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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의 경청] 돌아온 프로 이야기꾼 정유정…첫 여성 주인공, 족쇄를 풀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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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22 15:06:34  |  수정 2019-06-24 10:15:20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한 첫 번째 소설 <지니, 진이>
처음으로 성인 여성을 주인공으로…내 모습 담아
전엔 나를 절대 이입 안 시키려 애써…족쇄 푼 기분
여성 캐릭터 은유하는데 침팬지보다 보노보가 적합
日쿠마모토 가서 처음 봐…최재천 교수가 다리 놔줘
야생 상태 보노보 보려 베를린 동물원까지 쫓아가
영장류 학자들 책 60여권 사서 공부하고 달달 외워
노래방 가서 18번으로 부르는 노래가 하이디 '진이'
초고까지 일사천리로 썼다가 남편 돌직구 평에 엎어
엄마 죽음이 평생의 트라우마…별 짓 해도 안 고쳐져
죽을 때까지 떨다 갈 것…상처는 덮을 뿐 회복 안 돼
<내 심장을 쏴라>와 똑같은 심정으로 이야기 전하려
젊은 친구들에게 그래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
가장 애착 <종의 기원>, 가장 사랑 <내 심장을 쏴라>
작업하면서 여러 장르 음악 많이 듣고 영감 얻는 편
이번엔 클리프 리차드의 '얼리 인 더 모닝' 자주 들어
디셈버 'She's Gone'도…평상시엔 절대 안 들을 장르
침팬지처럼 힘 세지려 몸 격렬하게 쓰는 운동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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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진이, 지니' 작가 정유정이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은행나무출판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는 지승호 인터뷰 전문 작가가 진행했다. 2019.06.22. bjko@newsis.com

지승호 인터뷰 전문 작가 = '스릴러의 여왕' 정유정이 돌아왔습니다. '따스하고, 다정하고, 뭉클'한 작품 <진이, 지니>로 말입니다. 자료조사 덕후로 유명한 정유정 작가가 '바다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관련된 책을 거의 다 읽었을 무렵 마지막으로 집어든 책에서 버트란트 러셀의 "시간의 어떤 순간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는 않는다"는 문구를 보았다고 합니다. 정유정 작가의 일생의 트라우마인 어머니의 죽음이 생각났다고 하네요. 어머니가 응급실에서 혼수상태로 보낸 사흘의 시간이 '생과 사투를 벌이는 가장 치열했던 사흘이 아니었겠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뭐에 홀린듯이 순식간에 제목을 정하고, 주인공 이름을 정했다고 합니다.

운동을 하는 것도, 노래를 듣는 것도 모두 "좋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말하는 프로 이야기꾼 정유정 같은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이야기 인간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지난번 윤태호 작가에게 그랬던 것처럼 지금 시점에서 독자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정유정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물어보았고, 정유정 작가는 그답게 씩씩하고, 유쾌하게 답했습니다. 소재를 정하고, 개요를 쓰고, 자료를 조사하고, 공간을 설명하고, 주제를 정하고, 탈고를 하는 소설 쓰기의 과정 뿐만 아니라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정유정 작가를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난 지도 벌써 15년 정도가 흘렀네요. 간간이 만나면서 친분을 유지해온 사이라 서로 편한 말투로 질문을 주고 받았고, 분량은 압축하되 현장감을 살려 정리했습니다.


지승호(이하 지) – 작품 소재로 처음에는 침팬지를 염두에 두다가 보노보로 바꿨다고 했잖아.
정유정(이하 정) – 영장류 중에서 마지막에 분화한 것이 침팬지하고 보노보잖아. 여주인공인데, 침팬지가 가지고 있는 종의 개성은 인간 남성적인 거야. 정치적이고, 공격적이고, 서열중심인데다가 권력 암투가 엄청나고, 걔네들은 가부장적인 것이 있어서 자기 새끼가 아니면 죽이잖아. 유아살해도 하고. 이게 도대체 종의 개성이 여자하고 잘 안 맞는거야. 침팬지를 공부하다 보니까 보노보 얘기가 나오는데, 보노보가 발견된 지 100년 정도 밖에 안됐어. 최근에 발견된 종인데, 이 종의 특성이 여성적인 거야. 모계 사회인데다 연대하는 사회고. 가장 또렷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 침팬지의 지능이 정치적 지능이 높다면, 보노보는 감성 지능이 높은 거지. 사람이든 뭐든 상대를 가리지 않고, 깊이 공감하고 공존하는 그런 감성이 굉장히 깊고 뛰어나서 여성 캐릭터를 표현하고, 은유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지.

