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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갈등, 美 '중재자' 맡을까...재계·업계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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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13 07:00:00
"아베, 트럼프와 사전교감 없이 독단적 결정 안했을 가능성"
"反화웨이 전선 동참 약속 등 반대 급부 있어야 美 움직일 듯"
"WTO 제소, 원칙적 대책이지만 '발등의 불' 기업엔 도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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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정부가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상대로 외교적 노력을 본격화했다. 미국 측에 이번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알려 중재자 역할에 나서길 기대하며 국내 반도체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하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백악관 관계자 등과의 협의를 위해 황급히 미국을 방문했다.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르면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은 물론 미국 등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만큼 미국이 개입해 달라고 요청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13일 재계와 업계에선 미국이 곧바로 중재에 나서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있다.

무엇보다 아베 정부가 미국과 사전 교감이 없이 이번 조치를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미일관계가 역대 최강의 동맹관계라고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자평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섣불리 개입해 우리나라의 손을 들어줄 이유가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절차 조정이라는 무역 보복을 시작하기 전에 미국과 분명 상의를 하고 사전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가 미국의 중재를 바라는 외교적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역대 최강인 미일동맹을 고려해볼 때 트럼프가 아베의 기를 꺾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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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오전 지바(千葉)현 모바라(茂原)시에 위치한 골프장 '모바라컨트리클럽'에서 골프를 치며 친분을 과시했다. 사진은 아베 총리가 골프 회동 중 찍어 트위터에 공개한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셀카. 뉴시스DB 2019.05.26
그는 "아베 총리는 지난 5, 6월 방일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회동, 스모경기 관람 등을 통해 개인적 친분을 쌓았다”며 “그간의 만남에서 아베 총리가 한일 간의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수출규제 조치 시행도 사전에 알리고 이해를 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5대 그룹 임원은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기업들 상당수가 우려하던 '반(反) 화웨이 전선'에 동참하라는 발언은 없었다"면서도 "이는 앞서 주한 미국대사와 미국 국방부 차관보까지 나서서 화웨이 제품을 쓰지말라고 우리 정부에 공개적으로 요구했는데도 사실상 묵살당했기 때문에 트럼프가 재차 언급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 5G 장비 수입 및 사용을 중단하거나 최소한 이와 관련된 검토에 들어가는 등의 반대 급부가 없는 한 미국은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도 '반 화웨이 전선' 동참시 보복을 경고한만큼 미중무역 갈등 속 샌드위치가 되어있는 우리 정부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미국은 자국기업의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화웨이 제재 등 미중 무역전쟁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한 이후, 연쇄적으로 미국 기업 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타격이 오는 상황이 되어야만 개입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어려울 질 경우 전세계 서플라이체인(공급망) 붕괴의 부작용과 이에 따른 국제 비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에 타격이 생기면 애플, 구글, 아마존 MS 등 미국 고객사들도 타격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등 미국 반도체 회사들에겐 반사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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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업계에선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국제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WTO 제소가 정부 차원의 원칙적인 대책이며, 일본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이긴 하겠지만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2~3년이 걸릴수도 있는데, 당장의 피해가 우려되는 기업 입장에선 도움이 안될 것 같다"면서 오히려 이를 통해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우려했다.
 
일본 전문가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일본의 여당인 자민당에서는 일본기업이 간접적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한국에 대해 경제제재를 감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 제기돼 왔다"면서 "수출규제는 WTO 위반이며, 일본이 국제적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직접 수출제한보다 일본으로서는 통관 시간을 지체시키는 등 은밀한 행정적 제재를 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jm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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