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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핫이슈]SNS의 힘…사우디 탈출 소녀,호주 망명허가 받아

등록 2019.01.1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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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학대 피해 태국行

공항 억류되자 SNS에 도움호소

【방콕=AP/뉴시스】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18)이 수라찻 학빤 태국 이민청장(오른쪽)과 함께 방콕 수완나폼 공항을 나서고 있다. 유엔은 그가 피난민 자격으로 호주에 망명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2019.01.09.

【방콕=AP/뉴시스】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18)이 수라찻 학빤 태국 이민청장(오른쪽)과 함께 방콕 수완나폼 공항을 나서고 있다. 유엔은 그가 피난민 자격으로 호주에 망명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2019.01.09.

【서울=뉴시스】 가족들의 학대를 피해 도망친 사우디아라비아 10대 소녀가 트위터를 통한 구조 요청으로 끝내 망명 허가를 받아냈다. SNS의 국제적 파급력이 한 여성의 생명을 구해낸 사례로 이목이 쏠린다.

1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가족의 학대를 피해 사우디 탈출을 시도했다가 태국에서 억류됐던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18)의 망명을 허가했다. 캐나다 정부도 알쿠눈에게 망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쿠눈은 이슬람교를 거부한 뒤 가족과 남성 친척들로부터 구타와 성적 학대는 물론 살해 위협까지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같은 상황에서 가족들과 쿠웨이트 여행길에 오르게 되자 중간에 몰래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해 탈출을 시도했다. 그의 당초 계획은 호주로 이동해 망명을 신청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알쿠눈은 남성 보호자의 신고로 방콕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빼앗기고 공항에 억류당했다. 알쿠눈은 가족들이 있는 쿠웨이트로 송환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공항 내 호텔로 피신, 침대 매트리스 등으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유엔난민기구(UNHCR) 면담을 요구했다.

【시드니=AP/뉴시스】10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의 사우디 영사관 앞에서 상의를 입지 않은 여성들이 사우디 탈출 여성 모하메드 알쿠눈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9.01.10.

【시드니=AP/뉴시스】10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의 사우디 영사관 앞에서 상의를 입지 않은 여성들이 사우디 탈출 여성 모하메드 알쿠눈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9.01.10.

그는 이와 함께 트위터 계정을 개설, 가족들에게 송환될 경우 살해당할 수도 있다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의 호소는 즉각 효과를 발휘했다. 알쿠눈의 트위터 글은 삽시간에 온라인에 전파됐고, 전세계 트위터 이용자들이 '라하프를 구하자(#SaveRahaf)'라는 태그를 달고 알쿠눈 지지에 나선 것이다.

전 세계 주요 언론 역시 알쿠눈의 사연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태국 정부는 당초 여객기를 통해 알쿠눈을 쿠웨이트로 송환할 예정이었지만, 국제 사회의 눈길이 쏠리자 지난 7일 "추방이 죽음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송환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알쿠눈은 지난 9일 UNHCR 관계자들의 보호 하에 공항을 떠났다. 휴먼라이트워치는 "그의 가족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그의 얼굴을 본 사람들, 사우디 정부까지 그에겐 위협"이라며 호주 당국에 알쿠눈의 망명 허가를 요청했다. 전 세계 트위터 이용자들의 지지와 언론보도, 국제기구 개입은 결국 호주 정부의 망명 허가까지 이끌어냈다.

【 방콕=휴먼라이츠워치·AP/뉴시스】사우디아라비아 여성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이 7일 태국 방콕 공항내 호텔에서 매트리스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호주 망명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다. 알쿠눈은 가족 몰래 호주 망명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떠났다가 여권 문제 등으로 중간 기착지 태국에 억류됐다. 사진은 휴먼라이츠워치가 제공한 것이다. 알쿠눈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 2019.01.07

【 방콕=휴먼라이츠워치·AP/뉴시스】사우디아라비아 여성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이 7일 태국 방콕 공항내 호텔에서 매트리스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호주 망명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다. 알쿠눈은 가족 몰래 호주 망명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떠났다가 여권 문제 등으로 중간 기착지 태국에 억류됐다. 사진은 휴먼라이츠워치가 제공한 것이다.  알쿠눈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 2019.01.07

이번 사건은 SNS의 파급력이 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관리는 이 사건과 관련해 "태국 이민경찰이 알쿠눈의 여권 대신 휴대전화를 빼앗아야 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해 사우디의 열악한 여성인권 현주소도 재조명되고 있다. ABC뉴스는 "최근 몇 년 간 가족들의 학대를 피해 도망친 몇몇 사우디 여성들이 해외로 망명을 시도했지만 가족들에게로 송환됐다"며 "인권운동가들은 (알쿠눈과) 유사한 사례들이 많지만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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