지 – 보노보가 아니었으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었겠네.
정 – 보노보를 찾아내지 못했으면 다른 이야기가 됐을 가능성이 높지. 침팬지 몸안에서 자아끼리 싸우는 것 있잖아. 그게 오히려 강화되었을 수도 있겠지. 어쨌든 결론은 이미 시작할 때부터 나와있었던 거여서 결론이야 그렇게 나왔겠지만, 과정 자체는 좀 달랐을 것 같아. 좀 더 사나운 이야기가 됐을까?(웃음)

지 – 그 전 작품들이 남성적이라는 평들이 있었잖아.
정 – 아무래도 그게 있었는데, 지금 현재 보고 있는 사람들은 내 책을 쭉 봐왔던 독자들이 많고 그러니까, 좋다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 <내 심장을 쏴라> 같은 풍의 소설이나 분위기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그런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감동적이다' 이런 반응들이 많아. 

지 – 보노보가 한국에는 없잖아.
정 – 일본 쿠마모토 보노보 생츄어리에서 처음 봤지. 교토 영장류 센터에서는 침팬지를 봤고. 우리나라에 없으니까 취재를 멀리 다녔거든.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님이 다리를 놔주셨는데, 맨처음에 만난 분이 국립생태원에 계신 류흥진 박사야. 우리나라 1호 보노보 박사인데, 보노보 노안에 관한 연구를 해서 학위를 받고, 왐바 캠프에서 보노보 연구를 해서 학위를 받으셨지. 그 양반을 만났더니 보노보에 관한 전반적인 얘기를 다 해주셨어. 무엇보다 본인이 왐바 캠프에 있을 때 찍어놓은 동영상이 몇백개나 되더라고. 그걸 자기 비밀공간에 두고 함부로 유출을 안 하시는데, 비밀 번호를 알려주면서 언제라도 보고 싶으면 들어와서 보라고 하셨어. 사실 소설에 나오는 콩고 밀림이나 왐바 캠프의 모습이나 보노보의 모습들은 그 양반의 동영상을 통해서 많이 보고 연구도 많이 했어. 김예나 박사님이라고 침팬지의 사회적 털고르기에 대해서 연구를 하신 분인데.(웃음) 그 분이 우리를 데리고 교토 영장류 센터를 먼저 가서 침팬지 실험하고, 침팬지 생태 이런 것에 대해서 보여주고, 현장 연구를 하러 오신 세계 여러나라 학자들, 스웨덴, 스페인, 노르웨이, 프랑스 학자들한테 많이 배웠지. 앉아서 토의하고, 실험 참여하고 이러면서. 그리고 나서 쿠마모토 영장류 센터로 가서 처음으로 보노보를 만났는데, 엄청 감개무량했지. 거기 가노 교수님이라고 총괄하는 주임 교수님이 그러더라고. 보노보 노안에 대해서 실험을 한다고 하면 프로그램을 짜, 터치스크린에 그걸 흘러가게 하면 얘네들이 들어와서 보이는 글씨라든지 이런 것을 터치하게 되어 있어. 터치가 맞으면 리워드가 나와, 틀리면 '땡' 소리가 나오거든. 그런 실험을 하다보니까 보노보가 살이 찐 거야, 비만 보노보래.(웃음) 야생 상태의 보노보를 보고 싶다면 베를린 동물원으로 가면 그런 모습이 상당히 보존되어 있다고 해서 은행나무 출판사 이진희 이사님하고 베를린 동물원으로 쫓아갔지.(웃음) 정말로 쿠마모토에 있는 것보다 예쁘고, 작고, 털 같은 것이 쿠마모토 같은 경우는 애들이 스트레스를 받아가지고 탈모도 좀 오고 성글성글 했었거든. 그런데 여기 가니까 까만 망또를 입은 것처럼 완전히 윤기가 흐르면서 애들이 체구는 훨씬 작지만 생기발랄하다고 해야 되나, 그렇더라고. 

지 – 주인공 이진이가 보노보를 보고 "깊고 예민한 감수성, 높은 지적 능력, 생동감 넘치는 몸짓, 풍부한 표정. 그중에서도 겁 많고 수줍은 성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가까이 다가와 탐색하듯 응시하다가, 어느 순간 내 안으로 훅 미끄러져 들어오는 검은 눈은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마저 잊게 했다. 그들을 향해 그들처럼 행동하게 만들었다. 느긋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상대를 관찰하거나, 입술을 오리 주둥이처럼 내밀고 접촉을 구걸하거나, 쉰 목소리로 헐떡거리며 함께 웃거나.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 지상에 이토록 매혹적인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게 신기하다' 정도가 될 것이다. 흡사 개안을 한 기분이었다. 골대를 옮긴 이유로 이보다 더 타당한 것이 있을까."라고 표현했는데, 그게 정 작가가 보노보를 처음 본 느낌이었던건가?
정 – 그렇지. 여기에 내 경험이 많이 들어가있고, 서울대공원 우경미 사육사님이 애들이 삐쳐서 어딘가를 올라갔을 때 끌어내리는 방법, 이런 것들을 알려주셨지. 그 양반이 침팬지를 오래 사육했었거든. 

