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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 너와 나 아닌 '우리가 우리를 바라보는 6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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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19 0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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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어느 한 사람을 바라봅니다. 가만히 보고 있다가 이내 그 사람 속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타자가 된 나를 바라봅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아닌 그입니다. 그 기억을 가지고 본래의 내 안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이제 그 한 사람을 다시 바라봅니다. 처음과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와 나라는 이등분은 없어지고 경계와 구분도 무너집니다. 이제 유일한 나는 사라지고 무한한 나가 생성됩니다. 이제 손가락에 힘이 들어갑니다. 그가, 아니 카메라의 사각 프레임 속 대상이 나를 받아주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하나하나의 기억들로 포개집니다.”

사진가 임종진(51)의 말이다. 그와 사진이 어떤 관계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서울시민청 시민플라자A 구역에서 열리는 임종진 곁지기 시선전 ‘사람+사람에 들다-우리가 우리를 바라보는 6개의 시선’은 바로 그렇게 하나하나 포개진 기억들, 그리고 남겨진 형상의 울림들이요, 그 집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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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말’과 한겨레신문 등에서 보도사진을 찍은 임종진은 바쁜 취재활동 중에도 ‘작아 보이는 삶’의 가치를 찾아 곳곳을 누볐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취재 이후 국경 너머의 삶으로 마음의 폭을 넓힌 그는 캄보디아, 인도, 네팔, 티베트, 인도네시아 등지의 도시 빈민촌과 시골마을에 머물며 그곳 사람과 그들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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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매년 드나든 캄보디아에 매료된 뒤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현지로 가 2년 가까이 NGO 자원활동가로 일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이 우선인 사진’이라는 자기척도를 세웠다. 예술가의 미학적 철학을 좇기보다는 타인의 고통이 스민 현장이나 현실의 고단함이 묻어있는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우선적으로 찾아내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다큐멘터리와 사진심리치료의 경계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치유적 사진행위의 영역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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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례에 걸친 방북취재를 통해 민족적 동질성 회복 차원의 사진작업을 펼쳤고, 남북화해와 상호 이해적 공감을 위한 대 북한 이미지 개선 사업으로까지 발을 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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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치유 예비사회적기업 ‘공감아이’를 설립해 5·18 고문피해자, 70·80년대 조작간첩고문피해자 등 국가폭력이나 부실한 사회안전망 아래 심리적 상처를 입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빈곤포르노 방식의 사진활용에 반대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기반한 대안적 이미지창출 사업도 벌이고 있다.

 자신의 사진은 ‘작품’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대해 들려주는, 사람을 위해 쓰이는 사진이기를 원한다.

이번 전시는 캄보디아, 르완다, 인도, 인도네시아, 네팔, 이라크, 필리핀, 티베트 등 개발도상국이라고 불리는 지역의 주민들을 담은 사진 50여점을 선보인다. 국가별로 나누지 않고 6개의 관점으로 묶어 차별적 시선의 경계를 허물었다. 고통과 절망의 공간에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이라는 시선을 털어내면서 인류애적 관점을 통해 작아 보이나 결코 작지 않은 삶들에 주목했다.

사는 곳과 처지와 상황이 달라도 사진 속 대상들에게 한결같이 눈길이 간다. ‘천천히 깊고 느리게’ 들여다 보는 시선을 통해 획득된 사진이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작가와 대상의 관계처럼, 관람자와 사진 속 대상도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문다. 전시는 23일까지.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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