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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사상 첫 '법관탄핵' 결의…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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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1-21 15: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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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동료에 대한 탄핵 검토를 결정하게 되는 우리라고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지난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 2차 정기회의 현장에서 만난 한 판사가 한 말이다. 결국 그날 회의에서 법관 대표들은 '재판독립 침해 등 행위에 대한 헌법적 확인 필요성에 관한 선언'을 채택했다.

이 결과로 봤을때 적어도 법관대표 절반 이상은 '사법농단'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물론 다수 구성원들도 사법농단 의혹으로 말미암아 초유의 사법부 수사까지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통탄하고 법원의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는 대체로 갖고 있다고 한다.

외부로 표출되는 단체행동에 보수적인 편인 법관들이 이처럼 선명한 어조로 내부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일은 흔치않다. 내부 문제에서 집단 반발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파동'으로 부르는 사례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법관대표들은 탄핵을 검토해서라도 재판거래와 개입 의혹의 실상을 따져봐야 한다는 선언을 했다.

법관 탄핵 관련 안건이 채택되는 과정에서는 상당히 열띤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가부가 1표 차이로 결정됐다는 것은 장내 토론 분위기와 표를 던진 법관들의 내적 갈등이 얼마나 치열했을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결과는 찬성으로 기울었다. 국회나 시민사회 등 외부가 아닌 사법부 내부 구성원들인 각급 법원의 대표들이 내부 문제에 대해, 그것도 토론과 표결이라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토대로 탄핵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수렴했다. 이것만으로도 법관 탄핵 논의의 무게감은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이번 탄핵 관련 결의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상설화된 첫해 마지막 정기회의에서 내놓은 자성의 결론이다. 법관대표회의는 내부 문제에 대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회의체다. 여기서 도출된 제언이 현실화되고, 문제가 해소되는 경험까지 하게 된다면 향후 회의가 보다 활발해질 수 있는 동력 내지 토양이 될 수도 있게 된다.

법관에 대한 탄핵 문제는 이미 지난 1985년과 2009년 두 차례 사회적 화두가 됐었다. 이때 법관 탄핵 문제가 불거진 원인 또한 넓게보면 '특정 법관에 대한 인사불이익'과 '재판 개입 의혹'으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법부 관련 의혹들과 유사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모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논의 수준에서 끝났다.

이번 논의에서도 법관대표들은 결의를 내놨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오지는 못한다. 법관들의 결의는 탄핵 실행을 위한 전제조건이 아니며, 절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아니다. 탄핵이 이뤄지려면 국회가 나서야 한다. 공이 국회로 넘어갔다는 뜻이다. 국회는 사법부 안에서 나온 자성의 선언을 엄중히 새겨야한다. 법관 탄핵 여부를 공론장에 올려야하는 하는 것은 이제 입법부의 몫이 됐다. 국회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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