지 – 정 작가는 자료를 많이 읽기로 유명하잖아. 다른 작품을 준비하다가 마지막 책 한권을 읽으려는 순간 접고 이번 소설을 쓰게된 건데, 운명적인 면이 있는 건가?
정 –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징조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해. <바다에 갇힌 사람들> 소설을 줄거리도 써놓고, 개요도 쓰고, 준비도 차근차근 하고 있었던 중이었던 거지. 그게 SF판타지인데 처음에 해양학, 지질학 이런 공부를 할 때는 그럭저럭 했어. 머리가 아픈데도 따라가면서 '이게 무슨 말인가 보다'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양자물리학에 들어갔더니, 어땠을 것 같아?(웃음) 양자물리학에 들어가서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런 것들도 대중물리학이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 것은 글씨고 흰 것은 종이요, 이런 상태였는데, 꾸역꾸역 읽은 거야. 기초 개념도 이해를 못한 채로 마지막 한 권을 남겨놨는데, 그 한 권을 읽고도 내가 이해를 못하면 이 소설을 다시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참이었던거지. 그 상태에서 마지막 한 권 남은 것을 열었는데, 버트런드 러셀의 그 문장이 인용이 되어 있었던 거야. '시간의 어떤 순간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그 말이 죽음을 설명하기 위해서 쓴 것은 아니었어. 그런데 나한테는 어머니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말이 된 거지. 

지 – 어머니의 죽음이 죽음의 공포를 심어줬다고 했었잖아. 이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그런 부분에서 조금은 벗어난 건가? 아니면 여전히.
정 – 여전히, 죽을 때까지 떨다 죽는다는 말이 내 말이야.(웃음) 상처라는 것이 회복이 안 되더라고. 상처는 덮고 가는 것이지. 당신은 상처를 입으면 회복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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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유정 '진이, 지니'. 2019.06.02. (사진=은행나무 제공)
지 – 금연이라는 것이 평생 참는 거라고 하는 것처럼 잘 안 된다고 봐야지.(웃음)
정 – 그렇지. 상처도 참는 거야.

지 - 조금 나아졌다가 어떤 계기로 악화되기도 하고.
정 - 엄마의 죽음은 나한테는 평생의 트라우마고 별 짓을 해도 안 고쳐지고, 이것 하고 나면 조금 낫지 않나 싶었는데, 여전히 죽음에 대한 공포는 존재하고, 그 공포가 있는만큼 나는 내 삶을 미친듯이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그 생각 외에 다른 것은 없는 거지. 나는 죽음을 초월할 것이다, 이럴 수는 없는 것 같아. 

지 – 작품을 쓰고나서도 여전히 그런 공포가 남아 있다는 거네. 에필로그에서 민주가 "그녀는 내게 삶이 죽음의 반대말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삶은 유예된 죽음이라는 진실을 일깨웠다. 내게 허락된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내가 존재하지 않는 영원의 시간이 온다는 걸 가르쳤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나는 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삶을 가진 자에게 내려진 운명의 명령이었다"라고 한 것이 이 작품의 주제인 셈인데, 정 작가는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왔잖아.(웃음)
정 – 그렇지, 이게 내가 하는 어떤 내 이야기라기보다는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어서 <내 심장을 쏴라>와 똑같은 심정으로 쓴 거지. 삶을 그래도 살아야 되지 않겠냐, 사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것이지. 그 이야기를 하려고 이 긴 긴 이야기를 한 거야.(웃음)

지 – <진이, 지니>를 내고 나서 좋아하는 작품이 바뀌었어?
정 – 가장 애착이 가는 소설은 여전히 <종의 기원>이고, 가장 사랑하는 소설은 여전히 <내 심장을 쏴라>. <진이, 지니> 같은 경우는 쓸 때 행복했던 소설. 쓸 때도 행복했고, 독자들에게 어떤 위안을 주었기 때문에 행복한 소설인 거지. 그러기도 하고, <지니, 진이>는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한 소설이라고 봐야지. 그간에는 소설 쓰는 방식, 문장 이런 것들을 구축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린 것이고, 딱 가리고 봐도 '이건 정유정표 이야기네' 이렇게 알 수 있도록 내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걸린 시간이 10년이 된다면 <지니, 진이> 같은 경우는 그게 내 근육이 되었다고 보고,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한 첫 번째 소설이야. 앞으로의 이야기도 이야기에 집중해서 쓰고 싶은 거지. 나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완전체의 작가로 나온 것이 아니니까 차근차근 하나씩 연습을 해가지고 완벽한 이야기에 도전하는 작가가 되려는 거지. 그랬잖아. <7년의 밤> 같은 경우도 이야기의 형식에 도전했던 것이고, <28>은 다중플롯에 도전해 봤던 것이고, <종의 기원>은 인간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가 과연 들어갈 수 있을까, 하고 시험하고 도전해봤던 것인데, 이번 같은 경우는 내가 온전히 이야기에 집중하면 어떤 소설이 나올 것인가, 그런 시험을 한 첫 번째 출발이니까.  

