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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드레이지 “소프라노, 과한 공명 테크닉말고 자연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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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18 09:55:38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
'마시모 자네티 & 엘사 드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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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커피를 마실 때 사용하기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오늘은 극히 예외로 종이컵을 사용했다. 사진에 찍히지 않으려고 테이블 밑에 내려놓았다. 하하.”
  
환경보호 시민단체 간사처럼 단정한 목소리로 웃으며 이야기하는 사람은 프랑스 소프라노 엘사 드레이지(28)다.

그녀가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은 “플라스틱, 옷이 만들어지는 정보를 듣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길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려고 주의를 했다. 그런데 내가 사는 제품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더라. 공연 때문에 비행기를 많이 타고 다니는 것도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그래서 환경을 더 생각하게 됐다.”

음악가로서 대중에 노출되다보니,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 자연을 지키는데 보탬이 된다는 판단이다. “인스타그램에 친구들과 직접 만든 친환경 샴푸 제조법을 공유하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미소지었다.

액션 무지크 클리마(ACTION MUSIQUE CLIMAT) 같은 음악을 통해 환경을 지키는 단체와 협업을 위한 의견도 교환하고 있다.

드레이지는 노래와 클래식음악을 대하는 태도도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한다. 문턱이 높아 닫혀 있는 세계로 인식되는 클래식음악이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다가가기를 원한다.

“좋은 성악가로서 좋은 이미지를 내보이기를 원한다. 옷을 (거부감이 들 정도로) 너무 튀게 입어 어디에 가든 ‘디바’로 알아볼 수 있지 않게끔, 자연스런 스타일을 추구한다. 노래를 할 때도 자연스럽게 하고, 평소 말 할 때도 튀지 않는 발성을 사용한다. 그렇게 성악가로서 자연스러움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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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자연스런 목소리’를 찾는 것도 그녀의 과제였다. “테크닉으로 공명을 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제 자신의 모습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드레이지는 손을 입 앞으로 또는 머리 위로 올려, 울림이 적당한 소리와 과한 소리의 차이를 시연하기도 했다. 

드레이지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9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20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펼치는 마스터시리즈X '마시모 자네티 & 엘사 드레이지' 공연에서 협연한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데뷔 무대다. 세계에서 뜨는 소프라노여서 클래식음악계의 관심이 크다. 2016년 스페인 출신 거장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78)가 주관하는 ‘오페랄리아 국제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이듬해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올해의 젊은 오페라 가수상’을 받았다. 이후 세계적인 지휘자,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

영국 거장 지휘자 사이먼 래틀(64)이 이끈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보기다. 이미 2년 후 스케줄까지 꽉 차 있다. 또 래틀 그리고 아르헨티나 태생 대니얼 바렌보임(77) 등과 협연을 앞두고 있다.

1주가량 스케줄에 여유가 있었는데 평소 친분을 쌓은 경기필 상임지휘자인 이탈리아 출신 마시모 자네티(57)의 초대로 처음 한국을 찾게 됐다.

“자네티가 경기필에 대해 놀랍다고 했다. 음악적으로 영감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오케스트라는 칭찬도 했다. 그 특별함을 스스로 경험해보라고 설득을 해서 한국을 찾게 됐다.”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나무가 많고 고층빌딩과 저층빌딩이 잘 섞여 있는 것이 색다르다”고 했다. 한국영화가 유명하다는 것도 안다. 박찬욱의 ‘아가씨’를 인상 깊게 봤고 김기덕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도 봤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국인들은 다들 친절한다. 파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그곳은 그리 친절하지 않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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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지는 이번 경기필과 협연 1부에서 슈트라우스 ‘아폴로 여사제의 노래’와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2부에서는 말러 교향곡 4번에서 4악장을 노래한다. 인간 본연을 파고드는 ‘네 개의 마지막 노래’, 천상의 삶을 노래한 말러 4번 4악장을 통해 드레이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울창하지만 그래서 칠흑 같은 숲속 정경, 그 울창한 숲 위로 끊임없이 펼쳐져 있는 평화로운 하늘. 드레이지 목소리의 속살을 처음 만나는데 더할 나위 없는 구성이다.

드레이지는 스스로 자신의 장점으로 “무대에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아시아 청중을 처음 만날 때, 유럽에서 온 다른 성악가들과 크게 첫 인상 차이가 없겠지만 굳이 성공을 위해 자신을 특별하게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가장 진정성 있는,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네덜란드 출신 톱 바이올리스트 재닌 얀센(41)이 브람스 협주곡을 협연하는 것을 들었는데 마치 살아 있는 음악을 전달 받은 것 같아 짜릿했다고 한다. 그녀의 특이한 제스처도 청중을 사로잡은 역을 해 마치 파도에 휩쓸리듯 집중했단다.

청중이 자신의 목소리를 계속 흥미롭게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 과제라는 드레이지는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의 타이틀롤이 꿈의 배역이라며 눈을 빛냈다. “극적인 연기와 목소리의 드라마틱함이 최상의 조합이다. 그것이 너무 흥미롭다. 쭉 뻗은 고속도로를 최고 속도로 달리는 듯한 기분이 들 거다.”

드레이지는 만개한 여름 수국 꽃처럼 웃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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