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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人事 난맥상 통제불능?…인사분야 정기감사 전무

등록 2019.07.0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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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지자체와 서울 자치구 인사분야 감사 전혀 안해

감사원·행안부, 지자체 인사 책임전가에 손놓고 있어

【서울=뉴시스】 서울 중구청 청사. 2019.06.16. (사진=중구 제공)

【서울=뉴시스】 서울 중구청 청사. 2019.06.16. (사진=중구 제공)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최근 서울 중구청과 중구의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구청장과 구의회 의장간 갈등은 인사(人事) 문제에서 비롯됐다.

서양호 중구청장이 중구의회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사발령을 내면서 조영훈 구의회 의장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조 의장이 구청 직원 채용에 개입하고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조 의장은 의혹을 부인했지만 이 문제는 이미 중구를 벗어나 법정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사 관련 난맥상의 일부에 불과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광역·기초지자체와 해당 의회 사무처에서는 인사를 둘러싼 모종의 거래와 암묵적 동의가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지자체에서는 ▲단체장 선거 조력자의 부당채용과 승진 청탁 ▲지자체 산하기관 직원이나 계약직·별정직 공무원 부당채용 ▲단체장 측근 공무원에 대한 근무평가 조작과 비리 묵인 등 인사 관련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각 지자체가 이 같은 인사 비리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물론 비뚤어진 동료의식 속에 덮어주기까지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7일 시민단체 위례시민연대가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전국 42개 지자체(광역시·도 17개, 서울시 자치구 25개)를 대상으로 최근 5년간(2014년 5월~올해 4월) 인사부서 정기내부감사 실적(민원감사, 특별감사, 외부감사 제외)을 확인했다.

확인 결과 인사 비리에 관해 자체감사를 실시한 지자체는 단 1곳도 없었다. 매년 자체감사계획 수립 시 인사감사를 포함시킨 사례 자체가 없을뿐더러 인사분야 감사를 실시하기 위한 근거규정 자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례시민연대는 "매년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수립하는 자체감사계획에 인사감사가 있는 곳은 전무하고 자체감사에서 인사부정행위 적출 실적도 거의 찾을 수 없다"며 "지금 지방자치단체의 인사가 이렇게 감사가 필요 없을 만큼 깨끗하단 말인가"라고 따졌다.
【서울=뉴시스】서울 종로구 감사원. 2016.12.02. (사진=감사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서울 종로구 감사원. 2016.12.02. (사진=감사원 제공)  [email protected]

전국 지자체에서 석연치 않은 인사발령에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한데도 자체감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감사원과 지자체가 인사분야 감사를 놓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인사분야 감사는 감사원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감사원이 2~3년마다 기관운영감사를 한다. 매 2~3년마다 조직과 인사 부분을 감사하는 것"이라며 "동일한 내용을 재차 감사하는 등 중복감사는 허용되지 않는다(그래서 시가 인사분야 정기감사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감사원은 인사분야를 감사할 책임은 해당 지자체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인사 채용 비리 등은 (해당 지자체) 자체감사기구에서 처리하고 있다. 해당 기관 감사기구가 당연히 자체 감사를 해야 할 일"이라며 "감사원이 따로 인사만 챙기고 그런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감사원과 지자체가 책임을 떠넘기는 와중에 인사 비리는 묻히기 일쑤다.

인사 비리 제보가 접수되면 지자체 감사기구가 조사에 착수한다지만, 현장에서는 인사권을 쥔 지자체장과 고위직들의 서슬에 눌려 쉬쉬하며 넘어가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또 지자체에서 인사 비리를 적발하기에 현재 방식은 지나치게 허술하다. 2~3년 또는 그 이상 시간이 흐른 뒤 감사원이 한정된 감사기간과 한정된 인원이라는 물리적 한계 속에 숨겨진 인사 비리 증거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공무원 징계시효가 3년이라 뒤늦게 적발하더라도 이미 처벌이 불가능해진 시점일 때가 많다.

지자체 내부에서도 이 같은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뉴시스】서울시청 청사. 2019.04.02.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서울시청 청사. 2019.04.02. (사진=뉴시스DB)

한 서울시 직원은 "서열이 현저히 낮거나 서열 밖에 있는 사람을 억지로 점수를 몰아줘서 끌어올려서 승진시키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 부서별로 나눠먹기를 한다든지, 역량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승진시켰다든지 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며 "원칙과 기준을 일탈해서 재량권을 남용한 사례가 종종 발생함에도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그 부분을 들여다보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 내지 직무태만에 해당된다"고 꼬집었다.

이 직원은 "인사 부분을 검증하지 않으면 인사질서가 왜곡되고 시장이나 실장·국장·본부장 입맛대로 하는 인사에 면죄부를 주게 된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지자체 인사가 복마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더 우려되는 점은 앞으로 지자체의 인사 자율권이 한층 확대된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 시·도의회 소속 공무원 인사권이 시·도의회 의장에게 부여된다. 또 지자체장은 현재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없는 직류를 신설해 지역 여건에 맞는 인재를 기용할 수 있다.

지자체 인사발령의 투명성을 확보할만한 실질적인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권한만 커질 경우 더 심각한 비리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방분권 시대에 맞춰 지자체 인사 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자체적인 비리 차단 제도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위례시민연대는 "감사원과 행안부가 지자체 인사비리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실효성 없는 헛발질 대책으로 오히려 인사비리를 부추기고 있다"며 "독립성이 보장된 개방형인사담당관제, 근무평정위원회에 지역주민위원 과반수 참여, 자체인사감사 연 2회 실시 및 결과공개와 같은 혁신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민선 7기 1년을 맞아 3일 '광역자치단체 감사관 회의'를 열고 지방행정 청렴도 향상방안을 논의했다지만 지자체 인사가 이런 식으로 시민의 통제권 밖에 있다면 정부와 지자체의 '청렴도 타령'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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