지 – 레이먼드 챈들러의 독자들이 <안녕 내 사랑>파와 <기나긴 이별>파로 나눠진다고 했었잖아. 정 작가 팬도 그런 식으로 나눠질 것 같은데, <7년의 밤>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번 작품을 보고 아쉬움을 느꼈을 것 같기도 하고, <내 심장을 쏴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반가워했을 것 같고.
정 –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은 없으니까, 독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글을 쓴다기 보다는 내 작품을 좋아해줬으면 하는 거지. 나는 내가 쓰고 싶은 데로 쓰고.(웃음) <7년의 밤>부터 접한 독자들은 이번 작품을 보고 '색깔이 바뀌었네' 하겠지만, <내 심장을 쏴라>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부터 접한 독자들은 '아, 그 계열로 돌아왔군', 이렇게 생각할 것 같고. 양 갈래잖아. 내 이야기가. 한쪽은 서스펜스를 강화한 작품이고, 한쪽은 성장 소설이고. 다음 소설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고.

지 –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내 심장을 쏴라> <진이, 지니>를 자유의지 3부작이라고 했고,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을 언론에서는 '악의 3부작'이라고 하던데, 우리나라 작가들은 왜 이렇게 3부작을 좋아하는 거야?(웃음)
정 – 그렇게 쓰더라고. 내 입에서 나온 것은 아니고. '이번이 세 번째다' 라고 말하면 3부작이 되는 건데, 3부작 하면 마지막 완결편을 독자가 조금이라도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나를 도와주기 위해서 쓴 것이 아닐까?(웃음) 

지 – 정 작가가 얘기하는 걸 봐서도 이 작품들로 어느 정도 완결 짓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 같은 것도 느껴지던데. 지금 작가로서 10년이 넘었고.
정 –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등단을 하면서 지금까지 나름대로는 내가 이야기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도전하고, 이야기 형식이라든가 장르라든가 이야기 목소리라든가, 문장은 단문이면서 문장을 어떤 식으로 다루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도전하고 실험하고 트레이닝도 겸했던 시간이었다고 보는 거지. 왜냐하면 다른 작가들이야 다 완성되어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완전체로 등단을 한 것이 아니니까. 불완전한 상태로 등단을 해서 어느 정도 그런 트레이닝과 도전 같은 것이 있었는데 <진이, 지니>를 쓰면서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되게 많이 들더라고. 소설 책 이름을 가지고 '이게 누구 것이냐?' 하고 물었을 때 '정유정 작품 같은데' 이렇게 바로 나올 수 있는 것이 자기 인장이잖아. 그걸 만드는데 지금까지 공을 많이 들였다면 지금은 거기에 대한 할애를 안 하겠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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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 그런 것을 넘어서서.
정 – 이제는 이야기 자체에만 집중해서 한 첫 번째가 <진이, 지니>인 거지. 나름대로의 첫 번째 결과물로 이 책을 내놓았는데, 내가 나름대로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썼으니까 이게 재미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내놓은 거지. 

지 – 이 작품 자체가 정 작가한테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는 거네.
정 – 그렇지. 하나의 모퉁이를 도는 출발점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지 – 지금 얘기하기는 어렵겠지만, 차기작은 일단 준비하다가 만 작품인 '바다에 갇힌 사람들' 얘기를 쓰는 건가?
정 – 일단은 파일을 다시 열어봐야 되는데. 다시 보면 한 살 더 먹었으니까 이해력이 증가해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욕망이 끓는다고 하면 다시 하는 것이고, 지금 봐도 똑같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욕망도 안 생기고, 그러면 새로운 길을 모색해봐야 되는 거지. 지금 바쁘기도 하고 해서 안 열어봤으니까. 

지 – <진이, 지니> 프로모션을 하는 기간이 지나서 열어봤을 때 욕망이 생기고 마음이 가면.
정 – 그걸 할 것이고, 아니면 다른 작품을 해야지. 욕망은 부글부글 생기는데, 물리학은 못하겠다고 하면 그때는 SF판타지가 아니라 그냥 판타지가 되겠지. 아직은 잘 모르겠고, 책을 내면 석달 정도 프로모션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강연하고 인터뷰도 하고 방송도 하고 그렇잖아. 그 기간이 지나야 내 시간이 되니까, 어쨌든 그러고 나면 2년은 안 나오고 박혀 있고 그러니까. 

지 – 쓰다가 나중에 제목을 찾아내는 편이기도 하고, 작품 말미에 찾아내는 경우가 많았잖아. 이번에는 처음부터 제목이 정해지고 주인공과 주인공 이름이 정해졌다면서.
정 - 하루에 다.

