 혁명가의 삶을 살았다. 1914년 양림동에서 태어난 그는 본격적인 항일 투쟁을 위해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연안송' '팔로군 행진곡' '연수요' 등을 작곡한 중국 혁명음악의 대부로 추앙받고 있다'고 소개했을 뿐이다.

한겨레음악대사전과 두산백과 등 자료에 따르면, 정율성은 광주 출신으로 1933년 항일운동에 나선 형들을 따라 중국으로 가 의열단에 가입해 활동했다.난징(南京) 조선혁명간부학교를 나온 그는 1937년 프랑스에 유학하며 작곡을 공부했다. 1939년 옌안(延安)항일군정대학 정치부 선전과 음악지도원으로 활동하던 중 '옌안송' '팔로군대합창' 등을 작곡해 발표했다. '팔로군 대합창' 중 '팔로군 행진곡'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지면서 '인민해방군가'로 불렸다. 

1942년 8월부터 화북조선혁명군정학교 교육장을 거쳐 1945년 일본이 패망한 뒤 소련군 치하 북한으로 가 1946년 황해도 선전부장을 지냈으며, 해주음악전문학교를 세웠다. 1947년 평양에서 보안대대 훈련대대부 구락부장(문화부장)으로 보안간부훈련대대부협주단(조선인민군 협주단 전신)을 창건해 초대 단장을 지냈다. 1949년 조선국립음악대학 작곡학부장이 돼 '해방행진곡'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했다.

 1950년 중국으로 복귀한 그는 6·25동란 때 중공군으로 참전해 이듬해 1월 서울에 진주했다. '조선인민 유격대 군가' '중국인민지원군 행진곡' 등 군가를 작곡했다. 

1976년 사망한 뒤, 중국 혁명열사 묘에 묻혔다.
associate_pic
'광주 100년 이야기 버스' 팸플릿
정율성은 의열단 활동은 초기에 했고,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항일 활동 대부분을 마오쩌둥(1893~1976)의 중국 공산당과 팔로군에서 했다. 항일운동가이지만, 독립운동가는 아닌 셈이다.

2005년 노무현 참여정부 당시 여운형(1186~1947), 김산(1905~1938), 김철수(1893~1986) 등 사회·공산주의 계열 항일운동가에게 건국훈장을 추서할 때도 제외됐다. 올해 6월 보훈처가 윤윤기(1900~1950), 김범수, 이기홍(1912~1996) 등 사회주의 계열 인사들을 독립유공자로 지정할 때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광주에 독립운동가, 민주투사 등 훌륭한 인물이 많은데 굳이 논란의 대상이 될 인물까지 포함할 필요가 있었느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번 시티투어가 양림동을 지나고, 1930년대를 다루는만큼 양림동 출신 인사이자 1930년대 항일운동가라는 측면에서 정율성을 포함했다. 중국 혁명 3대 음악가라는 점에서 양림동에 있는 그의 생가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적잖다는 점도 고려했다"면서 "정치적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광주 100년 이야기버스  공모 사업은 문체부가 일부 예산과 홍보 등을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콘텐츠 제작 등은 지자체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 문제에 문체부는 사실상 관여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ace@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헤드라인

문화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