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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 속 열아홉 청춘들, 박후기 '옆집에 사는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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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2-07 0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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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슬픔이 달콤하게 느껴질 때를 조심해야 한다. 그럴 때 자신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문틈, 책갈피, 술병, 입술, 시험지 같은 것들을 파고들며 어쩌면 우린 세상의 틈만 노리며 살아가야 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2003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 박후기(50)가 장편소설 '옆집에 사는 앨리스'를 냈다.

박 시인은 2006년 신동엽문학상을 받았다. 당시 수상 시집을 통해 기지촌 풍경을 잔잔하게 드러내 주목받은 바 있다.

이번 소설에서는 기지촌의 과거를 짚었다. "아주 먼 옛날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더 이상 누구도 말하지 않는 기지촌 이야기는 무늬만 바뀌었을 뿐이다. 나에게, 아니 우리에겐 아직도 현재진행형일 뿐이다."

제명 '옆집에 사는 앨리스'는 1970~80년대 활동한 영국 록그룹 '스모키'의 대표곡 '리빙 넥스트 도어 투 앨리스'에서 가져왔다. 2006년 박 시인이 낸 시집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에 같은 제목의 시가 실리기도 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열아홉 살 청춘들이다. 70년대와 크게 다를 바 없던 80년대 초, 미군기지 훈련장이 있는 숲속의 집을 배경으로 10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모로부터 가난과 함께 비극적 현실을 물려 받았지만,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애쓴다.

80년대 팝송·가요를 들던 청소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영국의 하드록 밴드 '딥 퍼플'의 '하이웨이 스타',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1952~2011)의 '파리지엔 워크웨이스' 등 명곡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가 전해진다.

"어쩌면 우리 모두 뒷걸음질치며 살아가고 있는 건지 몰랐다. 즐거운 집 같은 것은 지금 우리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부족한 것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보다는 그 빈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 그대로 놓여 있길 원했다. 엄마의 빈자리를 새엄마로 채우는 것보다, 돈으로 채울 수 없는 빈자리에서 비굴하게 견디는 것보다, 즐겁지 않은 집에 흥겨운 음악을 채우는 것보다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마음은 이후로도 오랫동안 비어 있는 상태로 숲속에 방치되었다."

"외롭고 아프다고 소리 높여 외쳤지만 누구도 우리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숲을 두드리는 헬리콥터처럼 우리도 그렇게 답답한 가슴을 두드리며 거칠고 뜨거운 시절을 지나고 있었다." 240쪽, 1만3800원, 가쎄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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