지 -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
정 –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지. 앉아가지고 상상이 그런 식으로 뻗어나가고, 그러다보니까 주인공 이름이 이렇고, 제목은 바로 <진이, 지니>가 나오고, 줄거리 쓰고 개요 쓰고 다른 때 같으면 한 달 정도 걸려야 되는 일을 하루에 다 해버린 거지. 그게 나와야 공부를 하잖아. 그러니까 나로서는 경이로운 경험인데, 맨날 그러리라고는 기대하지 말아야지. 원래 그렇게 안 살아왔으니까. 

지 – 그렇게 하루만에 정하고, 지나고 나서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을 것 같은데.
정 – 그런 생각도 안 들고, 그렇게 되니까 깝깝한거야. 이진희 이사가 나를 데리고 '바다에 갇힌 사람들'을 쓰기 위해서 온갖 데를 다 섭외를 해서 데리고 다녔거든. 심지어는 서울 시내에 있는 유명 호텔에 들어가서 공개를 안 하는 호텔 지하부터 해서 다 취재를 하게 하고 사진 다 찍게 해줬는데, 내가 그걸 안 쓰고 다른 것을 쓴다고 하면 얼마나 나를 실없이 보겠어.(웃음)

지 - 그동안 취재비도 들어갔을 것이고.(웃음)
정 - 그러니까. 또 돈을 들이라는 말이야, 이런 생각도 들텐데.(웃음) 처음에는 쓴다는 소릴 못하고 자꾸 간을 봤지. 술 마시면서 자꾸 보노보 이야기를 하고 침팬지 이야기를 하니까 처음 한두번은 재미있다고 듣고 있더니 어느날 나를 딱 보면서 '다음 이야기가 혹시 보노보 이야기가 아닌가요?'라고 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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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인터파크도서는 은행나무, CGV와 공동 기획으로 4월4일 오후 7시 명동 CGV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영화 '7년의 밤' 상영과 함께 원작자인 정유정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한다. 2018.03.25. (사진=인터파크도서 제공) photo@newsis.com
지 – 눈치가 빠르시니까.(웃음)
정 – 아 잘됐네, 하고 바로 실토를 해서 '이런 이야기를 쓰려고 줄거리도 써놨는데, 말을 못했다. 도와줄 수 있겠냐'고 하니까 '그럼요' 하시더라고. 최재천 교수님 섭외한 것도 이진희 이사고, 서울대공원 섭외한 것도 이진희 이사고, 국립생태원 류홍진 박사님도 섭외하시고, 계속 같이 다녀주셨어. 촬영도 다 하고 실험도 같이 해서 누구보다 보노보에 대해서 잘 알게 된 거지. 나만큼이나. 쫓아다니면서 같이 봐가지고.(웃음) 

지 – 주인공이 이진이인데, 이진희 이사님하고 이름이 비슷하잖아. 의식하고 쓴 건가?
정 – 그건 아니고. 처음에는 내가 아주 쉬운 이름을 지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페르소나가 보노보니까 같이 쓸 수 있는 쉬운 이름이 뭐가 있지, 하고 생각하다 앞뒤가 똑같아야 되는데, 하고 고민하다가 '아, 이진희 이사님 이름이 있었지! 이진이로 하자' 그렇게 된 거야. 내가 노래방 가서 18번으로 부르는 노래가 하이디의 '진이'기도 하고. 진이라는 이름을 아주 좋아하거든. 그래서 여러 가지가 다 섞여서 진이가 나온 거지. 진이의 가장 가까운 이름이 지니잖아. 영문으로나 구별하지, 한글 발음으로는 절대 구별이 안 되는 이름이지.

지 – 남자 주인공 이름은 '민주'라고 중성적인 이름을 썼잖아.
정 – 내가 수도 없이 변주한 남자 주인공이거든.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내 심장을 쏴라> 다 이런 과의 남자들이 나온 거지. 그런데 이 주인공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 내성적이고, 찌질하고 소심한데, 엄청 바리에이션 폭이 넓은 주인공인 거야. 어차피 소설은 변화해가는 것이거든. 그러니까 주인공도 변화해갈 수 있는 캔버스 같은 것이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이 캐릭터가 소설적인 주인공인 거지. 내가 알기로는 작가들이 상당히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 나만 이런 주인공을 쓰나봐. 좀 찌질해 보이는 캐릭터를.(웃음)

지 –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캐릭터인 거잖아.
정 – 그리고 변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것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아. 민주가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지. 너무 남성적인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약간 중성적인 이름을 주되, 사랑스러운 이름. 이름이 사랑스럽잖아. 민주, 민주. 어쨌든 아버지는 개자식이라고 부르지만.(웃음) 어쨌든 민주는 1번 주인공은 아니지만, 진이를 통해서, 진이의 죽음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깨닫고 자기 스스로 성장하는 캐릭터잖아.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캐릭터지. 아버지하고의 탯줄을 끊고. 그래서 난 독자가 되게 사랑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 진이는 그 자체로 성숙한 캐릭터야. 인간으로서 이미 성장을 한 캐릭터고. 선한 캐릭터라고 표현하면 사실 폭이 좁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캐릭터인 거지, 성숙한 인간이 죽음 앞에서 자유 의지를 어떤 식으로 실현하는지, 그것을 좀 보여주고 싶었던 거야. 성숙한 인간에겐 죽음조차도 성장이 된다는 것을.

