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실린 정의선 부회장,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본격 시동
엘리엇 영향력 '미미'…하반기 재추진 가능성에 '무게'
4개 핵심계열사 대표 올라…GBC·미래차 투자 등 속도
이번 주총으로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4개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게 된 정의선 부회장이 올해 하반기 지배구조 개편을 재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해 3월 말 지배구조개편안이 발표됐을 때부터 현대차그룹을 집요하게 괴롭혀왔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주총을 무산시킨데 이어 올해는 터무니없는 고배당과 이사회 참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22일 표 대결 결과 엘리엇은 처참하게 졌다.
현대차의 경우 회사 측은 배당 안건에서 86%에 이르는 찬성표를 받았고, 엘리엇 배당 제안에 대한 찬성은 13.6%에 불과했다. 사외이사 표대결에서도 현대차 측 사외이사는 77~90%대의 찬성을 받은데 반해 엘리엇 측 사외이사는 16~19%대의 찬성표를 받는데 그쳤다.
현대모비스의 상황도 비슷했다. 회사측이 제안한 배당안은 주주 총수의 69% 찬성을 얻으며 가결됐고, 엘리엇이 제안한 안건은 11% 찬성으로 결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사외이사 표결 역시 회사측 후보들은 72~73%의 찬성을 얻은 반면 엘리엇 추천 후보들에 대한 찬성률은 19~20%대에 그쳤다.
엘리엇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난해 좌초됐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달 28일로 예정된 현대오토에버 상장 역시 지배구조 개편에 우호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주식의 19.46%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로, 이번 상장으로 정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에 필요한 자금 중 일부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오토에버에 이어 현대엔지니어링 등에 대한 상장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주주설득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겠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엘리엇의 영향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해 하반기쯤 지배구조 개편이 재시도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에도 힘이 실리게 됐지만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과 미래차 투자 등 정의선 체제에서 추진될 사업들에도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지난해 무산됐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통해 그룹의 순환출자고리를 끊는 것이었지만 이 개편안이 그대로 재추진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총으로 현대차그룹은 일반 주주들의 지지를 확인하게 됐다"며 "현대차그룹이 자신감을 가지고 지배구조 변경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지만 정 부회장이 핵심지배기업 지분을 직접 취득하고 지배구조 변화를 조기에 마무리하는 계획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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