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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에 작별인사"…트럼프 '이란공격' 철회시킨 한마디

등록 2019.06.22 20: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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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20일 4차례 회의…국방부, 이란공격 발표 준비도

트럼프, 공격 목전서 사망자 수 등 질문…결국 공격철회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2019.06.22.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2019.06.22.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대(對)이란 보복공격을 결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을 막판에 돌린 일등공신은 백악관 안보담당관도, 군 참모들도 아닌 폭스뉴스 앵커였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ABC뉴스 등 미 언론들은 22일 백악관 관계자 및 의회 관계자 등 여러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에 대한 공격 논의가 이뤄졌던 지난 20일 백악관 내부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에선 당일 오전 7시부터 4차례에 걸쳐 이란의 무인정찰기 격추에 대한 대응방안을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내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당일 오전 11시에는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 및 그의 후임인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 대행 등 군 최고위급 장교들이 참석한 가운데 행정부 관계자들이 복수의 대응방안을 두고 논의에 나섰다.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날 백악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을 비롯한 미 해군 자산들은 이미 최종 명령에 대비해 이란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전투기 공습 및 토마호크 미사일 공격, 미사일발사 순양함 레이테걸프호와 구축함 베인브리지호 동원도 선택지 중 하나였다.

같은 날 오후에는 의회 지도자들과의 백악관 긴급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일부 보좌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회의에서 의회 지도자들에게 '이란에 대한 공격이 진행 중'이라고 발표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일부 보좌관들의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지도자들에게 이란 공격을 발표하진 않았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늦게 국방부는 이란 공격 공식 발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께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과 데이비드 노키스트 국방부 차관, 섀너핸 대행 등이 이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예상 사망자 수'를 비롯한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한 시점이 이때다. 일부 보좌관들은 당시까지만 해도 이란에 대한 공격이 이뤄질 것으로 확신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무인정찰기 격추로 인한 미국 사망자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란 공격 시 예상 사망자 수를 물었고, 최대 약 150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미국의 이란 공격 개시 예상시각은 당일 오후 9시께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몇가지 질문 끝에 공격 개시 불과 2시간여 앞둔 오후 7시께 이란을 공격하지 않기로 마음을 바꿨다.

일부 백악관 관계자와 공화당 인사들은 폭스뉴스 앵커 터커 칼슨의 반대 의견이 트럼프 대통령 마음을 돌리는 데 주효했다는 입장이다.

칼슨은 최근 이란과 전쟁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사적으로 이같은 의견을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칼슨은 '이란의 도발에 대한 무력대응은 미친 짓이다', '매파들은 대통령의 가장 큰 이해관계를 최우선으로 두지 않는다', '만약 이란과 전쟁을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기회에 작별의 키스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같은 의견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이란에 대한 공격 방침을 철회했다. 미국이 과거 중동 전쟁에 너무나 많은 목숨과 돈을 낭비했으며, 전임자들의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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