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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민주주의 이정표" 광주 도시철도 공론화 반향

등록 2018.11.10 17: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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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차례 준비모임-본회의, 표결 아닌 합의로 결정

합숙토론 주요 과정-결과 발표 등 인터넷 생중계

市 행정 응답, 서울, 대전 벤치마킹, 일부 아쉬움도

【화순=뉴시스】류형근 기자 = 9일 오전 전남 화순군 북면 화순금호리조트 1층 무등홀에서 광주도시철도2호선 건설찬반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참관단이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2018.11.09. hgryu77@newsis.com

【화순=뉴시스】류형근 기자 = 9일 오전 전남 화순군 북면 화순금호리조트 1층 무등홀에서 광주도시철도2호선 건설찬반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참관단이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2018.11.09.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이번 공론화는 민주도시 광주의 생활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진단해보는 긍정적 척도가 됐다고 봅니다." (최영태 공론화위원장)

 "민주주의 현장의 한 중심에 서 있다는 생각에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시민참여단)

 광주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둘러싼 16년간의 찬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시민참여형 숙의형 공론화 작업이 118일 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10일 권고안 채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최종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공론화 작업은 민주성지를 자부하는 광주에 생활민주주의의 의미있는 또 하나의 씨앗을 뿌렸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7차례 준비 모임과 9차례의 공론화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는 공정성을 기본 주춧돌로 개방성과 중립성을 버팀목으로 삼아 찬·반 양측과 외부 전문가들의 열띤 주장과 문서화, 시각화된 다양한 자료 등을 토대로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의 의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했다.

 공론화위원수와 구성방식, 규정 마련, 의제 설정과 설문조사 횟수와 방식, 1박2일 숙의 프로그램 운영 방식 모두 합의를 대전제로 이뤄졌다. 검증위원회와 소통협의회도 별도 구성했다. 합숙토론 장소에는 시민참여단의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료실까지 별도로 갖췄다.

 공론화방식도 신고리 5·6호기 때와 흡사한 '공론화조사'를 비롯해 대입 제도 개편 공론화위에 채택한 '시나리오 워크숍', 무작위 선발된 20명의 시민들이 배심원단을 구성해 전문가와 증언을 듣고 해결책을 토론하는 '시민배심원제', 시민 패널을 중심으로 한 시민포럼 형식의 '합의 회의' 등 4가지 방식을 놓고 머리를 맞댄 끝에 신뢰도가 검증된 신고리 방식의 시민참여 숙의형 공론조사로 확정했다.

 최 위원장은 "공론화위는 단 한 번도 표결로 안건을 처리한 적이 없다"며 "토론이 길어지더라도 반드시 합의제 방식으로 결론을 이끌어냈고, 그에 따라 일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신고리 공론화 예산의 10분의 1로 프로그램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점도 눈길을 끈다.

 광주시도 응답했다. 중립성과 공정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론화위 구성 전 2호선 관련 용역 20건을 일제히 중지하고, 주관 부서도 이해 관계가 있는 교통건설국에서 시민소통기획관실로 이관했다.

 별도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공론화위원회 소개와 절차, 일정은 물론 공론화 배경과 시대적 당위성, 공론화 제언 등을 카드뉴스와 문서, 동영상 등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소개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번 공론화는 16년 논쟁에 마침표를 찍고, '협치 행정'의 성공 모델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론화의 중요성에 힘을 더하기도 했다.
【화순=뉴시스】류형근 기자 = 9일 오전 전남 화순군 북면 화순금호리조트 1층 무등홀에서 광주도시철도2호선 건설찬반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18.11.09. hgryu77@newsis.com

【화순=뉴시스】류형근 기자 = 9일 오전 전남 화순군 북면 화순금호리조트 1층 무등홀에서 광주도시철도2호선 건설찬반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18.11.09. [email protected]

118일 간의 공론화 일정 중 단연 백미는 화순 금호리조트에서 진행된 1박2일, 정확히는 32시간의 숙의프로그램. 250명의 시민참여단 중 개인적 사유로 불참한 7명을 제외한 243명이 참석했다.

 참석률 97.2%로, 지난해 10월 신고리 5·6호기 2박3일 공론화(98.5%)보다는 1.3%포인트 낮지만 올해 7월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를 위한 2박3일 합숙토론 참석률(89%)과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화 배심원단 최종 설문 참여율(90%)보다도 훨씬 높았다.

 토론과 토의만 상호, 쟁점, 분임으로 10여차례 숨가쁘게 이어졌고, 대학교수와 시민단체 대표, 행정과 재정 분야 연구원, 법률가, 회계사, 컨설팅 및 설계회사 간부 등 30여 명이 찬·반 이해를 돕기 위한 '특급 도우미'로 나섰다.

 주요 프로그램과 결과 발표는 광주시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라이브로 실시간 중계돼 개방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1박2일 합숙토론장에는 서울시청 공무원과 도시철도 관계자, 대전 월평공원 공론화위 관계자 등이 진행 상황을 꼼꼼히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공론화위 한 관계자는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고성, 물리적 충돌은 없었고 이번 공론화작업을 통해 민주와 평화, 인권의 도시 광주의 위상과 명예를 한 단계 끌어올린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일부 아쉬움도 묻어났다. 합숙토론에 참여한 한 시민은 "여러 번의 대통령선거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벅찬 경험에 감사하다"면서도 "찬, 반 양측의 전문가들이 상대측 주장에는 귀를 닫고 미리 정해 놓은 답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고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 여성참가자는 "전문가 질의 답변이 (진영 논리로) 다소 일방적으로 흘러간 듯한 느낌도 받았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한편 광주시의회 임미란(남구3) 부의장의 의뢰로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달 29일 광주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정 인식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100% 유선전화 RDD, 응답률 2.5%) 결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여부를 공론화 절차로 결정하기로 한데 대해 61.6%는 '잘했다'고 답했고, '잘못했다'는 23.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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