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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만에 '낙태죄' 폐지…'안전한 인공임신중절' 고민할 때

등록 2019.04.11 16: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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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

"결정가능기간·사유·절차 등 논의 필요"

프랑스·네덜란드 등은 시술 비용도 지원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환호하고 있다. 2019.04.1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환호하고 있다. 2019.04.1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헌법재판소가 66년 만에 이른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론을 내리면서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임신 이후 언제까지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해야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함께 지킬 수 있을지, 상담이나 숙려기간 등 어떤 절차에 따라 진행할지 등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헌재는 11일 인공임신중절을 한 당사자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과 동의를 받아 이를 시행한 의사 등 의료인을 징역에 처벌하는 제270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1년 1월1일 전까지 관련 법 개정을 요구했다.

특히 결정문에서 헌재는 ▲인공임신중절 결정가능기간 ▲상담요건 및 숙려기간 등 절차적 요건 추가 여부 등에 대한 입법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낙태죄 예외 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에선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기간을 임신 6개월(24주)로 보고 있는데 이 부분은 의견이 다양하다.

산부인과 학계는 헌재에 최신 의료기술과 의료 인력 등을 고려할 때 임신 22주부터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 가능하다고 의견을 냈다. 동시에 여성은 임신 사실을 인지하고 인공임신중절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결정가능기간'으로 보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영국은 24주까지는 여성 요청에 따라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되, 그 이후부턴 여성 건강에 위협이 될 경우, 태아의 장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등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덴마크, 핀란드, 헝가리,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러시아 등은 12주까지 본인 요청이 있으면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그 기간을 90일로 좁혔으며 네덜란드는 법적인 제한을 두지 않되, 13주 이후부턴 정부가 정한 의료기관에서만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인공임신중절을 결정하는 절차 또한 고민거리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해 별도 지침 등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은 인공임신중절이 죄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낙태죄에 대한 외국 입법례와 시사점'을 보면 프랑스에선 인공임신중절 요청을 받은 의사는 임부에게 낙태 방법과 위험성 및 후유증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임부는 일주일간 숙려기간을 갖는다.

독일에선 인공임신중절 3일 전까지 의사와의 상담사실증명서를 제시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 오스트리아도 임신 12주 미만일 때 의사 상담을 거친 후 의사가 시술한 동의 인공임신중절에 대해서만 처벌하지 않는다. 이들 나라를 포함해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상담제도를 활용해 임부가 심사숙고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헌재도 여성이 자신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상황 등을 파악하고 국가 임신·출산·육아 지원정책 정보를 수집한 뒤 주변의 상담과 조언을 얻어 인공임신중절 여부를 숙고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인공임신중절 이후 치료에 대한 고민도 더해진다.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보면 휴식을 취한 경우는 47.7%로 절반이 채 안 됐으며 신체적 증상을 경험한 여성 가운데선 43.8%만이 치료를 받았고 정신적 증상을 경험한 여성의 치료율은 14.8%에 불과했다.

나아가 전국민의 97.2%(지난해 7월 기준)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우리나라에선 건강보험 적용 여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 비용은 30만~50만원 미만 41.7%, 50만~100만원 미만 32.1%, 30만원 미만 9.9% 등이었다.

지난해 5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과 정의'에 실린 '낙태 문제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미성년자의 인공임신중절을 포함해 모든 시술에 대해 건강보험으로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

네덜란드는 1984년 11월부터 네덜란드 거주 여성이라면 누구나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예외적의료비지원기금(Exception Medical Expenses Fund)'을 통해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손문금 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상황에서 일단 기존 형법상 낙태죄 관련 규정을 모두 없애고 행정법으로 인공임신중절을 규정할 것인지 등 법 체계부터 고민이 필요하다"며 "헌재 결정문 취지를 반영하기 위해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해 전반적인 사항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이달 5일 산부인과 학회 등 의료계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여성계, 종교계, 법조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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