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북미간 기싸움 이어져도 핵협상 파국 가능성 낮은 이유?

등록 2019.05.28 11:53:0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양측 모두 비핵화 협상 의지 포기안해

미 협상라인 변화하면 북 협상 나설 듯

【도쿄=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7일 도쿄 영빈관에서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9.05.27

【도쿄=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7일 도쿄 영빈관에서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9.05.27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정체된 북미 핵협상을 둘러싸고 남북미간 기싸움이 어지럽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협상 궤도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초 북한이 두 차례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 '문제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강조하고 있다. 핵실험을 재개한 것도, 미국 영토를 사거리로 하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개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은 트럼프보다 강하게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존 볼턴 안보보좌관은 지난 24일 일본에서 기자들에게 북한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안보리에서 미국이 추가적인 제재를 추진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나아가 북한이 미국의 북한 화물선 억류를 비난한 것과 관련해 61년전 북한에 나포된 푸에블로호 반환을 거론하는 것으로 맞받았다. 조롱의 뉘앙스마저 섞인 반응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4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선 미사일이라고 규정하지 않았으나 9일 두번째로 발사한 직후에는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했었다. 다만 폼페이오는 볼턴에 비하면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이처럼 미국은 대통령과 참모들이 자주 입장 차이를 드러냄으로써 혼선을 빚는 모습이지만 전반적으로는 북핵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걸핏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개인적인 친분을 강조하는 모습이 그렇다.

우리 정부는 미국보다 현저하게 유화적이다. 국방부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발사체'라고 규정한 채 최종 판단을 미루고 있고 청와대 역시 같은 입장이다. 문대통령은 나아가 식량 등 대규모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북한을 달램으로서 협상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국내에는 대북 유화책에 대해 자유한국당을 필두로 한 보수세력의 비판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대통령과 참모들 사이에 혼선이 계속되고 한국의 정치상황이 유동적인 것에 비하면 북한의 대응은 일관된다.

하노이 회담 결렬 전후로 서해 로켓발사장을 복원하는 움직임으로 잠시 한미를 긴장시켰던 북한은 지난 4월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정리된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의 입장 변화를 연말까지 기다려보겠다면서 더이상 제재해제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으며 한국에는 미국 눈치를 보지 말고 '민족공조'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건설로 제재에 맞서겠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물어 북미 핵협상과 남북협상을 모두 관장해온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2선으로 후퇴시켰다. 대미 협상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대남협상은 장금철 신임 통전부장이 담당하도록 조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미국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18일 외무성 북미국장이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나는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의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랄 뿐"이라고 공개적으로 협상 상대의 교체를 요구했다. 이어 27일에는 외무성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제재 위반이라고 밝힌 볼턴 보좌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북한은 조명균 전 통일부장관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해왔지만 김연철 장관으로 교체됨에 따라 협상 상대자 교체 요구는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기존 협상 담당자를 교체하고 미국에 대해서도 교체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국면 전환을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하노이회담에서 미국이 보인 태도와 입장을 통렬히 비난하면서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회담에 나설 것을 연말까지 기다려보겠다고 강조했다. 최후통첩성 입장을 밝혔지만 7개월 이상의 긴 시한을 설정한 것이다.

우리에 대해선 남북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동시에 북한의 모든 대남 매체들을 동원해 자유한국당을 격렬히 비난하는 논평과 기사를 매일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보수층이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김위원장이 연설에서 천명한 입장은 현재까지 북한의 모든 대미, 대남 입장표명에서 확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미국 역시 대통령과 참모 사이에 혼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일관된다.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자신이 요구하는 '비핵화 빅딜'에 호응할 때까지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결국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상당한 시일이 지나면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직간접적으로 입장 타진과 요구가 오갔지만 상황 변화는 거의 없는 상대다. 우리의 중재노력도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북한 모두 입장을 바꾸지 않고 기싸움을 벌이는 상황을 감안하면 김위원장이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 이후 한반도 정세는 다시 2017년의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그러나 연말까지는 아직 7개월 이상의 긴 시간이 남아 있다. 어떤 변화라도 있을 수 있는 시간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 사이에 공개적인 입장 충돌이 되풀이되고 정계복귀를 희망하는 폼페이오 장관의 입장 등을 감안하면 미국의 대북 협상 라인이 교체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것이 북미 협상 재개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앞서 지적한 대로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현재까지 북미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조심스럽게 피해왔다.

우여곡절 끝에 연내에 북미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면 미국과 북한 모두 하노이 회담 결렬 과정을 교훈삼아 타협점을 찾으려 할 것이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