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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택 울산지검장 "수사권조정 법안, 해경 해체와 유사"

등록 2019.05.27 09: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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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특수분야 논의 없이 검사제도에 칼"

수사팀~청와대 보고체계 지적…개혁 요구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제한 등 방안도 제시

【대전=뉴시스】함형서 기자= 송인택 울산지검장. 2017.10.26.foodwork23@newsis.com

【대전=뉴시스】함형서 기자= 송인택 울산지검장.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현직 검사장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에 대해 "세월호 사건 때 해경을 해체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현재 논의 중인 개혁 방향에 강하게 반발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인택(56·사법연수원 21기) 울산지검장은 전날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낸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송 지검장은 "검찰 개혁 요구는 권력 눈치 보기 수사,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은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 의혹과 불신에서 비롯됐다"며 "그렇다면 이런 시비가 어디에서 생겼는지 검찰의 진지한 반성 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수사구조와 검찰 개혁이 진행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하지만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법안들은 애초의 개혁 논의를 촉발시킨 공안과 특수분야 검찰 수사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는 덮어버리고, 멀쩡하게 기능하는 검사제도 자체에 칼을 대는 전혀 엉뚱한 처방"이라고 지적하면서 "검사 수사종결제도 때문에 공정성과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고 있냐"고 반문했다.

또 "경찰이 제약 없이 수사를 개시하고, 계좌 등을 마음껏 뒤지고, 뭔가 찾을 때까지 몇년이라도 계속 수사하고, 증거 없이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거나 언제든 덮어버려도 책임지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며 "경찰이든 검사든 수사는 까다로운 절차와 엄격한 통제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 논의 중인 법안들은 경찰에겐 마음껏 수사할 수 있다가 언제든지 덮을 수 있어서 좋고, 변호사들에겐 새로운 시장이 개척돼 돈 벌 기회가 늘어 좋다고 반기는 내용 뿐"이라며 "정치논리를 떠나 진지하게 검토됐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송 지검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현 수사팀에서 청와대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며 개혁 방향성을 제시했다.

송인택 울산지검장 "수사권조정 법안, 해경 해체와 유사"


송 지검장은 "주요 사건 수사 개시·진행·종결은 주임검사 단독으로 진행되지 않고, 부장검사·차장검사·검사장 결재를 거쳐 검찰총장 등 대검 사전지휘를 받는다"면서 "대검은 법무부에 보고하고, 법무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한다. 정치권력은 내 편에 불리한 수사나 재판을 하면 적으로 간주하고 인사 불이익 주는 것을 당연시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이런 풍토에서 내 편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되도록 놔뒀던 적이 있었는지 정치권력도 스스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양심고백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직접수사권과 수사지휘권 폐지로 개혁 논의가 옮겨간 건 개혁 대상과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고, 표만 의식해 경찰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세월호 사건 때 재발 방지를 위한 개혁이라고 해경을 해체한 것과 뭐가 다르냐"고 비유했다.

송 지검장은 이와 함께 검찰 개혁 방안으로 ▲검찰총장 임면절차 개선 ▲검찰총장 지휘권 제한 ▲수사 보고 시스템 개선 ▲상설특검 회부 제도화 ▲검사 문책 제도화 ▲검사 파견 제도 개선 ▲공안·특수 출신 검사장 제한 ▲정치적 사건 경찰 수사 주도 ▲대통령 검사 인사권 폐지 등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압수수색 영장 청구시 혐의 입증을 요구하는 현 영장재판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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