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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진 순혈과 혼혈 사이...김종영미술관 '미디어아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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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2-21 14:42:17  |  수정 2019-03-04 10:52:22
조각미술관에서 연 '제 3의 이미지전' 권오상등 8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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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 조각가' 권오상의 배우 유아인 초상 5점과, Y의 흉상 시리즈’ / ‘리버’ (River), C-print, Mixed media, 사진인화지, 혼합재료, 45x100x76cm, 2015 (아라리오 갤러리 소장품)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어느 분야든 순혈주의가 만연하면 자기 발전은 요원 해지며, 비극적인 종말은 피할 수 없다."

회화·조각·사진 미디어등 장르가 확실히 구분되는 미술계는 장르간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은 이어지지만 여전히 '따로 국밥'식이다. 쉽게 섞이지 않는다.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김종영미술관 박춘호 학예실장은 사진과 조각+회화의 틈이 보이는 '제 3의 이미지'전을 기획했다.
 
20일 개막한 2019년 첫 특별기획전 '미디어아트'전은 사진 작업을 통해 보는 평면과 입체 비디오 미디어의 현재를 살펴볼수 있다. 

미술과 사진은 같은 듯 전혀 다르다. 1988년 '사진, 새 시좌'전과 1991년 '한국 사진의 수평전'을 통해 사진이 미술계에 대등한 장르로 진입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미술의 권위에 눌려있다. 

하지만 아이러니다.  사진으로 작업하는 미술작가는 증가세다. 반면 사진학을 전공한 미술가는 극소수라는 기현상이다..

박춘호 실장은 사진계와 미술계가 소원한 이유를 두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사진은 기계적 재현이라는 태생적 한계이며, 다른 하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진영논리에 기반한 순혈주의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진술이 공인된 1839년 이후 전개된 서양미술사는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올해는 사진 발명 180주년이 되는 해이다. 사진의 등장은 서구 미술 흐름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했고, 그 영향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회화와 조각 일색이었던 국내 미술계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사진과 동영상 작품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디지털화된 현 시대는 사진과 동영상으로 넘쳐난다. 이는 전시 형태에도 영향을 미쳐 대규모 기획전의 추세가 특정 주제에 맞춰 채집의 수단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사용한다.

박춘호 실장은 "미적인 면보다는 기록의 수단에 더 많은 방점을 두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부분 미술대학에는 독립된 사진과 비디오 학과도 없다. 그런데도 많은 작가가 사진과 비디오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사진과 비디오는 평면과 입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제3의 지대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이라고 진단했다.

조각미술관에서 펼친 미디어아트전시는 현재 동시대 사진과 비디오 작업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지를 엿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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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정주, 전일빌딩, 폼보드로 만들어진 광주 전일빌딩 모델, 4대의 비디오카메라, 비디오 프로젝터, 3대의 모터, 240x143x163cm, 2018

강영길, 권오상, 김정희, 박진호, 유비호, 윤영석, 장유정, 정정주등 사진을 전공하거나, 사진으로 작업하는 작가 8명을 모았다.

 여덟 명 작가 중에 사진을 전공한 작가는 강영길과 박진호 두 명이다. 여섯 명은 미술전공이다. 그 중 유비호 작가만 서양화 전공이고, 다섯 작가는 모두 조소 전공이다. 이들 작업의 공통분모는 단지 사진 이미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유비호와 정정주는 작업에 비디오를 사용한다. 비디오도 ‘활동사진’이니 광의에서 모두 사진 이미지를 사용한다고 할 수 있다.
 
강영길의 사진작품은 추상화를 보는 듯하다. 물속에 있는 사람을 찍었다. 생명체로서 인간은 최초 열 달을 물속에서 산다. 엄마의 자궁 양수 속에서 한없이 편하게 살다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물속에서는 익사하고 마는 존재가 된다. 일렁이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 모습을 통해 본연의 상태에서 멀어진 현대인을 보는 듯하다.

'사진 조각가' 권오상은 배우 유아인의 다변화되는 얼굴이 특징인 흉상 5점과 누워 있는 여배우 'Y 흉상' 시리즈를 선보인다. 전통 조각의 특징인 무게의 중압감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고, '사진 조각'을 창조했다. 입체로 기본 형상을 만들고, 그 위에 해체된 모델 사진을 재조합 하여, 3차원으로 구현한 일종의 '큐비즘 조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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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정희, 카니발 II_85x85x7cm_피그먼트프린트 입체콜라주_2018

김정희는 도자기 그릇등의 사진을 프린트해 이어붙인 부조같은 작품이다. 마치 입체사진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다시 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주된 소재는 자신의 추억이다. 다양한 사물들이 연관성 없이 재조합되어, 탈 맥락화 된 초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미디어 작품을 소개한 유비호는 자본주의에 기초한 개인주의와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역설적인 현실에서 개인은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과도한 경쟁을 하며 사는 현실이 아닐까?등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끼며 매우 서정적이면서도 함축적인 영상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윤영석은 공장형으로 사육되어 도살되는 돼지를 통해 탐욕의 화신인 인간을 살피기 시작했다. 탐욕은 욕망, 인간사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수없이 벌어진다. 심지어 전지전능한 신이 되고자 한다. 그는 이런 현실을 렌티큘러(Lenticular) 사진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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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호, 내가 저 달을 움직였다 (I Moved the Moon by Myself) _시리즈, 잉크젯프린트, 60x60cm, 2016

박진호는 몇 년 전부터 달을 찍은 작품을 내놓았다. 달은 피사체 겸 광원이다. 그는 그런 달을 움직인다. 카메라를 붓 삼고 달을 먹물 삼아 명필이 일필휘지로 초서를 쓰듯 담아낸 작품이다. 말 그대로 photography, 빛으로 그린 그림이다.

장유정은 사진작업을 통해 이미지와 실체의 관계를 살핀다. 기술의 발달은 현실을 증강하기도 하고, 가상으로 현실을 만든다. 더불어 보존이라는 명목 하에 박물관, 식물원, 동물원 등은 인위적으로 재현한 자연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그런 인공의 자연을 보며 자연의 이미지를 그린다. 그의 사진과 오브제를 병치한 작업은 이런 관점에서 비롯되었다.

정정주는 광주 전일빌딩을 만들어 역사적 사실을 관객들이 느껴보게 한다. 폼보드로 만들어진 광주 전일빌딩 모형에 비디오 카메라를 도입, 실시간으로 빌딩에 다가온 사람들을 보여준다. 관객은 관찰자이면서 동시에 관찰 대상이 되는 생경한 경험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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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유비호, 꽹그랑꽹꽹깽(Kkwaeng Geulang Kkwaeng Kkwaeng Kkaeng), 단채널영상(10분), 2018

사진과 미술,조각. 그렇다면 '협업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박춘호 실장은 "새로운 매체의 특성과 더불어 작품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미술작품의 생산과 소비 방식도 지속해서 변해가는 시대에 미술과 작품의 정의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미술계에 1839년 사진술이 세상에 소개되던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던지고 있어요." 전시는 4월7일까지. 관람은 무료.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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