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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법부 신뢰 하락, 대안일 수도 있는 영화 '배심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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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08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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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예우', '3·5 법칙'(재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오랫동안 대한민국 사법부를 가리켜 온 말들이다. 최근에는 '재판 거래 의혹', '판사 사찰' 등이 추가됐다.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이 사법부를 수사하는 일이 발생했고,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다. 새로 들어선 김명수 사법부도 개혁은 지지부진이다. 사법부의 신뢰도가 그 어느 때보다 낮아지고 있다.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등 원론적인 이야기는 국민들에게 그저 공격의 대상일뿐이다. 국민들은 판사의 성향에 따라 판결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고 의심한다. 판사의 성향과 이전 판결들을 들여다 보고 이번 판결을 예측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논의되고 있는 사법부 개혁 내용은 사법행정회의 신설, 법원행정처 폐지, 법원사무처 신설 및 비법관화, 전국법원장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법률기구화, 대법원 사무국 설치, 재판과 사법행정의 분리, 사법행정회의 산하 분야별 위원회 설치, 법관 보직인사 제도 개선 등이다.

이 가운데 국민의 살갗에 와닿는 방안은 찾기 어렵다. 이보다는 '판결문에 대한 접근성 향상'(미국의 경우 판결 이후 24시간 안에 온라인에 판결문 게재), '판결문의 난해한 용어를 좀 더 쉽게 고치는 작업', '유명무실한 배심원 제도의 현실화' 등이 사법부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 이 방법들이 사법부가 절대권력이 아닌 '국민의 안위를 위해 존재한다'는 설립 목적에 가까이 가는데 더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사법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오래 전에 도입,안착된 제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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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식
영화 '배심원들'은 사법부 개혁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국민이 참여하는 사상 최초의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던 날이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8명의 '보통사람들'이 배심원단으로 선정돼 재판에 참여하고 재판 결과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그려진다.

생애 처음 누군가의 죄를 심판해야 하는 배심원들과 사상 처음으로 일반인들과 재판을 함께해야 하는 재판부, 모두가 난감해 하는 상황에서 원칙주의자인 재판장 '김준겸'(문소리)은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끌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끈질기게 질문과 문제제기를 일삼는 8번 배심원 '권남우'(박형식)를 비롯한 배심원들의 돌발 행동에 재판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문소리(45)는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판결하는 판사 '김준겸' 역을 맡았다. 사건 기록을 통째로 외워버릴 정도로 일에 열정적이고 18년 간 형사부를 전담했을만큼 강단과 실력이 그 누구 못지않다. 사법부의 우려와 찬반으로 나뉜 여론으로 들끓는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의 재판장이 된 후에도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신념으로 재판을 진행하려 애쓴다.

박형식(28)은 포기를 모르는 청년 창업가인 8번 배심원 '권남우'를 연기했다. 배심원 제도가 있는지조차 '오늘' 처음 알게 된 그에게 질문을 쏟아내는 판사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다. 증인, 증거, 정황까지 모든 것이 유죄라고 말하는 재판에 석연찮음을 느끼고 유무죄를 쉽게 결정내리지 못한다. 끈질기게 질문과 문제 제기를 이어가며 진실을 찾으려고 한다.

'배심원들'은 재판부와 배심원단의 갈등 속에서 보통사람들이 상식에 기반해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다. 따라서 '남우'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의 배심원들 개개인도 영화에 꼭 필요한 존재들이다. 늦깎이 법대생 1번 배심원 '윤그림'(백수장), 의욕만큼은 20대인 요양보호사 2번 배심원 '양춘옥'(김미경), 재판보다 일당이 우선인 무명배우 3번 배심원 '조진식'(윤경호), 바라는 건 귀가뿐인 주부 4번 배심원 '변상미'(서정연), 까칠한 합리주의자 대기업 비서실장 5번 배심원 '최영재'(조한철), 이론보다 풍부한 실전 경험 6번 배심원 '장기백'(김홍파), 돌직구 막내 취준생 7번 배심원 '오수정'(조수향)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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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피고인과 검찰의 신뢰는 떨어진다. 국민참여재판 결과에 불복해 피고인과 검찰이 항소하는 경우는 잦다. 작년 기준 약 81%에 육박, 일반 재판의 63%와 비교하면 17%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하지만 높은 항소율에 비해 국민참여재판 결과가 2심에서 깨지는 경우는 일반 사건보다 적다. 국민참여재판의 양형 변경률도 일반 재판보다 적었다. 사법부 신뢰의 한 방안으로서 국민참여재판의 강화를 고려할 만한 이유다. 

다만 영화에 아쉬운 점은 있다. 배심원단의 드라마에 집중하다 보니 사법부의 역할을 아예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억지로 끌려나온 배심원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세를 고쳐먹고 사건을 진지하고 집요하게 파고든다. 결과적으로 재판장의 형량은 물론 유·무죄 판결까지 뒤바꾼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법부가 재판을 위해 들이는 노력 내지 업무 모습은 부재다. 재판에서 사법부의 구실은 없다시피하고, 재판정에서 쉽게 판결만 내리는 존재로 그려진다. 수사기관도 결정적인 증거를 놓치는 등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듯한 기관으로 비춰진다.

문소리는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을 사법부의 이미지를 위한 쇼로 이용하려는 법원장 권해효에게 반해 재판을 공정하게 끌고 나가려는 강골이다. 사법비리에 등장하는 권력지향형 판사와는 거리가 멀다. 이 사람이 사법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하고 있는 노력과 그 한계도 함께 그려졌다면 영화가 주는 교훈은 더 설득력을 갖췄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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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배심원 '장기백' 역의 김홍파(57)는 언론간담회에서 "법이란 것은 국민의 상식에서 시작을 하는 거다. 배심원의 평결이 재판관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적 변화가 도래할 때가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배심원이라는 제도가 사회적으로 많이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의 말에 이 영화를 만든 모든 의도가 담겨있다.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이라는 특이한 소재로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 내는 영화 '배심원들'은 16일 개봉 예정이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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