지 – 첫 문장도 늦게 찾아내는 편이잖아. 이번에 쓴 "막다른 곳에 불시착하는 때가 있다"는 어땠어?
정 – 이번 첫 문장은 원래 첫 문장이었어

지 - 이번에는 전부.(웃음)
정 - 일사천리로 갔는데, 엄청 큰 고비가 있었던 것이 초고까지는 일사천리로 썼어. 초고 끝내고 본격적인 작업을 들어갔잖아. 그게 1차 원고잖아. 이것만 1년 수정하면 되겠구나, 하고 그걸 남편한테 제일 먼저 보여준 거지. 내가 분명히 12장 마지막 장에 가면 기대하는 반응이 있을 거잖아. 1장부터 읽으면 그 반응이 안 나와. 비슷하게 가다가 갑자기 얼굴이 막 굳어지더라고.(웃음) 다 보고 그러는 거야. "이건 아닌 거 아냐?" "왜?" 그러니까 "죽음 앞에서 자기 죽음의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데 오토바이 추격신이 나오고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해.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지금까지 낸 소설들이 절정에서 액션과 피비린내와 이런 것들을 동반하다보니까 이 소설마저도 그런 식으로 결말이 갔던 거더라고. 그래서 남편이 그러는 거야. "이 장은 일단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자기 인생을 돌아봐야 되고, 자기를 도와준 사람에게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서로의 관계 정립도 되어야 하고, 둘이 슬픔이 갈무리되어야 하는, 승화되어야 하는 그런 장인데, 왜 여기서 오토바이 추격신이 나오냐"고 하더라고. 옳은 말이라는 것은 순간적으로 깨달았는데, 성질이 막 나는 거야. 성질 나, 안 나?(웃음)

지 – 막막하고, 성질 나지.(웃음)
정 – 그래서 소리를 빽 질렀지, "니가 뭘 알아" 그러면서.(웃음) 남편이 "나는 잘 모르지만 일반 독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렇다"고 하면서, 알아서 하라고 해. 되게 냉정하더라고.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뜻을 안 굽히는 거야.(웃음) 다음날 남편 출근하고 나서 하루 종일 생각해보니까 그 말이 맞더라고. 그렇게 써야 되는데, 나도 모르게 요란한 절정을 만들었다, 외부의 사건으로 절정을 만드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었던 거지. 내면의 이야기를 가지고 절정을 만드는 것이 나로서는 처음이었던 거야. 그걸 하려면 앞부터 다 고쳐야 되잖아, 복선 깔아놓은 것을. 들어내기만 해서 되지도 않고, 날마다 노트북을 보고 앉아서 한숨을 쉰 지가 3주, 술 마시고 개병 떨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12장을 딱 보면 처음에 1인칭 주어가 확 전복이 되잖아. 전복이 되면서 진이와 지니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져버리는 일인칭 '나'가 나오잖아. 그걸 생각해내게 된 거지. 그렇게 되어야만 지니의 내부에서 어떤 정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일인칭 주어를 완벽하게 전복시키면서 이야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 거지. 쓰고 앞에 복선을 깐 것도 다 정리하고, 그러고 나니까 1차 결과물이 끝난 거야. 그러고 그 다음부터 취재하면서 수정하고, 취재하고 수정하고 그 과정을 계속해서 올 3월까지 해서 끝낸 거지. 3월에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면서 독자들이 혼선을 빚을까봐 되게 걱정을 하긴 했어. 앞에 주어가 완전히 전복되는 부분이 있잖아. 1인칭 '나'가 분명히 진이였는데, 12장 앞부분에서의 '나'는 보노보 지니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전복시키면 독자가 이 부분을 혼란스러워하면 어떻게 하지' 했었어. 완전 퇴고를 한 다음에 편집실에 보내면서 별표를 쳐서 '집중적으로 이 부분을 봐달라'고 했어. 이 부분에서 화자가 전복되는데 독자에게 혼선을 줄 수 있을지, 아니면 소설적인 장치로서 독자가 얼마든지 구분을 할 수 있겠는지 걱정이라고 보냈지. 사실 편집부에서 고치라는 피드백들이 많이 오잖아. <종의 기원> 같은 경우도 프롤로그가 없었는데 끼워넣었고. 그런 지적이 오면 나는 많이 고치는 편이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하나도 없었어. 바로 "좋다, 가자"고 했고, 독자가 혼란을 빚을 수 있겠다고 우려한 부분도 "혼란을 안 빚겠다. 이게 명확하게 읽히고, 독자들도 그럴 것이다"라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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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상훈 기자 = 여진구와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원작 소설을 쓴 정유정 작가가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팬 사인회를 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내 심장을 쏴라'는 수리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평온한 병원생활을 이어가던 모범환자 수명(여진구)이 시한폭탄 같은 동갑내기 친구 승민(이민기)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15.01.16. hyalinee@newsis.com
지 – 독자도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 생기니까.
정 – "동화되어 가면서 완벽하게 이해가 된다, 안 고쳐도 되겠다"고 하더라고. 그 부분을 빼고는 사실 크게 걸리는 것은 없었지. '바다에 갇힌 사람들'을 엎어서 6개월 이상을 허송세월 한 거 외에는. 빨리 나올 수도 있었는데 3년만에 나온 이유가 다른 작품을 엎고 다시 시작한 거라서 그랬지.

