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장영규·백현진·김사월 "군가의 본질, 맹목적의 순환"

등록 2019.06.03 14:19:3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철월 노동당사 융복합 콘서트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 연출을 맡은 장영규 음악감독이 29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는 6월 5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 열린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 연출을 맡은 장영규 음악감독이 29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는 6월 5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 열린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노동당사에서 군가를 부르는 이 공연은 역설적으로 전쟁의 폭력성을 지워내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6·25 동란이라는 비극이 낳은 철원 노동당사에서 ‘우정의 무대’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유는 역설법이었던 셈이다.

영화음악가 겸 공연 음악감독 장영규(51)가 7일 강원 철원 노동당사에서 ‘군가(軍歌), 빅밴드 그리고 춤-우정의 무대’를 펼친다. 9일까지 철원 일대에서 열리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의 하나다.

군가를 소재로 철원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이야기하는 융복합 콘서트다. 생명을 담보로 한 노래였던 군가가 휴전의 시간을 보내면서 어떻게 다른 사회적 맥락을 갖게 됐는지를 탐색한다. 브라스가 포함된 빅밴드가 군가 9곡 가량을 편곡해서 들려준다.

연출을 맡은 장 감독은 “철원은 전쟁으로 기억되는 지역”이라면서 “정치적 이념으로 인한 전쟁이 철원의 지역성을 좁게 한정하는 것을 생각해보다가 이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 연출을 맡은 장영규 음악감독과 가수 김사월, 백현진(오른쪽부터)이 29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는 6월 5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 열린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 연출을 맡은 장영규 음악감독과 가수 김사월, 백현진(오른쪽부터)이 29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는 6월 5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 열린다. [email protected]

군가의 가사는 맹목적이고 광포하다. 맹목적성은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 장 감독은 “이데올로기에서 기인했으나 가사 안에서는 어떤 이데올로기를 품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맹목적”이라면서 “맹목적의 순환이 군가가 가진 본질인지도 모른다”고 짚었다.

장 감독은 이번 콘서트를 통해 전쟁의 우스꽝스러운 이면을 드러내고자 한다. 군가에 드러나는 국가관, 전통적 남성성, 가부장적이며 맹목적인 전쟁의 폭력을 메타적으로 노래함으로써 전쟁에 숨어있는 작은 폭력까지도 드러내고 지켜보는 행위라는 얘기다.
 
장 감독은 “전쟁이 있었던 모든 역사에는 평화를 위한 시도가 함께 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있을 평화를 향한 시도는 군가에 담긴 폭력성을 해체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에 참여하는 가수 백현진이 29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는 6월 5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 열린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에 참여하는 가수 백현진이 29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는 6월 5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 열린다. [email protected]

콘서트에는 개성 넘치는 보컬 4명이 함께 한다. 장영규와 인디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 멤버로 활약 중인 백현진(47), 인디 신 블루칩 듀오 ‘김사월×김해원’, 밴드 ‘빌리카터’ 멤버 김지원이다.
 
독특한 움직임으로 유명한 안무가 김보람(36)이 이끄는 현대무용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도 힘을 싣는다. 힙합, 비보잉, 발레, 현대무용 등이 더해진다. 장 감독은 “노동당사라는 공간에, 구조적인 춤의 이미지가 더해졌으면 했다”고 전했다.

미술가이기도 한 백현진은 강압적이고 획일적인 것에 대해 반기를 들어왔다. 자유분방한 그의 모습을 안다면 ‘군가를 부르는 백현진’을 쉽게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조국이 있다’ 등을 부르는 백현진은 “뮤지컬에 투입돼 연기하는 심정으로 노래한다”고 했다.

백현진은 영화음악가 방준석과 결성한 프로젝트 듀오 ‘방백’으로 지난해 평화를 위한 축전인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방백의 ‘한강’ 일부 노랫말을 개사해 부르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에 참여하는 가수 김사월이 29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는 6월 5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 열린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에 참여하는 가수 김사월이 29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는 6월 5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 열린다. [email protected]

“지나가는 비가 와/ 지나가는 비가 가/ 지나가는 너와 나/ 한강을 쳐다보는 밤”에서 한강을 두만강으로 바꿔부른 것이다. 이어 괴물 같은 보컬로 “랄랄라”를 흥얼거렸다. 통일과 평화를 바라는 주문의 목소리가 따로없었다.

백현진은 “DMZ 피스 트레인 페스티벌은 다른 페스티벌보다 자연스러워요. 물리적으로 북한이 가깝다 보니, 묘한 느낌도 있고요. 월정리역에서 강산에 형님이 ‘라구요’를 부를 때가 좋았어요”라고 했다.  

노동당사는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조선노동당이 지은 러시아식 건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해를 꿈꾸며’(1994)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하다.

젊은 세대인 ‘김사월×김해원’의 김사월은 노동당사가 낯설지만, 전쟁의 흉터라는 것은 안다. “군가라는 형식을 가진 메타적인 공연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 연출을 맡은 장영규 음악감독과 가수 백현진, 김사월(오른쪽부터)이 29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는 6월 5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 열린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 연출을 맡은 장영규 음악감독과 가수 백현진, 김사월(오른쪽부터)이 29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는 6월 5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 열린다. [email protected]

김사월의 목소리는 홍대 신에서 알아준다. 장 감독, 백현진도 그녀의 팬들을 자처한다. 섬세하고 부드러운데, 몽환적이고 비밀스럽다. 그런 목소리로 ‘전선을 간다’를 부르고, 팀 멤버 김해원과 듀엣곡 ‘전우야 잘 자라’를 들려준다.

김사월은 “군가가 이렇게 맹목적인지 몰라서, 연습할 때 깜짝 놀랐다”고 했다.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맹목적으로 끌고 올라가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사를 어떻게 불러야 할 지 몰랐어요. 저는 원래 제가 이해할 수 있는 가사를 미화해서 부르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연기하는 느낌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장 감독은 “철원의 근현대사에서 가장 많이 불리어졌을 군가를 부르되, 그 노래 안에 함몰되지 않고 군가가 가진 가사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사운드로 그 가사를 비틀어버리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서는 이런 탈이데올로기적 프로젝트를 통해 언젠가는 철원의 지역성이 계절과 풍경 만으로도 존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