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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한반도는 사계절 재난 시대…'최악 복병'은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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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1-20 10:00:00  |  수정 2019-01-28 09:53:10
폭우·폭염·태풍·지진 등 수시로 재해
미세먼지까지 가세 사계절 재난 지대
미세먼지 다른 재난들보다 더 위협적
타 기후재난 보다 지역적으로 광범위
몇달간 지속적 발생하고 건강 영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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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전국 대부분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19일 오전 서울 도심이 뿌옇게 흐려져 있다. 2019.01.19.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한국은 더이상 '기후재난 안전지대'가 아니다. 오히려 '상시적 기후재난 국가'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폭염·폭우·태풍·지진·가뭄과 같은 기존 재난에 미세먼지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는 계절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세먼지의 경우 다른 재난보다 피해를 주는 범위가 넓고, 기간이 지속적이고, 건강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여름엔 폭염·폭우, 겨울엔 미세먼지…계절마다 '복병'

한국을 매년 덮치는 전통적인 기후 재난은 대부분 여름에 몰려있다. 폭우와 태풍, 폭염 등은 모두 여름을 중심으로 발생한다.

특히 폭우의 경우 해가 지날수록 그 강도가 심해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1973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을 비롯한 국내 주요 도시 연 강수량은 최대 300㎜나 증가했다. 1980년 이후 시간당 100㎜ 이상 폭우가 내린 날도 매년 5회를 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에는 집중호우로 207명이 사망했다. 같은 기간 풍수해로 인한 사망자 총 270명 중 76.7%가 집중호우로 목숨을 잃었다.

폭염도 매년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의 경우 기상 관측 111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다. 강원도 홍천에선 지난해 8월1일 수은주가 41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같은 날 서울은 폭염경보 기준 35도를 훌쩍 넘긴 39.6도를 기록했다.

기상청이 최근 8년간 집계한 수치를 보면 지난해 폭염일은 2011년 7.5일 대비 4.2배에 달했다. 지난해에만 폭염으로 48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는 질병관리본부가 감시체계를 운영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사망자를 포함한 온열질환자 수는 4574명으로, 2011년(449명)보다 10.1배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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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뉴시스】한윤식 기자 = 지난해 8월1일 오후 강원 화천 북한강 쪽배축제장에서 열린 화천군청 공무원 용선경주대회를 마친 공무원이 얼굴에 물을 뿌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18.08.01. ysh@newsis.com
태풍도 매년 이동속도가 느려지면서 한반도 상륙 시 피해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해양대기청에 따르면 한반도와 일본을 포함한 북태평양 서쪽 지역의 경우 태풍 이동속도가 20% 느려졌다.

다른 계절에도 재난 복병들은 숨어있다.

지진 또한 최근 들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등장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 일대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총 115회로 집계됐다.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가뭄도 계절을 가리지 않고 등장해 농가 피해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재난이다.

이처럼 갈수록 강도가 심해지는 기후 재난 행렬에 최근 미세먼지까지 합류해 위력을 뽐내고 있다.

201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실외 미세먼지와 오존으로 인한 조기사망률이 인구 100만 명 당 중국 2052명, 인도 2039명, 카스피해 인근 1110명, 한국 1109명 순으로 높았다. OECD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가장 높은 조기사망률을 보였다.

◇미세먼지가 가장 위협적

'신흥 재난' 미세먼지는 한반도를 맴도는 기후 재난의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다른 기후 재난들 보다 ▲지역적 광범위성 ▲지속성 ▲건강에 대한 직접적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폭우·지진·태풍이 한반도 전체 또는 대부분 지역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일부 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지거나 태풍이 지나가 이재민 등의 피해가 발생할 뿐이다.

또 이들 기후재난은 단발성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폭우나 태풍은 여름에 몇 차례, 지진은 간헐적으로 발생할 뿐 몇 달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하진 않는다. 폭염은 한 여름에 한반도 전역을 뜨겁게 달구긴 하지만 이 또한 며칠 안에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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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호우특보가 내려진 지난해 8월31일 오전 광주 남구 주월동 주택가 골목길이 폭우에 침수되고 있다.  2018.08.31.   hgryu77@newsis.com
이런 기후 재난들이 시민들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기 보다는 사상자를 내거나,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발생시킨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반면 미세먼지는 지역적으로 광범위하게, 몇 달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시민 대부분의 건강을 위협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 17개 시·도 중 13개 시·도에서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횟수가 전년보다 증가했다.

주의보 발령은 ▲서울 5회에서 8회 ▲경기 30회에서 43회 ▲인천 19회에서 23회 ▲강원 18회에서 22회 ▲충북 10회에서 27회 ▲충남 1회에서 10회 ▲대전 2회에서 8회 ▲전남 0회에서 5회 ▲경남 0회에서 7회 ▲부산 4회에서 10회 ▲울산 2회에서 3회 ▲대구 2회에서 3회 등으로 늘었다.

또 미세먼지는 겨울을 앞두고 서서히 수치가 치솟으면서 봄까지 기승을 부린다. 산발적이지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다른 기후재난과 달리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도 미치고 있다.

성균관대 연구진이 질병관리본부 용역을 받아 작성한 미세먼지 건강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 4~5월 폐렴, 폐쇄성 폐질환, 허혈성 심장질환, 심부전 등 4개 질병의 환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미세먼지가 '나쁨'일 때 폐렴은 11%, 만성 폐질환 9%, 심부전 7%, 허혈성 심장질환은 3% 환자가 늘었다.

이정용 환경부 미세먼지TF팀 팀장은 "지역으로 보자면 대기(미세먼지)가 다른 재난보다 문제가 크다"면서 "행안부 재난안전법에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포함시키는 법안이 있는데,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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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뉴시스】한윤식 기자 = 지난해 8월22일 오후 강원 평창군이 내달 1일 개막되는 효석문화제를 앞두고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대 12만4708㎡(3만7000여 평)에 조성된 메밀밭의 잎이 말라가는 등 고사피해가 발생해 있다.  2018.08.22. ysh@newsis.com
◇미세먼지, 대체 누구 탓인가…"책임 반반"

이같은 미세먼지의 원인과 관련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중국 탓이 크다는 쪽과 국내 오염 탓이 더 크다는 주장이 뒤섞여 있다.

지난해 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한·유럽연합(EU) 대기오염과 건강 공동 워크숍'에서 송철한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미세먼지(PM10) 기준으로 중국발 오염 물질의 기여도(비중)는 40~60%"라고 주장했다.

중국 비중을 50%로 볼 때, 중국 영향을 제외하면 현재 국내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 46㎍/㎥가  23㎍/㎥로 낮아져 프랑스 파리나 일본 도쿄, 미국 뉴욕과 큰 차이가 없어질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2017년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한 '수도권 대기개선 대책 효과 분석 연구' 보고서를 통해 중국발 오염물질이 적어도 50%는 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의 초미세먼지(PM2.5) 오염에서 중국발 오염물질 비중은 연평균 44%에 이른다. 또 봄철엔 중국발 오염물질 비중이 59%까지 높아진다.

김철희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미세먼지의 중국 영향은 20%부터 80, 90%까지 다양하다"면서 "어떤 날은 중국 영향이 70~80% 정도, 어떤 날은 10%로 사례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평균을 내서 40~50%라고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wrcmani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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