지 – 취재를 했을 때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고 하면 '정유정 작가의 책에 우리 얘기가 나오겠구나' 했다가 안 나오면 실망하는 사람도 생기겠네.
정 – 류홍진 박사도 나왔고, 왐바의 류를 일본인으로 표현했지만, 사실은 한국인이고, 장 교수에도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님이 조금 들어갔었고. 여기 여주인공의 성격은 나를 많이 넣었는데, 외모는 우리를 데리고 갔던 김예나 박사님이라고 침팬지 박사님이 있어. 매력 있고 파워풀하고 굉장히 키가 크고. 나보다 큰 여자는 만나기 쉽지 않은데,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쁘고, 아주 그냥 활달하고, 카리스마도 있고, 지금 네덜란드 보노보 연구소에 가 있는데 그 양반을 가져온 거지.

지 – 예전 정 작가 책을 보면 아주 낯선 캐릭터는 아니지만, 성인 여성을 주제로 하는 첫 번째 작품인데 어려운 점은 없었어?
정 – 예전 같으면 못 썼을거야. 나는 내 캐릭터가 앞에 나가는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이잖아. 그래서 사실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못 썼던 것이고. 물리적으로 여성 캐릭터보다는 남성 캐릭터가 어울렸기 때문에 주인공으로 세웠는데, 이번 캐릭터는 반드시 여자여야 했고, 그렇다면 내가 나가는 것을 마냥 두려워만 해서는 안 되겠다 싶더라고. 내 어떤 성격적인 것이 나가도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차라리 편하던데.(웃음) 그래서 마음 놓고 우리 엄마도 데려오고, 내 이야기도 하고, 엄마 이야기도 하고 해버리니까 오히려 족쇄 같은 것을 하나 풀어버린 기분이었어. 금기, 나는 이 소설 안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는 금기를 풀어버린 기분이라고 할까. 조금 더 자유로워진거지. 

지 – 하나의 벽을 넘어선 거네.
정 – 벽을 넘었다기보다는 족쇄를 하나 푼 거지.(웃음) 나를 절대 이입을 안 시키려고 애를 많이 썼는데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내가 들어갔다고 느끼는데, 내가 진짜로 들어가면 어떻게 느낄까 하는 두려움이 좀 있었거든. 내가 앞에 나가서 떠들면 소설이 망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들어가서 내가 진이로 살아보니까 괜찮은 것 같더라고.(웃음) 그동안은 남자 주인공을 많이 썼었지. 남자 주인공한테는 이입을 해도 내가 많이 안 들어가니까.

지 – 족쇄를 하나 푼 셈인데, 앞으로의 작품에서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겠네.
정 – 다음 번에 여성 주인공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지,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족쇄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온 것이 도움이 된 것 같기는 한데. 

지 – 자료 조사에 철저하기로 유명한 자료 조사의 왕이기도 하잖아. 이번에 어떤 책들을 읽었고, 가장 흥미로운 점이 뭐였어?
정 – 프란스 드 발을 맨처음 읽었는데, 영장류 학자로 네덜란드 사람이고 세계적인 학자지. <침팬지 폴리틱스>,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이런 것들. 이 분의 저서가 우리나라에 꽤 많이 번역돼 있거든. 데즈먼드 모리스, 로버트 여키스, 로렌츠 이런 분들의 책, 영장류 학자들의 책이란 책은 다 끌어다모아서 한 60권 정도 산 것 같아. 수십권을 사서 영장류 이야기는 달달달달 외울 정도로 읽고 노트 정리를 해서 공부를 하니까 되게 재밌더라고,

지 - 체질이네.(웃음)
정 - 어쨌든 우리는 가볼 수 없는 태고의 땅에서 온 존재들이잖아. 저 콩고 밀림에서. 

