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文, 5당 대표와 對日 해법 원론적 합의…추경 처리 등 숙제로

등록 2019.07.18 22:22:0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초당적 협력, 비상협력기구 설치 등에 합의

부품·소재 국산화 등 구체적 방안은 안 나와

"文, 10번 넘게 추경 처리 요구…黃이 답 안줘"

6월 국회서 日 수출규제 대응 예산 반영 빨간불

靑 "적극적 의견 개진 이뤄져…공동 발표문은 성과"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19.07.18.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19.07.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개월 만에 여야 5당 대표들과 만나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에 '초당적인 협력'을 한다는 원론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 등의 문제를 놓고 문 대통령과 야당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부품·소재 산업 대일(對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예산을 반영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협력이 절실했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18일 청와대에서 약 3시간 동안의 회동을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부당한 경제 보복'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정부와 여야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범국가 차원의 대응을 위해 비상협력기구를 설치·운영한다는데도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회담 모두발언부터 강조한 추경 처리에 대한 내용은 공동 발표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여러 차례 조속한 추경 처리를 강조했지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국회에 제출한 7조6000억원의 추경 예산에 일본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한 예산을 추가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부품·소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12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추가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한국당은 추경 처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정경두 국방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에 동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19일에 끝나는 6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이 처리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회동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 무역 규제에 초당적인 협력 요청하면서 동시에 추경 처리 요청했는데, 결국 초당적 대응 의지를 확인은 했지만 추경 처리까지는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내일 본회의에서 추경 처리가 이뤄졌으면 하는 문 대통령과 여야 4당의 촉구가 있었지만 황 대표가 답을 주지 않았다"며 "그래서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아마 10차례도 넘게 추경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그러기 위해서 여당도 양보해야 한다. 한국당이 요구하는 국방장관 해임 건의안 상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부분은 여야 원내대표의 국회 원내 협상으로 넘어온 셈"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소재·부품·장비산업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을 여야가 합의하는 대목도 원문에서 빠져있었는데 문 대통령이 강력히 희망하고 다른 당 대표들이 황 대표를 설득해서 간신히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07.18.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07.18.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과 황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이번 사태의 해법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시각차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주요 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조했고, 황 대표는 외교적인 해결에 무게를 뒀다.

황 대표는 회동 모두발언에서 "지금 정부가 별다른 대책 없이 국민감정에 호소하고 있다"며 "말과 감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 핵심적인 것은 양국 정상 간에 해결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속히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해 양국 정상이 마주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우시더라도 '톱다운' 방식으로 해야 한다"며 "대일 특사 등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문 대통령은 "특사와 고위급 회담 등이 해법이 된다면 언제든 가능하다. 하지만 무조건 보낸다고 되는 게 아닐 것이다. 협상 끝에 해결 방안으로 논해져야 할 것들"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풀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보수 야당의 지적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냈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언급하면서 "양 정부 간 합의만으로는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피해자들의 수용 가능성과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어야 함을 교훈으로 얻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추경 처리 등을 위해 한국당을 설득하는 일은 정부와 여당의 숙제로 남게 됐다. 이날 회동에서 한국당이 요구한 정경두 국방장관 해임 문제는 깊게 논의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초당적인 협력에 합의한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회동 결과를 긍정 평가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로의 의견들을 많이 내놓는 시간이었고 (참석자 모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며 "대통령과 5당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공동 발표문까지 발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줘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고 대변인은 또 "(문 대통령이) 오늘 모여서 논의하는 모습을 보인 것만 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