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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이기인 '혼자인 걸 못 견디죠' & 성영소 '익는다는 말'

등록 2019.01.10 12: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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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이기인 '혼자인 걸 못 견디죠' & 성영소 '익는다는 말'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혼자인 걸 못 견디죠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기인의 시집이다.

'종소리를 먹은 사마귀// 운명선을 감춘 잎사귀// 오래된 혼자가 마른다'('그림' 전문)

'요해랑사로 읽었다/ 하나의 어머니를 자주 잊었다/ 치매의 목소리를 훈련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빵의 크림을 천사에게 주었다/ 열쇠를 잃어버리고 손녀를 잃었다/ 천사의 이름으로 그물을 만들었다/ 낯선 방의 문고리를 구부리고 바늘을 만들었다'('노인과 바다' 중)

이 시인은 "어떡하지"라며 "낮과 밤을 윽박질러서 나라고 할 수 있는 혼자를 낳았다. 나를 북돋아주기 위해서 꺼내놓은 시가 많다. 시의 질병을 더 앓고 싶었다. 모르는 고독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내 재능은 정성을 다해서 쓰는 것. 곤궁하지만 시의 집에는 불평이 없다. 시에는 아는 단어와 안녕이 없다. 독자도 처음부터 다시 만나고 싶다. 금빛 향로엔 잿빛이 가득하고 오랜만에 그 빛을 쓰러뜨린다. 웅크린 바닥이 보일까. 오래 붙든 빛을 금강에 주고 싶다. 모든 시를 잊은 빛이 그립다." 88쪽, 9000원, 창비
[시집]이기인 '혼자인 걸 못 견디죠' & 성영소 '익는다는 말'

◇익는다는 말

KT 부사장과 EBS 이사장 등을 지낸 성영소의 시집이다.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말 한 마디 건네지 않고/ 그냥 내 곁을 스쳐간 줄 알았더니/ 어느새 넌/ 내 가슴에 들어와 낮에도 뜨는 별이 되었구나.'('너' 전문)

'내가 지금 죽는다 해도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것이다/ 나의 형제들과 가까운 친구들은 한 이틀 아쉬워할지 모르고/ 아내와 자식들은 그보다 좀 더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한여름 낮처럼 아무렇지 않게 여전히 지루할 것이다/ 아,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바닷가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말들을 지껄여왔는데/ 기억나는 말이 한 마디도 없다'('후회' 중)

성 시인은 "지난해 4월5일 아침 내가 집에서 심근경색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때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으로 나의 생명을 구해주신 분당소방서 수내119구급대와 분당 서울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연태진 교수님을 비롯한 의료진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 분들이 아니었으면 이 시집도 햇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136쪽, 9900원, 비엠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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