지 – 아프리카 콩고는 비용도 많이 들고 멀어서 안 간 건가?(웃음)
정 – 그렇지. 멀기도 하지만 주변에 위험 국가가 많고, 내란도 있고, 그래서 비자 얻기가 쉽지는 않고 주재원이나 되어야 가지, 일반인이 관광 간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고, 시도를 못 해본 거야. 안 가도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 류홍진 박사님이 본인의 동영상을 나한테 공유해줬잖아. 크라우드에 있던 것들을. 거기에 왐바의 밀림들이 다 나와 있고. 킨샤샤 시내는 프롤로그에서 필요하긴 했는데, 유튜브에서 킨샤샤 시내의 모습들을 보고 그랬지. 그리고 혼자 상상으로 '어떻게 할꺼야, 콩고까지 가서 확인할 거야?' 이런 생각도 했어.(웃음) 그리고 왐바 같은 경우는 밀림이어서 킨샤사 시내에서도 비행기로 또 가야 되는 먼 오지잖아. 거기에 원주민 마을이 있고, 보노보 연구를 하는 왐바 캠프가 있고, 그런데 거기 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우리가 남극 기지에 아무나 가는 것이 아니듯이. 내란 때문에 위험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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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진이, 지니' 작가 정유정(왼쪽)이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은행나무출판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인터뷰어인 지승호 인터뷰 전문 작가와 거리를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2019.06.22. bjko@newsis.com
지 –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하는 편이잖아. 람슈타인 같은 데쓰메탈 그룹을 들으면서 작업을 하기도 하고. <종의 기원> 작업 때는 반젤리스를 많이 들었다고 했고. 이번에는 작품이 그 전과는 성격이 다른데, 어떤 음악을 들었어?
정 – <내 심장을 쏴라> 할 때는 록큰롤을 많이 들었어. 제리 리 루이스나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감성이 필요했으니까. 이번에는 클리프 리차드의 '얼리 인 더 모닝'을 많이 들었지. 통키타로 쿵짝쿵짝 하는. 60년대 팝송이지만 의외로 소설하고 어울리더라고. 나는 음악에서 영감을 얻는 스타일이라서. 조수미의 '나 가거든', 이런 노래. 우리나라 음악 중에서 많이 듣는 것은 디셈버 'She's Gone' 이런 종류의 음악을 많이 들었지. 평상시에는 내가 절대로 안 들을 장르, 그런데 들으니까 괜찮더라고. 

지 – 음악을 듣는 것만 봐도 그렇고, 작품을 쓸 때는 평상시와는 다른 사람이 된다는 거잖아. 듣고 싶은 노래, 필요한 노래도 달라지는 거고.
정 – 다른 사람으로 사니까. 그렇게 살아야 쓸 수 있는 거라, 그럴려고 노력을 하는 거니까. 

지 – 어떻게 보면 본인이 감독도 하고 주연도 하는 거니까. 배역마다 몰입을 해서 변화하지 않으면 작품을 쓸 수 없다는 거네.
정 – 매냥 똑같은 소리만 나오는 거지. 그게 달라지게 하려면 결국에는 내가 변해서 살 수 밖에 없는 거고.

지 – 김영하 작가는 장편을 한 편 쓰고 나면 사람이 변하는 것 같다고 하던데, 이번 작품 쓰고 나서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점은 있어? 아무래도 몇 년 동안 몰입하게 되니까 자기도 모르게 달라져 있는 것 같다는 건데.
정 – 난 좀 더 이뻐진 것 같은데. 하하하하. 

지 – 헉……. 어떤 부분에서? 외모를 말하는 거야?(웃음)
정 – 나, 진지해. 모든 부분에서.(웃음)

지 – 자신감에서 오는 것 같은데. 여러모로 잘 되고 있으니까.(웃음)
정 – 글 쓸 때는 그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하는 것도 달라지지. <종의 기원> 때는 수영을 4년 했잖아, 이걸 하면서는 계속 웨이트 트레이닝, 요가, 스피닝, 이런 직접적으로 몸을 격렬하게 쓰는 운동을 많이 했지. 침팬지처럼 힘이 세질려고.(웃음)
(계속)

□ 지승호 작가는
1966년 부산 출생. 월간 <인물과 사상>에서 인터뷰 코너를 오래 담당했으며, 월간 <전원생활>의 인터뷰를 맡고 있다. 인터뷰 단행본 저서로 <마주치다 눈뜨다> <7인 7색> <만화, 세상을 그리다> <영화, 감독을 말하다> <감독, 열정을 말하다> <우석훈,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신해철의 쾌변독설> <공지영의 괜찮다, 다 괜찮다> <박원순, 희망을 심다> <배우 신성일, 시대를 위로하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 <강신주, 맨 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이석연의 페어플레이는 아직, 늦지 않았다> <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 <바이러스가 지나간 자리> <김의성, 악당 7년>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등 50여권이 있다. 인터뷰론을 정리한 책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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